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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0 [경제학 바이블 5] ‘100-1=0’ 무시해도 좋을 만큼 시시한 일은 없다 / 금융경제학
  2. 2009.03.19 [경제학 바이블 4] 무역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 비교우위와 교환을 통한 더불어 살기 / 무역의 경제학
  3. 2009.03.18 [경제학 바이블 3] 자장면보다 탕수육이 먼저 없어지는 이유는? - 정책을 통해 실물을 지배한다 / 국가경제학
  4. 2009.03.17 [경제학 바이블 2] 자장면 곱빼기가 보통 두 그릇보다 싼 이유는? 기업과 소비자의 숨바꼭질, 기업경제학
  5. 2009.03.17 [경제학 바이블 1] 생활이 곧 경제학의 무대/ 시장 경제학
2009. 3. 20. 20:02

[경제학 바이블 5] ‘100-1=0’ 무시해도 좋을 만큼 시시한 일은 없다 / 금융경제학

[경제학 바이블 5] ‘100-1=0’ 무시해도 좋을 만큼 시시한 일은 없다 / 금융경제학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어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주는 나비효과, 고객과 금융기관의 숨바꼭질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성,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어도 효과가 없는 유동성 함정 등 금융경제학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고객과 금융기관의 숨바꼭질, 정보의 비대칭성

〈이솝 우화〉에 여우와 두루미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두루미를 집에 초대한 여우는 음식을 대접했지만 납작한 접시에 담겨 있어 부리가 뾰족한 두루미는 먹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여우를 집에 초대한 두루미가 길쭉한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 왔고 부리가 없는 여우는 먹지 못했다. 여우와 두루미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한 정보를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자신은 알지만 상대방은 모르는 정보가 생기는 상황을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사례는 보험에 가입할 때도 발견할 수 있다.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건강상태, 직업, 운전 여부 등에 대한 심사를 거치는데, 가입하려는 사람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 보험사로부터 가입을 거절당할 수 있다. 또한 보험에 가입한 후 보험금을 수령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보험조사반에서는 조사·판단 등의 심사를 거쳐 보험금을 지급한다. 만약 이러한 심사절차가 없다면 보험금을 받기 위해 옳지 않은 방법을 동원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 문제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본다. 자신의 몸에 대한 정보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반면 보험회사는 가입하려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만약 심사절차가 없다면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할 경우 애초에 심사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무작정 그 사람을 악의적인 보험금 수령자로 판단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바로 심사이다. 즉 심사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조금이나마 줄이려는 수단이다.

한국은행은 연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8년 10월부터 인하하기 시작해서 올 2월까지 5개월 동안 총 3.25%포인트를 낮췄다. 금융통화위원회는 3월 12일 6개월 만에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다.

정부에서 기준금리(시중 금리의 방향을 유도하는 정책금리)를 변동시키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가 위축됐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하고, 경기가 과열됐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인상해 투자를 위축시키고 과열된 경기를 식히는 것이다. 시중금리가 떨어져야 가계는 소비여력이 생기고 기업은 투자에 나설 수 있다.

1990년대 말 일본 중앙은행은 ‘잃어버린 10년'의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제로금리정책을 폈다. 즉 돈을 공짜로 빌려 준다는 얘기다. 이자 없이 그냥 대출해 줄테니 제발 투자도 하고 소비도 하라는 무제한적인 통화팽창 정책이었다. 그럼에도 기업은 투자를 늘리지 않았고 국민은 이자도 없는 은행에 돈을 예치했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소비는 활성화되지 않았고 돈은 금융기관으로 되돌아 왔다. 앞에서 설명한 원리대로라면 기업은 제로금리 상태에서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진다. 그럼에도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채금리가 상승했다.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 마치 동맥경화로 인해 체내에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것처럼 돈이 있어도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기업이나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기 때문이다. 투자를 늘리고 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통화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본적으로 왜곡된 시장을 안정시키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을 제거해야 한다.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를 주저하게 하고 시장에 돈이 유통되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금융시장의 기능을 정상화 시키기 위해서는 신뢰회복이 최우선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는 금 모으기 운동 등을 통해 이를 잘 극복했다. 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을 유지한다면 국민과 기업은 정부 정책에 더 한층 신뢰를 쌓고 어두운 터널을 더 빨리 지날 수 있을 것이다.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어도 더 이상 효과가 없는 상황, 유동성 함정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거나 립스틱 판매량이 늘어나면 경기 불황'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 스커트의 길이나 립스틱 판매량과 경기 흐름의 상관관계는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간혹 경제 상식으로 활용된다. 여성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돋보이고 싶은 심리가 강해져 미니스커트를 선호하며, 불황일 때 비싼 화장품을 사기 힘들어 비교적 저렴한 립스틱으로 화장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

