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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0 [경제학 바이블 5] ‘100-1=0’ 무시해도 좋을 만큼 시시한 일은 없다 / 금융경제학
  2. 2008.12.16 [2009년 국내외 경제 전망 1편] 최근 국내 경제 흐름 / 수출 경기 둔화, 내수부진 등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2009. 3. 20. 20:02

[경제학 바이블 5] ‘100-1=0’ 무시해도 좋을 만큼 시시한 일은 없다 / 금융경제학

[경제학 바이블 5] ‘100-1=0’ 무시해도 좋을 만큼 시시한 일은 없다 / 금융경제학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어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주는 나비효과, 고객과 금융기관의 숨바꼭질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성,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어도 효과가 없는 유동성 함정 등 금융경제학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고객과 금융기관의 숨바꼭질, 정보의 비대칭성

〈이솝 우화〉에 여우와 두루미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두루미를 집에 초대한 여우는 음식을 대접했지만 납작한 접시에 담겨 있어 부리가 뾰족한 두루미는 먹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여우를 집에 초대한 두루미가 길쭉한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 왔고 부리가 없는 여우는 먹지 못했다. 여우와 두루미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한 정보를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자신은 알지만 상대방은 모르는 정보가 생기는 상황을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사례는 보험에 가입할 때도 발견할 수 있다.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건강상태, 직업, 운전 여부 등에 대한 심사를 거치는데, 가입하려는 사람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 보험사로부터 가입을 거절당할 수 있다. 또한 보험에 가입한 후 보험금을 수령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보험조사반에서는 조사·판단 등의 심사를 거쳐 보험금을 지급한다. 만약 이러한 심사절차가 없다면 보험금을 받기 위해 옳지 않은 방법을 동원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 문제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본다. 자신의 몸에 대한 정보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반면 보험회사는 가입하려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만약 심사절차가 없다면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할 경우 애초에 심사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무작정 그 사람을 악의적인 보험금 수령자로 판단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바로 심사이다. 즉 심사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조금이나마 줄이려는 수단이다.

한국은행은 연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8년 10월부터 인하하기 시작해서 올 2월까지 5개월 동안 총 3.25%포인트를 낮췄다. 금융통화위원회는 3월 12일 6개월 만에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다.

정부에서 기준금리(시중 금리의 방향을 유도하는 정책금리)를 변동시키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가 위축됐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하고, 경기가 과열됐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인상해 투자를 위축시키고 과열된 경기를 식히는 것이다. 시중금리가 떨어져야 가계는 소비여력이 생기고 기업은 투자에 나설 수 있다.

1990년대 말 일본 중앙은행은 ‘잃어버린 10년'의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제로금리정책을 폈다. 즉 돈을 공짜로 빌려 준다는 얘기다. 이자 없이 그냥 대출해 줄테니 제발 투자도 하고 소비도 하라는 무제한적인 통화팽창 정책이었다. 그럼에도 기업은 투자를 늘리지 않았고 국민은 이자도 없는 은행에 돈을 예치했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소비는 활성화되지 않았고 돈은 금융기관으로 되돌아 왔다. 앞에서 설명한 원리대로라면 기업은 제로금리 상태에서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진다. 그럼에도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채금리가 상승했다.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 마치 동맥경화로 인해 체내에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것처럼 돈이 있어도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기업이나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기 때문이다. 투자를 늘리고 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통화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본적으로 왜곡된 시장을 안정시키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을 제거해야 한다.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를 주저하게 하고 시장에 돈이 유통되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금융시장의 기능을 정상화 시키기 위해서는 신뢰회복이 최우선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는 금 모으기 운동 등을 통해 이를 잘 극복했다. 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을 유지한다면 국민과 기업은 정부 정책에 더 한층 신뢰를 쌓고 어두운 터널을 더 빨리 지날 수 있을 것이다.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어도 더 이상 효과가 없는 상황, 유동성 함정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거나 립스틱 판매량이 늘어나면 경기 불황'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 스커트의 길이나 립스틱 판매량과 경기 흐름의 상관관계는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간혹 경제 상식으로 활용된다. 여성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돋보이고 싶은 심리가 강해져 미니스커트를 선호하며, 불황일 때 비싼 화장품을 사기 힘들어 비교적 저렴한 립스틱으로 화장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

