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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31 [IT 기업 이슈] ‘대수술’ 앞두고 있는 소니,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 되찾을까?
  2. 2008.10.25 소니, 일본식 디자인 경영이 만든 축약의 미학.
2009. 3. 31. 18:09

[IT 기업 이슈] ‘대수술’ 앞두고 있는 소니,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 되찾을까?

[IT 기업 이슈] ‘대수술’ 앞두고 있는 소니,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 되찾을까?


일본의 대표적 가전회사인 소니(Sony)가 요즘 풀이 죽어 있다. 세계 동시불황과 엔고라는 이중고로 인해 사상 최악의 적자가 예고된 상태인 데다, 최근 전격적인 사장 교체 인사로 뒤숭숭하기까지 하다. 일본 벤처기업 성공신화의 상징이었던 소니가 어느새 전형적인 대기업형 경영부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반짝 부활 후 적자 수렁
 

1년 전만 해도 소니의 실적 호전에 “소니가 부활했다”며 찬사를 보내던 세계 전자업계는 지금 “소니가 예전의 소니가 아니다”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불황과 엔고라는 외부 요인도 문제지만 덩치가 커지면서 굳어진 고비용 구조와 수년째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한 내부 요인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소니가 규모가 커지면서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을 잃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소니다움'을 잃고 대기업병에 걸렸다는 얘기다. 따라서 소니의 위기 극복 열쇠는 ‘소니다움'을 부활시키느냐 여부에 달렸다는 조언이 많다.

소니는 브라운관 TV 판매 호조에 안주해 LCD(액정표시장치) TV 개발에 소홀했다가 2000년대 초반 실적 부진으로 고전했다. 그때 사람들은 “이제 소니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5년 외국인인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면서 과감한 변신을 꾀해 다시 일어나는 저력을 보였다. 2007년 소니는 3,694억 엔의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화려한 부활'이었다.

그러나 부활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실적은 다시 곤두박질쳤다. 소니는 지난 1월 29일 실적 전망 발표를 통해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결산에서 사상 최대인 2,600억 엔(약 3조 9,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당기순이익도 1,500억 엔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 예상했다. 14년 만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적자로 전락한 것이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수익은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 분야인 LCD TV 등 전자부문의 실적이 급락한 탓이다.

 

소니는 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 두 개의 TV 공장 중 한 곳을 폐쇄하고,전 세계 사업장에서 1만 6,000명(정규직 8,000명 포함)을 해고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올해 TV 사업 투자액도 당초 계획했던 4,300억 엔에서 3,800억 엔으로 줄였다. 스트링거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손실을 입었다”고 고백하며 “경영진으로서 남은 책임은 빨리 대응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소니다움'을 잃은 게 문제
 

소니가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것은 세계 동시불황에 따른 제품 판매 급감과 가파른 엔고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표면적인 요인이다. 스트링거 회장은 “원래 지난해 2,000억 엔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갑작스런 판매 감소와 엔고로 각각 2,800억 엔과 600억 엔의 적자요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니의 진짜 문제는 판매 급감과 엔고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판매 급감과 엔고는 소니 외의 다른 일본 전자기업 및 전 세계 다른 경쟁사들도 똑같이 안고 있는 문제다. 즉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굳어진 고비용 구조와 수년째 히트상품을 못 내놓고 있는 한계가 소니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니다움'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TV 사업의 고비용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소니는 브라운관 TV 판매 호조에 안주해 LCD TV 개발에 한발 늦게 참여하는 바람에 LCD 패널을 독자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현재 소니는 LCD 패널을 삼성과의 합작회사에서 주로 공급 받고 있다. 최근엔 경쟁사인 샤프로부터도 구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LCD를 자체 생산하는 삼성이나 샤프에 비해 생산원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물론 삼성과의 합작사로부터는 삼성전자와 똑같은 가격에 LCD패널을 공급 받는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LCD TV 부문에서 이익을 내는 반면 소니는 손해를 보고 있다.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은 최근 중역들에게 “삼성과 똑같은 가격으로 LCD패널을 공급 받고도 TV를 더 비싸게 만드는 이유가 뭐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소니의 비효율적 사업구조 때문이란 분석이다. 소니는 일본·북미·유럽·아시아 등 각 지역에서 TV 개발과 설계 생산을 각각 담당한다. 개발과 설계 기능 등이 분산돼 있어 인건비 등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구조다. “TV가 안 팔리는 것도 문제지만, 많이 팔려도 이익이 나지 않는다”(소니 경영진)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스트링거 회장의 ‘과감한 수술'
 
소니다운 히트상품을 못 내놓고 있는 것도 문제다. 소니는 트랜지스터 라디오(1955년 발매), 워크맨(1970년),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1994년) 등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세계 최초', ‘일본 최초'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걸로 유명했다. 그러나 LCD TV에서 박자를 놓친 이후 제대로 된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미국의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폰, 닌텐도는 게임기 DS와 위(Wii) 등으로 히트를 치고 있다.