또한 휴일에 아파트 주차장이 차로 가득한 현상, 외식 횟수가 줄고 라면과 쌀의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 아동복 매출이 줄어드는 현상, 차량이 적어 도로가 시원하게 뚫리는 현상, 천 원짜리 김밥이 많이 팔리는 현상 등은 경기 침체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국내 경기 침체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2~4%로 예상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경기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지속적인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용어다. 정부에서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지만 이는 서로 상충되는 것이어서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IMF 외환위기가 ‘급성'이라면 스태그플레이션은 ‘만성병' 같아서 치유가 더 어렵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경기부양 정책을 펴면 돈이 시중에 많이 풀려 경기는 살릴 수 있지만 물가 상승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 반면 물가를 잡기 위해 돈줄을 죄면 물가는 잡을 수 있으나 소비가 줄어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마치 비가 오면 짚신 장수 큰 아들을 걱정하고, 맑은 날이면 우산 장수 작은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처럼 어느 하나가 잘되면 다른 하나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문제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어느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

호주머니 사정은 안 좋은데 물가가 뛴다, 스태그플레이션

관객을 열광시킨 스릴러 영화 〈나비효과(The Butterfly Effect)〉는 미국 개봉 당시 전미 최다 관객을 동원한 2004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다. 이 영화는 한순간의 ‘선택'이 한 사람의 운명을 얼마나 극적으로 변화시키는지를 보여 준다.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서 허생이 취한 매점매석도 나비효과를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에 내려가 말총을 모두 독점한 결과 온 국민이 상투를 틀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안성에서 과일을 모두 사버리니 온 나라에서 제사를 지낼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 바로 경제학에서 나타나는 ‘나비효과'라고 할 수 있다.

‘나비효과'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로 알려져 있다. ‘어떤 일이 시작될 때 아주 작은 차이가 결과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으로 작은 일들이 서로 인과관계가 되어 나중에 큰일이 된다는 뜻으로 활용된다.

최근 경제상황을 보면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미국의 위기가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의 금융에까지 영향을 미친 이유 또한 나비효과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국제 금융이나 경제상황에서 나비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 간 투자, 무역 등을 통해 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묶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금융위기가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미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무시해도 좋을 만큼 시시콜콜한 일이란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가볍게 여기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계심에서 나온 말이다.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면 ‘100-1=99'가 아니라 ‘100-1=0'의 등식이 성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몰락과 같은 사건을 보면서 한 번쯤 짚어 봐야 할 말들이다.


- 조영관 / 경제교육 전문가. 신한카드 부부장. 〈씽아의 生生 경제탐험〉, 〈생생 라이브 경제학〉 저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3. 19. 23:18

[경제학 바이블 4] 무역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 비교우위와 교환을 통한 더불어 살기 / 무역의 경제학

[경제학 바이블 4] 무역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 비교우위와 교환을 통한 더불어 살기 / 무역의 경제학


미국발 ‘바이 아메리칸' 조항으로 전 세계는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해졌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는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게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세계는 자국의 이익을 챙기지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낸다.

지구온난화로부터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데에도 세계 각국은 공감하지만,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과거 수백 년간 환경을 오염시켜 온 선진국이 이제 막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면 후발주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무역이 생기는 이유, 비교우위

영국의 경제학자 리카도(Ricardo)는 국제무역에서 ‘비교우위론'을 주장했다. 무역이 생기는 이유를 ‘비교우위'에서 찾았다.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세계 5위 수준이고 섬유기술은 최고이다. 자동차와 섬유산업 모두 잘할 수 있지만, 자동차를 수출하고 섬유는 인건비가 싼 동남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이 섬유를 만드는 기술보다 비교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비교우위는 다른 나라보다 우리가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더 싸게 잘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비교우위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말 그대로 어떤 두 대상을 비교하여 ‘누가 상대적으로 적은 생산요소를 투입하여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더 적은 노동력 또는 적은 시간을 투입하거나, 상대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재화의 양이 적은 쪽이 비교우위를 갖는다. 따라서 어떤 국가든 어느 한 품목에 대해서는 비교우위를 갖기 마련이다.