또한 휴일에 아파트 주차장이 차로 가득한 현상, 외식 횟수가 줄고 라면과 쌀의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 아동복 매출이 줄어드는 현상, 차량이 적어 도로가 시원하게 뚫리는 현상, 천 원짜리 김밥이 많이 팔리는 현상 등은 경기 침체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국내 경기 침체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2~4%로 예상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경기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지속적인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용어다. 정부에서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지만 이는 서로 상충되는 것이어서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IMF 외환위기가 ‘급성'이라면 스태그플레이션은 ‘만성병' 같아서 치유가 더 어렵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경기부양 정책을 펴면 돈이 시중에 많이 풀려 경기는 살릴 수 있지만 물가 상승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 반면 물가를 잡기 위해 돈줄을 죄면 물가는 잡을 수 있으나 소비가 줄어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마치 비가 오면 짚신 장수 큰 아들을 걱정하고, 맑은 날이면 우산 장수 작은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처럼 어느 하나가 잘되면 다른 하나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문제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어느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

호주머니 사정은 안 좋은데 물가가 뛴다, 스태그플레이션

관객을 열광시킨 스릴러 영화 〈나비효과(The Butterfly Effect)〉는 미국 개봉 당시 전미 최다 관객을 동원한 2004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다. 이 영화는 한순간의 ‘선택'이 한 사람의 운명을 얼마나 극적으로 변화시키는지를 보여 준다.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서 허생이 취한 매점매석도 나비효과를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에 내려가 말총을 모두 독점한 결과 온 국민이 상투를 틀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안성에서 과일을 모두 사버리니 온 나라에서 제사를 지낼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 바로 경제학에서 나타나는 ‘나비효과'라고 할 수 있다.

‘나비효과'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로 알려져 있다. ‘어떤 일이 시작될 때 아주 작은 차이가 결과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으로 작은 일들이 서로 인과관계가 되어 나중에 큰일이 된다는 뜻으로 활용된다.

최근 경제상황을 보면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미국의 위기가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의 금융에까지 영향을 미친 이유 또한 나비효과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국제 금융이나 경제상황에서 나비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 간 투자, 무역 등을 통해 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묶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금융위기가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미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무시해도 좋을 만큼 시시콜콜한 일이란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가볍게 여기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계심에서 나온 말이다.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면 ‘100-1=99'가 아니라 ‘100-1=0'의 등식이 성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몰락과 같은 사건을 보면서 한 번쯤 짚어 봐야 할 말들이다.


- 조영관 / 경제교육 전문가. 신한카드 부부장. 〈씽아의 生生 경제탐험〉, 〈생생 라이브 경제학〉 저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8. 12. 16. 00:41

[2009년 국내외 경제 전망 1편] 최근 국내 경제 흐름 / 수출 경기 둔화, 내수부진 등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2009년 국내외 경제 전망 1편]
최근 국내 경제 흐름 / 수출 경기 둔화, 내수부진 등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2008년 4/4분기 국내 금융시장은 극도로 불안정한 모습이다. 원/달러환율과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의 하락폭과 상승폭이라는 기록을 오갔다.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자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국제 금융시장 및 해외 언론의 시각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글로벌 금융불안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경기 하강세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로지역의 경기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수출 신장세가 더욱 약화되고 있다. 게다가 내수부진의 골도 더욱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2009년에는 더욱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된다.