미즈호 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 구라하시 노부는 “소니는 규모가 커지면서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을 잃었다”며 “소니의 위기 극복은 ‘소니다움'을 부활시키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말한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기업이 ‘성공 유전자'를 잃어버린 순간 몰락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지금의 소니가 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은 소니에 대수술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4월 1일부터 옆에 앉아 있는 주바치 료지 사장은 상담역으로 물러나고 내가 사장을 겸직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나와 사업본부장 사이에 사장, 부사장 등 관료적 단계를 없애는 것”이라며 앞으로 일선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영 전권을 장악한 스트링거 회장은 네 개 사업본부의 책임자 네 명 중 세 명을 40대 젊은 간부로 발탁했다.

 

소니 내부적으로는 사장이 단칼에 물러나고 연공서열이 무시된 ‘혁명적인 인사'가 시작되었다. 스트링거 회장은 인사뿐만 아니라 생산체제에도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댈 계획이다. 구조적 비효율을 제거해 ‘소니다움'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 준 것이다. 스트링거 회장의 혁명적 구조조정이 과연 소니의 본래 모습을 되찾게 해줄지 두고 볼 일이다.

- 차병석 /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

2008. 10. 25. 23:08

소니, 일본식 디자인 경영이 만든 축약의 미학.

소니, 일본식 디자인 경영이 만든 축약의 미학.


"언젠가 TV로 축구 경기를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카메라가 경기장 구석에 놓인 TV를 잠깐 비췄는데 상표를 보지 않고도 금방 알 수 있었어요. 소니 브라비아 시리즈였죠. 잠깐 보기만 해도 소니라는 걸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 소니를 소니답게 하는 것. 그걸 우리는 소니 디자인이라고 부릅니다." 34년 동안 소니의 디자인을 맡아왔던 구로키 야스오의 이야기다.

1932년생이니까 올해 75세. 1960년에 입사해 소니의 성장을 주도하고 한때 최고 경영자 자리까지 올랐던 그는 지금 구로키 오피스의 소장으로 있다. 입사 6개월 만에 지금의 소니 로고를 만든 것도 바로 그다. 워크맨을 비롯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소니의 히트 제품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를 미스터 워크맨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봐, 그거 어디선가 본 거 같지 않아?' 이런 말이 나오는 디자인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어디선가 훔쳐온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설령 우리가 먼저 개발했는데 다른 회사에서 먼저 제품을 내놓았다면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포기합니다. 철저하게 새로울 것. 다른 어떤 것과도 다를 것. 이런 원칙이 소니를 소니답게 하는 것이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소니만의 무엇.

소니는 디자인을 경영의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많지 않은 회사 가운데 하나다. 이를테면 구로키가 CEO로 있던 무렵 디자인센터는 아키오 모리타 회장실의 바로 아래층에 있었다.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면 모리타 회장이 직접 아래층으로 내려오곤 했다. 이를 두고 구로키는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제품은 발이 없지만 회장님은 있으니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디자인센터에서는 이를 목업으로 만들었다. 간단한 스케치를 던져놓고 끝나는 게아니라 직접 실물에 가까운 모형을 만들도록 했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 덕분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 사이의 충돌이 줄어들고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게 됐다. 그래서 이를 크리에이티브 리포트라고 불렀다.

소니는 또 트리오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조직 운영을 도입하기도 했다. 직책과 경력, 업무 분야와 무관하게 디자이너를 세 명씩 한 팀을 짜도록 했다. 한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두 명이 이를 검토하고 의견을 내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채택된 아이디어는 한 차례 결재를 받고 바로 최고 경영자에게 올라오게 된다.

크리에이티브 리포트와 트리오 시스템은 소니의 디자인 경영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기술 장벽을 넘어 도발적인 상상력을 수용하는 문화, 자유로운 토론을 장려하는 문화. 모리타 회장은 "침묵은 비겁하다"고 말하곤 했다. 강제로라도 의견을 내도록 했고 그 모든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의견 없는 만장일치는 만장일치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 크리에이티브 리포트를 발표할 때면 경영진은 물론이고 엔지니어를 비롯해 판매 부서까지 모여들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기술과 판매, 경영 전반에 아이디어를 넓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언젠가 디자인센터의 디렉터 가운데 한 사람이 사표를 냈다. 회장과 자신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는 이유였다. 모리타 회장은 그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당신과 내 생각이 똑같다면 우리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된다. 당신이 내게 필요한 것은 나와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니의 기업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한 단면이다.

구로키는 '소니 스타일을 훔쳐라'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으면 기분 좋게 일할 수 있고 효율도 오를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과 생각이 너무 달라서 어울리기 힘든 사람과도 함께 일해야 한다. 기획이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 어울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창출하는데 의미가 있다."