비교우위는 무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시카고 불스를 3년 연속 우승으로 이끌고 돌연 농구코트를 떠나 야구선수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조던은 결국 야구를 포기하고 농구선수로 돌아왔다. 자기 재능을 왜 모든 분야에서 활용하지 않고 한 종목에 몰두했을까? 바로 비교우위 때문이다. 조던은 야구와 농구 중 더 잘하는 것을 골라 농구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비교우위는 복잡한 사회에서 협동해 살아가는 방법이다. 모든 일을 혼자 할 수는 없기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 분야를 특화시키는 것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삶의 지혜라고 하겠다.


자국 이익을 위한 무역장벽 쌓기, 보호무역

“세계 각국이 자발적으로 무역에 참여하는 자유무역이 이루어지면 각국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해당 국가의 부(富)가 증가한다”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세계화로 인해 경쟁이 과열돼 각국은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보호무역을 꾀하기 때문에 국가 간 무역분쟁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자국의 유치산업(infant industry) 보호를 목적으로 보호무역을 실시했다. 보호무역정책 수단으로 자주 사용된 것은 관세장벽(수입업자가 지불하는 세금)과 비관세장벽(수입할당제, 수출자율규제, 수출보조금, 여러 가지 행정규제 등)이었다.

최근 미국이 경기부양법안과 함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을 통과시키면서 보호무역주의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조항은 경기부양을 위해 미국 정부가 투입하는 건설공사에 미국산 철강뿐 아니라 다른 원자재까지 미국산만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이다. 러시아도 자동차와 농기계 등의 수입장벽을 높이고, 유럽과 인도, 브라질 등이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등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70~80%를 무역이 차지할 만큼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는 우리에게 큰 부담을 준다. 다행히 3월 15일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각국은 ‘보호주의 배격'에 합의했다.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와 맞서 싸우고 자유무역과 투자를 유지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국제무역 경찰인 세계무역기구(WTO)도 글로벌 경제침체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대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얼마 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유명 아나운서의 말실수가 화제가 되었다. ‘물가 불안, 서민경제를 위협한다'라는 주제로 농산물 등 먹거리 가격 폭등에 관한 보도를 하던 중이었다. 그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의미를 설명하다가 “‘애그'는 계란의 ‘에그(egg)'를 이야기하는 거겠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곡물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 급증'이다. 중국과 인도 등 인구 대국의 경제가 급성장하고, 브릭스·중동·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도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자연히 소득이 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소비가 급증하면서 곡물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곡물 가격이 뛰었다.

이들 국가의 국민들은 소득이 늘어나자 과거에는 먹지 않던 식품도 먹기 시작했다. 중국인은 원래 목축을 하는 몽골족 등 일부 소수민족을 제외하고는 우유를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13억 인구가 우유를 마시면서 소비가 급증해 중국은 전 세계 우유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원자재 비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유 값은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곡물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지구 온난화, 태풍, 가뭄, 홍수 등 기상 여건 악화로 인해 미국, EU, 중국 등 주요 곡물 생산국에서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경작지가 줄어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8%로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수준이다. 특히 쌀을 제외하면 5%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나라는 무역수지 악화와 물가상승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 곡물시장에서 유통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은 곡물뿐 아니라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중국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러시아·중남미·아프리카를 누비고 있으며, 인도 등도 ‘신 자원민족주의'가 부상할 것으로 예측하여 자원외교에 전력을 쏟고 있다. 세계 각국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자원외교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일찍부터 자원외교를 목적으로 지진이나 해일 피해를 입은 동남아 국가에 엄청난 무상 지원을 해줌으로써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결국 안정적으로 자원을 챙기고 있다. 자원외교는 치밀한 전략 수립에 따라 상대국과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원활한 외교적 소통을 계속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 원인 되는 이산화탄소 억제, 탄소배출권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따라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의무가 생긴 동시에 탄소배출권 확보도 중요해졌다. 탄소배출권이란 교토의정서에 따라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나라별로 정한 온실가스 배출권한이다. 할당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려면 다른 나라의 탄소배출권을 사야 한다.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면제받았으나, 2013년에는 2차 의무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전문금융회사가 세워졌으며, 저탄소 녹생성장 기본법 입법예고(2009년 1월말) 등 탄소배출권 시행과 탄소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국가별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 후발국 간 기술격차 때문에 후발국의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결국 과거 수백 년간 환경을 오염시켜 온 선진국의 책임을 이제 막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 떠안는 셈이다.