국내 금융시장 불안정성 지속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2008년 4/4분기 들어 환율과 주가를 포함한 제반 금융변수들의 변동폭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10월 16일 1,373원으로 전날보다 133.5원 올랐는데 하루 상승폭으로는 사상 최고치였다. 10월 30일에는 1,250원으로 177원 떨어졌는데, 이것은 10년 10개월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코스피지수 역시 10월 16일 1,213.78을 기록하며 전날보다 126.5p 떨어져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고, 10월 30일에는 1,084.97로 전날보다 115.75p 올랐는데 이 역시 사상 최대의 상승폭이었다.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신용위험도가 증대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국채(5년물)의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파산스왑-거래를 보증하는 채권) 프리미엄과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는 2008년 10월 27일 각각 699bp와 791bp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2월 5일 현재 각각 415bp와 517bp를 기록하고 있다.(BP: Basis Point의 약자로 0.01%, 즉 만분의 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자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국제 금융시장 및 해외 언론의 시각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무디스와 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2008년 10월 들어 국내 시중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연이어 하향 조정했다. <파이낸셜 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 언론들도 한국의 금융위기 전염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위기감이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개별 금융시장 동향

자금시장: 외화 및 원화의 유동성 경색 심화
글로벌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면서 외화 및 원화 자금시장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10월 이후 통화 스왑금리가 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외화 차입 여건이 악화되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은행의 국내 자금조달 여건도 나빠졌다. 회사채금리(3년 만기, AA-)는 12월 들어 8.9%까지 올라가면서 지난해 12월 평균 6.73%에 비해 2.17%p 상승했고, 국고채와의 금리 격차도 3%p 이상 확대되었다.

 

이와 같은 외화 및 원화 유동성 경색은 상당 부분 국내 은행들의 단기 외화 차입 확대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해외 언론에서 외화 부족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제기한 탓도 크다. 국내 은행들은 2006년 이후 조선사 및 해외펀드의 환위험 헤지 수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단기 외화 차입을 크게 늘렸다. 그런데 글로벌 유동성 경색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채무의 만기 연장 및 차환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달러 확보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은행의 유동성 부족설이 확산된 것이다.

한편 10월 이후 미국과 EU 등 주요 국가들이 금융기관의 해외 발행 채권을 지급 보장하거나 부실 은행을 국유화하는 등 신용 리스크 축소에 나서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들의 대외 채무를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것으로 인식한 면도 있었다.

이 같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 당국은 외화 및 원화 유동성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국내 은행의 대외 채무에 대해 향후 3년간 정부가 지급보증을 함으로써 국내 은행이 해외 자금을 조달할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했다. 또한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은행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왑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원화를 대가로 미국 달러화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은행채를 공개시장조작 대상증권에 포함하여 은행채의 신인도를 높임으로써 은행의 원화 유동성 개선을 유도했다. 정부 당국은 1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도 조성하여 은행 이외의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발행한 금융채 및 회사채를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외환시장: 원화 가치 급락 및 변동성 확대
원화 가치는 2008년 12월 5일 현재 2007년 말보다 36.6% 하락해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유로화 및 파운드화의 하락폭을 크게 웃돌았다. 원/달러환율의 변동성은 2008년 상반기 0.65에서 하반기에는 1.83으로 2.8배나 확대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주요 국가 통화의 환율 변동성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원화 가치의 급락은 외국인의 투자 자금 대거 유출에 기인한 바 크다. 글로벌 금융불안이 본격화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주식을 순매도하며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거 이탈했다. 2008년 초부터 12월 5일까지 외국인의 주식순매도는 373.6억 달러로 2007년 순매도 규모(292.6억 달러)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이 2008년 중 한국에서 회수한 주식투자자금은 일본 등 아시아 7개국 전체 회수액의 37.4%를 차지한다.