소니가 세계 시장에 처음 이름을 알린 때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던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디오가 전자레인지만 하던 무렵, 소니는 들고 다닐 수 있는 라디오를 만든다는 무모한 아이디어에 도전했다. 도발적인 아이디어를 환영하는 소니의 독특한 기업 문화 덕분에 가능한 시도였다.

소니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끌어올린 워크맨도 마찬가지다. 1979년, 소니가 워크맨을 내놓을 때만 해도 녹음기는 차라리 가전제품에 가까웠다. 들고 다니는 녹음 재생장치라는 엉뚱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제품에 구현하기까지는 험난한 도전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팔린 워크맨은 종류만 200여종, 세계적으로 3억개 이상이다.

소니는 이밖에도 1984년에는 이동식 CD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1989년에는 손바닥 크기의 캠코더, 핸디캠을 역시 세계 최초로 내놓았다. 경쟁업체들이 소니를 흉내 내기 시작했지만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했다. 아이디어는 흉내낼 수 있었지만 기술이 뒤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니의 디자인 철학은 흔히 '축약의 미학'이라는 말로 설명된다. 축약이란 단순히 크기를 줄인다는 의미가 아니라 작은 크기에서도 품질과 디자인, 사용자 편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버튼 크기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버튼을 누르는 감촉과 반작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소니의 경쟁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도발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토론 문화.

최근에 소니의 디자인 철학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바이오 VGX-TP1이다. 동그란 로봇 청소기처럼 생긴 이 혁신적인 디자인의 PC는 아이들 공부방이 아니라 거실에 어울리도록 디자인 됐다. 대형 LCD-TV나 DVD 플레이어와 연결할 수 있고 무선 키보드나 리모컨으로 인터넷 검색을 할 수도 있다. MP3파일을 오디오 시스템에 연결해 재생할 수도 있다.

"처음 목업을 봤을 때 한눈에 반했습니다. 과연 이걸 만들 수 있을까. 이틀 밤낮을 고민한 끝에 결국 해보기로 했습니다. 사각형의 메인보드를 둥그렇게 만드는 것부터 부딪혀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죠. 매끈한 디자인을 유지하려면 수많은 배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도 고민거리였고요." 소니 디자인센터의 아트 디렉터, 오사무 마사미쯔의 이야기다.

말끔한 흰색의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언뜻 애플의 아이팟을 연상하게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니답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지저분한 배선은 모두 뒷면으로 옮겨갔고 USB 포트와 메모리 카드 리더 등은 모두 슬라이딩 커버 안으로 들어갔다. DVD 드라이브 슬롯 역시 원통형 디자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데스크톱 PC와 노트북의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 타입L 역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데스크톱 PC처럼 쓰면서도 들고 다닐 수 있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어느 곳에 놓아도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컨셉이었다. 기획 단계에서는 반대 의견이 끊이지 않았지만 일단 목업을 보고 나자 다들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디자인센터의 시미즈 미노루는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데스크톱 PC도 노트북도 아닌 완벽하게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했습니다. 사람들이 데스크톱 PC 같다거나 노트북 같다고 말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꼬박 1년 반 동안 시행착오를 거쳤죠. 결국 투명 프레임을 써서 주변 인테리어와 어울리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채택됐습니다."

소니가 최근 가장 힘을 쏟고 있는 제품은 역시 브라비아 시리즈다. 사각형의 LCD-TV에 디자인을 불어넣을 여지가 있을까. 가뜩이나 디자인이 애플에 뒤쳐진다는 비난을 의식한 소니는 디자인 공모라는 모험을 감행한다. 막강한 디자인센터를 두고 외부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찾겠다고 나선 것이다. 위기의식 못지않게 자존심을 건 승부수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소니 디자인센터의 니이츠 타쿠야를 따라 잡을 아이디어가 없었다. 이른바 플로팅 디자인, 테두리 바깥에 투명 유리판을 받쳐 TV가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빨간색 테두리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니이츠는 "거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다가 TV와 창은 본질적으로 같다는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화면 이외의 부분을 작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TV는 이미 디자인의 영역을 떠났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러던 어느날 무심코 마우스를 움직이다가 패널을 넓히면 투명한 유리 위에 화면이 떠 있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작게 하는 것이 아니라 크게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던 거죠."

소니 디자인센터에는 225명의 디자이너가 있다. 이들은 해마다 2천건 이상의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는다. 소니의 디자인 철학은 첫째, 독창적일 것, 둘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할 것, 셋째, 기능적일 것, 넷째, 사용환경을 고려할 것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워크맨 시리즈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유진 모리사와의 다음 말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가끔 소니답다는 것이 뭔가를 놓고 이야기합니다. 정확히 말로 표현하려면 어려운데 강력한 열망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들도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 강력한 열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열망이 소니다운 디자인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출처 : www.leejeonghw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