우리 정부도 저탄소 녹생성장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무역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해 탄소세가 도입되면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산업 부문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석유화학기업 등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위기를 기회 삼아 블루오션을 선점하겠다는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


각 나라의 맥도날드 햄버거 가격비교로 예측 가능, 환율

경제현상은 정치, 외교, 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로부터 시시각각 민감하게 영향을 받아 종잡을 수 없이 꿈틀거린다. 모든 경제 현상이 그렇지만 환율 변동은 ‘신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예측하기 어렵다. 1주일만에 100원이 넘게 널뛰기 현상을 보이고 있는 때는 더욱 그렇다.

‘환율'이란 한 나라의 통화가 다른 나라의 통화로 교환되는 가격이다. 한 나라의 돈이 다른 나라의 돈에 비해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를 나타낸다. 사과 농사가 잘 안 되어서 사과가 귀하면 사과 값이 오르듯이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달러 값이 오른다. 환율은 상식적으로 봐서 적당하다고 평가될 때가 있는가 하면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게 평가될 때도 있다.

적정환율이 얼마인지 알아내고 현재 환율이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됐는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적으로 팔리는 표준화된 상품가격을 조사하면 된다. 여기서 ‘빅맥지수'가 활용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는 맥도널드의 대표적인 메뉴 ‘빅맥(Big Mac)'을 각국의 환율 적정성을 검토하는 보조지표로 사용한다. 그 이유는 빅맥이 세계적으로 품질, 크기, 재료가 표준화되어 있어 어느 곳에서나 값이 거의 일정하리라고 추정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하면 우리 경제는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를 연상케 하는 요즘의 환율급등세는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작년 3월엔 환율이 1달러에 1,000원이 안 되었다. 부모가 100만 원을 송금하면 미국에서 공부하는 자녀는 1,000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환율이 1,500원으로 오르면 기러기 아빠는 한국에서 150만 원을 송금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요즘처럼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업체에게는 유리하지만, 원유 가격 상승으로 기름값과 물가가 올라 서민 경제는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 조영관 / 경제교육 전문가. 신한카드 부부장. 〈씽아의 生生 경제탐험〉, 〈생생 라이브 경제학〉 저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3. 18. 23:02

[경제학 바이블 3] 자장면보다 탕수육이 먼저 없어지는 이유는? - 정책을 통해 실물을 지배한다 / 국가경제학

[경제학 바이블 3] 자장면보다 탕수육이 먼저 없어지는 이유는? - 정책을 통해 실물을 지배한다 / 국가경제학


우리는 평소 경제생활을 하면서 국가와의 관계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내고 자장면보다 탕수육을 먼저 먹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국가경제학 이론이 적용되는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고속도로는 왜 통행료를 받을까? 이용자 부담의 원칙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고속도로는 국도처럼 길이 좁거나 급 커브길이 많지 않고 신호도 없기 때문에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다만 통행료를 내야 한다. 고속도로는 건설 비용이 엄청나며 공사기간도 아주 길다. 개통된 후에도 도로를 유지하는 데 꽤 많은 비용이 든다. 그렇다면 건설 및 유지 비용이 필요하긴 마찬가지인 국도는 왜 이용료를 받지 않을까? 국도는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유지·보수를 하기 때문에 누구나 무료로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국가가 세금으로 시설을 만들고 국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인 것이다.

국도나 가로등, 공원 등의 공공재는 대부분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속도로는 모든 국민이 항상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용료를 받는 것이다. 이처럼 이용자가 어떤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것을 ‘이용자 부담의 원칙'이라고 한다.

서울 남산터널은 서울 시내로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이곳은 늘 차량으로 꽉 막혀 원래 터널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서울시에서는 혼잡통행료라는 명목으로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도 ‘이용자 부담의 원칙'이 적용된다.

자장면보다 탕수육이 먼저 없어지는 것은? 공유지의 비극 

중국 음식점에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보완 관계의 메뉴가 있다. 바로 자장면과 탕수육이다. 여럿이 식사를 하게 되면 자장면은 1인당 한 그릇씩을 주문하고 모여 있는 사람의 수를 가늠해 탕수육을 추가로 주문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하는 원칙이 있다. 바로 여럿이 모여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면 대개 탕수육이 먼저 사라진다는 것. 그 이유는 단지 탕수육이 맛있기 때문일까?

내 음식, 내 옷 등 소유권이 자신에게 한정된 것은 스스로 아끼고 관리를 잘하지만 소유권이 분명치 않은 자원을 공동으로 사용할 때는 비효율적 사용에 따라 자원고갈 현상이 나타난다. 즉 소유권이 불분명하여 자원을 아껴 쓸 유인(誘因)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한다.