한편 달러 유동성 축소에 따라 현물환시장이 위축된 것이 최근 원/달러환율 급등락의 다른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8년 10월의 일평균 현물환 거래 규모는 43.5억 달러로 9월 평균 거래액(77.2억 달러)의 56%에 불과한 수준이다. 시장 자체가 축소된 상황에서 글로벌 증시 부진에 따른 투신권의 선물환 매수와 달러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환율 상승폭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 주가 급락과 약세 지속
2008년 12월 5일 현재 코스피지수는 연초보다 45.8% 하락했으며, 시가총액도 528.4조 원으로 연초보다 44.4% 감소했다. 국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미국 및 유럽 금융권의 대규모 부실 상각에 따른 현금 유동성 확보 목적과 함께 국내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세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12월 5일 현재 외국인 보유액은 153조 8,694억 원으로 지분율이 29.1%로 하락했다. 그러나 연기금과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들이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 내며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함으로써 주변 신흥국에 비해 주가 하락폭이 크지 않았던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금융불안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으로 파급되면서 취약 부문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금리 상승은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및 가계대출 등의 부실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원/달러환율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면 내수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편 주가 하락이 장기화되면 역자산 효과(주가하락이 소비 및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현상)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내수부진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현재의 금융불안이 취약부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내릴 필요가 있다.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대출의 부실 위험
2007년 이후 미분양 주택이 늘고 신규 주택 건설도 위축되면서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세이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06년 말 10.4%에서 2007년 말에는 11.6%로 높아졌고, 2008년 9월에는 17%로 더욱 높아졌다. 여기에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대출금리마저 상승하면서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율 급등 및 저축은행의 대규모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화는 일부 중소형저축은행에 해당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일반은행 및 저축은행의 PF 대출 규모는 2008년 6월 말 현재 60.1조 원으로 총대출의 5.3%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금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업계 전반의 채권 및 CP차환이 어려워짐으로써 부동산 관련 부실이 모든 금융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

정부 당국이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 부동산 PF 대출을 매입하기 위해 1조 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도 신용경색이 금융시장 및 부동산 관련 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된다.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
2008년 6월 말 현재 가계신용잔액이 660.3조 원인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계속 올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은행의 국내 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가 1%p 오를 경우 고정금리 대출분을 고려한 가계의 실질 이자부담액은 5.9조 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위기로 인한 금리 상승이 이어진다면 가계부채의 부실화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가계대출에서 37% 정도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각종 건전성 규제의 사전 도입 등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은행권 LTV(Loan to Value: 담보인정비율)는 47.9%(2007년)로 70~80% 수준인 미국과 영국보다 훨씬 낮으며, 2006년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추가 도입되면서 가계 건전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의 약정만기가 장기화되고 분할상환 방식이 늘어난 것도 부실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기업 자금 사정 악화
2008년 4/4분기에 들어서면서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급격히 경색되었다. 한국은행의 <2008년 10월중 기업 경기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10월 자금 사정 BSI(Business Survey Index)는 68로 9월(75)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수치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소기업 연체율 역시 상승하고 있어 신용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2007년 말 1.1%에서 2008년 9월에는 1.5%로 상승했다. 따라서 향후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 중소기업의 자금 경색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국내은행들 역시 2008년 9월 말 BIS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위험자산인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은행을 통한 중소기업 대출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신용위험에 대한 시장 인식이 해소되지 못한 탓에 앞으로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위축될 것이고, 이에 따라 비우량 회사채 발행이 큰 폭으로 감소하여 직접금융을 통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은행들이 후순위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도 BIS 비율을 높여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이다.

 


경기 하강세 본격화, 내년 경기침체 더욱 심각

글로벌 금융불안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경기 하강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까지는 내수부진을 수출이 어느 정도 보완해 주었지만 하반기에는 수출 경기마저 둔화됨으로써 경기 부진을 억제하는 효과가 적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로지역의 경기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수출 신장세가 더욱 약화되고 있다.

게다가 내수부진의 골도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는 소비심리 악화, 고용 창출력 약화 등으로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고정투자도 신용경색으로 인한 자금난, 향후 경기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정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분양 문제 등 주택경기침체로 인해 건설투자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4/4분기 들어 경기 하락세가 본격화된 가운데 2009년에는 더욱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된다.


- 전효찬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