대중목욕탕에서도 이런 일은 흔하다. 요금을 내고 목욕탕에 들어온 순간부터는 물을 많이 쓰든 적게 쓰든 상관이 없기 때문에 시설물이나 자원을 아껴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비누칠을 하거나 탕에 들어가면서도 수돗물을 계속 틀어 놓는 사람들 때문에 절수형 수도꼭지가 개발된 것을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개인의 합리성과 사회적 공공성이 충돌하는 영역에는 반드시 이러한 공유지의 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시장의 실패'라고 부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형태로 시장에 개입을 한다.

싱거포르 거리는 왜 깨끗할까? 페널티(Penalty) 

싱가포르는 담배꽁초 하나 없는 깨끗한 거리로 유명하다. 담배꽁초는 물론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면 엄격한 벌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문명국가는 기초질서위반자에 대한 처벌조항을 법에 명시하고 있다. 헌데 유독 싱가포르의 벌금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예외 없이 철저히 이루어지는 법 적용'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전동차 내에서 음식물을 먹어 냄새를 풍기거나 음식물을 흘리면 500싱가포르 달러(약 50만 원) 상당의 벌금이 부과된다. 침 뱉기도 적발 횟수에 따라 500~2,000싱가포르 달러 상당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노상방뇨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지 않아도 벌금을 내야 한다. 금전적 처벌은 어느 정도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순기능 역할을 한다. 법을 어겼을 때 자신이 얻는 이익보다 치러야 하는 대가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특색 있는 관광지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외부효과 

유명한 문화관광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편리한 숙박시설과 교통편,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관광객의 마음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소재가 있어야 한다. 스페인 북부의 해안 도시 빌바오는 관광객이 조금씩 발길을 끊었던 공업도시였다. 그러나 1997년 10월 세계 최고 현대미술관인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분관이 생긴 이후 빌바오는 마법처럼 아름다운 도시로 탈바꿈했다.

1,500억 원을 들여 만든 구불구불하게 생긴 특이한 건축물은 이제 매년 1,600억 원의 관광 수익을 가져다 주는 상품이 되었다. 이 미술관의 특이한 건축양식 때문에 국내외 관광객이 모이고 외화를 벌어들여 숙박업을 비롯한 관광산업이 발전했다. 즉 이 미술관은 빌바오에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주었다.

외부효과에 대한 보다 쉬운 사례로 독감 예방접종을 들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예방주사를 맞으면 주변 사람들이 독감에 걸릴 가능성도 낮아진다. 한 사람의 예방접종이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이득을 주기 때문에 이로운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외부효과는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지하철 옆자리 사람의 술 냄새, 아파트 복도의 소음, 중국의 황사와 같은 해로운 외부효과가 있는 반면 추운 겨울 내 집 앞의 눈을 치움으로써 나와 가족을 비롯해 지나가는 행인에게도 안전한 길을 만들어 주는 긍정적인 외부효과도 있다. 긍정적인 외부효과는 우리 경제에 매우 유익하다.

정부의 시장개입 약인가, 독인가? 신뢰 

사람 몸은 어느 정도 자체 회복 능력이 있다. 몸이 아플 때 가장 좋은 치유방법은 스스로 낫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러나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고통을 받는다면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경기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경제 주체(소비자나 기업)가 많은 고통을 겪는다면 정부의 정책적 개입 필요성이 커진다.

경기침체, 기업부도 등이 개인과 기업의 연체율 증가로 이어지면서 또 다시 금융위기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여러 가지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물론 정부의 개입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우리나라는 많은 분야가 정부의 계획 아래 변화해 왔다. 특히 경제정책은 그동안 많은 부분이 정부 주도로 진행됐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압축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과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의 추진력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스포츠 시합을 할 때 심판이 신뢰를 얻는 이유는 심판으로서의 권위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권위는 해당 시합을 진행하는 단체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심판을 선발하기 때문에 생긴다. 정부 정책이 심판으로서 권위를 갖기 위해서는 설익은 정책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국민과 기업은 국가를 한층 더 신뢰하게 될 것이다.


- 조영관 / 경제교육 전문가. 신한카드 부부장. 〈씽아의 生生 경제탐험〉, 〈생생 라이브 경제학〉 저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3. 17. 17:25

[경제학 바이블 2] 자장면 곱빼기가 보통 두 그릇보다 싼 이유는? 기업과 소비자의 숨바꼭질, 기업경제학

[경제학 바이블 2] 자장면 곱빼기가 보통 두 그릇보다 싼 이유는? 기업과 소비자의 숨바꼭질, 기업경제학


‘자장면 곱빼기가 보통 두 그릇보다 싼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배경 도시가 여행상품으로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탐색하고 유혹하는 궁금한 경제원리에 대해 알아보자.


자장면 곱빼기가 보통 두 그릇보다 싼 이유,
규모의 경제

배고플 때 중국음식점 앞을 지나가며 군침을 삼킨 경험이 있을 것이다. 1990년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의 외식메뉴 1순위는 자장면이었다. 같은 자장면이라 해도 보통자장과 간자장이 구분되어 있으며 둘은 가격 차이가 제법 난다. 또 같은 메뉴라도 음식의 양에 따라 값이 달라지기도 한다. 자장면 ‘보통'과 ‘곱빼기'가 그렇다. 자장면 곱빼기는 보통보다 양이 약 두 배 많지만 가격은 오백 원에서 천 원 정도 밖에 비싸지 않다. 양은 두 배인데 가격은 왜 두 배가 아닐까?

 

그 이유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에서 찾을 수 있다. 생산량이 늘수록 평균 원가(原價)는 낮아진다. 즉 자장면을 많이 만들수록 자장면 한 그릇의 원가는 낮아진다. 자장면은 면과 자장을 많이 만들어 놓은 후 주문이 들어오면 면을 삶아 자장을 얹어 판다. 따라서 보통자장 한 그릇을 만드나 곱빼기를 만드나 원가 및 수고비의 차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보통자장 두 그릇을 만들 때는 자장과 면의 양에는 차이가 없지만 그릇이 하나 더 필요하고 손님이 사용하는 젓가락도 하나 더 필요하며 단무지, 양파도 그만큼 더 있어야 한다. 거기다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고 테이블을 닦는 일을 한 번 더 해야 한다.

여행객을 모집할 때 개인당 비용부담을 낮출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객을 많이 모으는 것이다. 한 사람이든 열 사람이든 이동을 하려면 한 대의 버스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교통비 외에도 여행객이 많을수록 각종 비용에서 평균 원가를 낮출 수 있는데 이 또한 ‘규모의 경제'이다.

로또복권 1등이 가장 많이 나오는 복권 가게가 있다. 지금까지 1등을 열 번 배출한 명당이기 때문에 평일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으며 멀리 사는 사람은 우편을 이용해 구매한다고 한다. 왜 이렇게 1등이 많이 나오는 걸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다른 가게보다 판매되는 복권이 많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규모의 경제와 같은 맥락이다.


'꽃보다 남자'의 배경도시가 여행상품으로 인기, 편승효과
 

홍콩 마카오는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배경도시로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극중 주인공 구준표가 경영수업을 받는 도시인 마카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자 여행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한 여행사는 곧장 ‘꽃보다 남자-마카오 4일' 상품을 출시해 고객의 시선을 모았다.

“축구장에 물 채워라. 박태환 선수가 수영해야 한다”는 말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인터넷에서 오갔던 농담이다. 올림픽 경기 후 우리나라 수영 꿈나무가 증가하고 있다. 남자 4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박태환 선수의 모습을 보고 우리 아들, 딸도 ‘마린보이', ‘마린걸'을 만든다며 수영센터에 등록시키는 부모가 많아졌다. 특히 수영장에서는 박태환 선수가 대회 당시 착용했던 스피도 수영복을 착용한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관련 업체들은 박태환 효과를 마케팅에서 톡톡히 활용했다.

 시장경제에서 모든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정해진다. 간혹 특정한 요인으로 인해 질서가 무너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바로 유행이다. 어떤 제품이 유행을 타면 판매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 이처럼 특정 상품이 유행하면 너도나도 그것을 사고자 하는 현상을 ‘편승효과(band-wagon effect)'라고 부른다. 불황일수록 스타선수나 유명 연예인들을 통해 심적 위안을 얻으려는 심리 때문에 스타가 착용하는 옷이나 소지품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미국 농구계를 주름잡았던 시카고 불스의 전설적인 선수 마이클 조던은 나이키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단 농구화를 내놓았다. 자신도 이 농구화를 신고 코트를 뛰며 묘기에 가까운 농구 실력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의 이름을 단 에어 조던(Air Jordan) 농구화는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고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린 대박상품이 됐다.

편승효과의 사례는 많다. 극장에 간 사람은 재미있다는 소문을 들은 영화를 선택하고, 그렇게 한두 극장에서 매진이 이어지면 아직 그 영화를 안 본 사람들도 흥미를 갖는다. 이러한 편승효과는 소비자를 유혹하는 마케팅으로 활용된다.


불황일수록 더욱 빛나는, 미끼 마케팅
 

미끼 상품이란 판매자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일반적인 판매 가격보다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미끼 상품은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 공식 브랜드를 대상으로 하며 수요탄력성이 높고 경쟁력이 강한 상품일수록 효과가 있다. 예를 들면 시중에서 배추가 한 포기에 천 원 하는데 어떤 대형마트에서 오백 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하면 소비자는 대형마트를 찾게 된다. 값싼 배추를 미끼로 사용해 소비자들을 불러 모은 다음 상품의 판매 증가를 도모하는 정책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연일 치솟고 있는 물가에 지친 서민들에게 초저가 상품은 더 없이 반가운 대상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미끼 마케팅은 다양하다. ‘십 년 전 가격으로 드립니다'라는 문구, 시간대별로 매일 깜짝 세일을 실시하되 선착순으로 판매 종료를 한다든지, 매일 한 제품을 선택해 기존 판매가보다 20~30%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그런 예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오늘만 이 가격'이라는 문구로 판매하는 상품도 일종의 미끼 상품이다. 비록 미끼 상품은 이윤이 남지 않지만 오히려 많은 광고비를 들여 홍보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이득이 남을 수 있는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 측에서만 미끼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을까? 판매자뿐 아니라 똑똑한 소비자도 마케팅을 활용하려는 경우가 있다. ‘체리피커(cherry picker)'는 신포도 대신 체리만 골라 먹는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로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구매하지 않으면서 미끼 상품과 같은 혜택을 챙기는 소비자를 말한다. 유통업계가 내건 금메달 이벤트 상품에 응모했다가 당첨되지 않자 줄줄이 주문을 취소하거나 금융상품에 가입해 서비스나 혜택을 받고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전략이다.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 같은 ‘미끼 게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판매자는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미끼 마케팅을 활용하고 소비자는 절약의 한 방법으로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 판매자를 이기려는 게임을 하고 있다.


- 조영관 / 경제교육 전문가. 신한카드 부부장. 〈씽아의 生生 경제탐험〉, 〈생생 라이브 경제학〉 저자.

2009. 3. 17. 17:22

[경제학 바이블 1] 생활이 곧 경제학의 무대/ 시장 경제학

[경제학 바이블 1] 생활이 곧 경제학의 무대/ 시장 경제학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매 순간 손익계산을 하며 살고 있다. ‘커피를 마실까, 녹차를 마실까?', ‘지하철을 탈까, 승용차를 탈까?', ‘주택대출금리를 고정금리로 갈아탈까?' 이렇게 우리는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최고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할 것이고, 그것이 바로 경제적 선택이다. 경제란 마음 속에서 무수히 많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 저울질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빈번히 마주치는 생활 속의 경제학 원리를 찾아 보고 경제적 지혜를 얻어 보자.
 

지각을 할까 벌금을 낼까? 기회비용
 
하고 싶은 일과 원하는 것은 많지만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중요한지를 신중히 판단해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를 선택하면 나머지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포기한 것 중 가장 아까운 것의 가치가 ‘기회비용'이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는 매 순간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물건이나 서류를 빨리 받거나 보내야 할 때 이용하는 퀵 서비스도 기회비용을 감안한 선택이다.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교통체증 때문에 길거리에서 허비하게 되는 시간, 물건을 갖고 오가야 하는 수고 등을 생각하면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 하에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퀵 서비스를 이용한다.

어떤 직장에서 지각을 하면 벌금 5천 원을 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신입사원이 늦잠을 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회사에 10분 정도 늦을 것 같다면 택시를 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택시비가 벌금보다 적게 나온다면 택시를 타는 것이 현명한 의사결정일 것이다. 그러나 택시비가 더 많이 나온다면 차라리 지각하고 벌금을 내는 쪽이 더 합리적이다. 그러나 돈 이외의 것을 고려하면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만일 그 동안 지각을 여러 번 해서 근무평점이 나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 돈이 들더라도 택시를 타는 쪽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기회비용을 계산하는 것은 간단하지가 않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경제활동의 시작이지만 잘못된 선택은 후회를 낳을 수 있다.

 
마지막 잎새가 더 소중하다. 희소성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주인공 소녀는 나무의 마지막 잎이 떨어지면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비바람이 몹시 세차게 휘몰아치던 밤, 화가인 할아버지는 담장에 똑같은 잎을 그려 넣고 그것을 본 소녀는 건강을 회복한다. 만약 그 나무에 많은 잎사귀가 붙어 있었다면 소녀는 나무의 잎사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고,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 꿋꿋이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견딘 잎사귀도 다른 잎사귀와 똑같이 여겨졌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마지막 잎은 다른 잎사귀와는 다른 희소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희소성은 장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오백 원에 산 음료수가 산 정상에서는 천 원인 경우도 있다. 고도에 따라 가격까지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반 비용이 가격에 추가되기도 하지만, 산 꼭대기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아이스크림의 희소성이 산 정상으로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희소성을 활용한 제품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남과 다른 특별한 것을 팔아라.” 업체마다 ‘스페셜 에디션(특별판)' 출시가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거나 소장가치가 높다는 점을 무기로 꼭꼭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하우젠 에어컨 광고 모델인 ‘김연아 스페셜 에디션'을 1만 대 한정으로 판매하는 것은 희소성을 유지하는 좋은 사례이다. 김연아 선수의 뛰어난 유연성이 돋보이는 ‘스파이럴' 자세를 본뜬 에어컨을 보는 순간 소비자들은 구매 욕구와 감성적 충족을 느끼게 되고 이는 곧 희소성의 가치로 이어진다.

삼성 애니콜은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하면서 일명 ‘구준표폰' ‘꽃남폰'으로 불리는 ‘햅틱팝'을 출시하여 별칭에 맞게 ‘꽃보다 남자 F4 스페셜 에디션'을 홍보했다. 2만 대 한정판매인 이 휴대전화는 드라마 주인공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같은 기종을 갖는다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꿩 대신 닭, 대체상품
 

우리나라 속담에 ‘꿩 대신 닭'이 있다. 옛날에 조상들은 설 떡국이나 만둣국을 끓일 때 꿩고기로 국물을 내었다. 그런데 산 속에서 꿩을 잡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꿩고기를 구하지 못한 날에는 집에서 키우는 닭으로 육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은 뭔가를 쉽게 얻지 못할 때 다른 것을 대신해 쓴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경제학에서는 한 상품의 수요가 늘면 다른 상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경우 서로 대체관계에 있다고 말하며 꿩이 없으면 꿩과 비슷한 닭으로 대체(代替)하는 것이다.

유사한 상품들 안에서도 각각의 특성이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것저것 따지고 비교하는데,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는 대체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필연적으로 가격경쟁, 품질경쟁, 신제품 개발 노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만일 원조 비빔밥을 먹기 위해 전주에 있는 유명 식당을 찾아갔는데 공교롭게 휴업이라면 어떨까. 되돌아갈 생각을 하며 허탈해하던 순간, 바로 그 식당 근처에 걸린 ‘휴일에도 영업합니다. 길 건너편 ○○식당'이라는 플랭카드를 발견한다면 아마도 ‘돌아가기엔 멀고 배가 고프니 한 번 가서 먹어 봐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맞은 편 식당에서는 대체수요자에게 자신의 식당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소비자가 단순히 가격이나 수요의 초과로 대체재를 찾는 것이 아니다. 똑똑한 공급자는 소비자의 기호와 필요를 반영한 상품을 이미 만들고 여유 있게 손님을 기다린다. 바로 이러한 대체재를 틈새시장으로 볼 수 있다.
 

새해 계획들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다짐한다. 처음에는 굳게 각오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차츰 각오가 허물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각오한 목표를 하루하루 달성하면서 얻게 되는 성취감이 조금씩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계효용'이란 어떤 상품을 소비(혹은 획득)할 때 추가적으로 얻게 되는 만족감을 말하는데, 이러한 만족감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공복일 때 빵 한 개의 효용은 대단히 크지만 두 번째 빵의 효용은 최초의 빵 한 개보다는 분명히 적다. 이와 같이 세 개, 네 개로 증가하면 그 때마다 빵에 대한 효용은 점차 감소하며, 배가 부르면 빵을 먹어도 오히려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소비할수록 고객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나중에 출시되는 제품은 기능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판매하는 것이다. 카트라이더가 다양한 게임 맵을 만들고,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함으로써 오랜 기간 인기를 끈 것이나, 장난감을 대여해 주는 사업이 소비자에게 환영을 받는 것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잘 이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조영관 / 경제교육 전문가. 신한카드 부부장. 〈씽아의 生生 경제탐험〉, 〈생생 라이브 경제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