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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4 2009년 세계경제 전망(LGERI)
  2. 2008.11.21 [유엔미래보고서] 2018년, 한국
2009. 1. 4. 20:37

2009년 세계경제 전망(LGERI)

2009년 세계경제 전망(LGERI)

제연구실 hjkim@lgeri.com

미국의 주택 채권 부실 문제로 야기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신용경색, 자산 감소 효과, 환율의 급등락 등의 경로를 통해 실물 부문까지 파급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이와 같은 경기 침체 확산을 막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재정지출 등 금융시장 조기 안정과 실물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다각적인 정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8년 하반기 이후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는 세계 각국의 역사상 전례를 찾아 보기 힘든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 대응에 힘입어 2009년 중반에 접어들며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09년 상반기에 1.3%, 하반기에 1.9% 성장하는 상저하고(上底下高)의 패턴을 보이며 연간 전체로 1.6%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대규모 부양 정책에 힘입어 경기 둔화 속도를 완화시킬 수는 있겠으나 워낙 부실의 골이 깊고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 본격적인 회복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즉, 2009년에 세계경제가 리바운드 조짐을 보인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성장세는 당분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진정한 의미의 회복은 글로벌 금융 불안과 실물경제 위축의 악순환이 진정될 2010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 목 차 > 
  
Ⅰ. 세계경제 동향  
Ⅱ. 글로벌 공황 막기 위한 각국의 정책 대응 
Ⅲ. 본격 회복 어려운 2009년 세계경제 
Ⅳ. 맺음말
 
  
 
Ⅰ. 세계경제 동향 
  
 
미국의 주택 채권 부실 문제로 야기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자산 가격 폭락과 신용 경색, 개도국의 환율 및 외채위기 등으로 확산되면서 2008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 신용경색, 자산 감소 효과, 환율의 급등락 등의 경로를 통해 실물 부문까지 파급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3/4분기 이후 미국, 일본, EU경제권이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10%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하던 중국경제도 9%대로 하락하면서 개도국 경제의 성장세마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OECD 경기선행지수 역시 선진국과 개도국 지표가 함께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세계경제가 가까운 시기에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2008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국 등 개도권 경제가 선진국의 성장세 둔화에 아랑곳 없이 높은 성장 추세를 유지해 낙관론이 힘을 얻는 듯 했다. 그러나 대 선진권 수출이 급감하고 금융 부문의 위기 해결 시도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하면서 하반기 이후 개도국 경제에 대한 전망 역시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와 같은 세계적 실물경제 위축이 기업 부도 확대에 따른 회사채 시장 경색, 가계 부실 확산, 부동산 시장 냉각 지속 등을 촉발시키면서 금융시장을 다시 혼란에 빠뜨리고, 그 결과로 소비와 설비 투자가 더욱 둔화되는 악순환(downward spiral)이 거듭되고 있다. 
  
 
Ⅱ. 글로벌 공황 막기 위한 각국의 정책 대응 
  
 
세계 각국 정부는 이와 같은 경기 침체 확산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책 대응의 초점은 금융시장 조기 안정과 실물경기 부양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으며, 큰 폭의 적자 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밝혔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역시 이번 위기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미국이다.  
 
1. 미국 : 연준과 백악관 중심으로 적극 대응 
 
미국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양 방향을 모두 아우르는 다양하고 과감한 대책을 집행하고 있다. 우선 2007년 9월 이후 연방기금금리를 꾸준히 낮추어 4%에서 0%대까지 낮췄으며, 환매조건부채권(RP)을 비롯해 기간입찰대출(TAF), 기업어음(CP) 매입을 지원하는 등 달러화 증발(增發)을 통한 양적 금융 완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결과 미 연준의 자산 규모가 지난 1년 새 2.6배로 늘어 12월 18일 현재 2조3천억 달러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앞으로 페니매(Fannie Mae) 등 국책 모기지 업체들로부터 1천억 달러의 채권을 직접 매입하고, 5천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과 모기지유동화증권(MBS)를 매입하며, 학자금과 자동차, 신용카드 등 소비자와 중소기업 대출 지원을 위해서도 2천억 달러를 더 투입할 예정이어서 향후 미 연준의 자산 규모는 3조 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에도 적극적이다. 이번 위기가 조기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아 최종적인 전체 규모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경기하강의 정도에 따라 향후 2년 간 8천억~1조 달러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경기 하강 속도가 워낙 빨라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각종 경기 부양책들을 서둘러 처리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195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신뉴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이미 공언했으며, 도로, 공공건물, 다리 등 전통적 사회기반 시설과 초고속 인터넷 등의 IT기반 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대형 투자계획을 준비 중이다.  
 
2. 유럽 : 재정적자 확대에는 소극적 
 
유럽도 적극적인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재정적자 운용 폭을 제한하는 EU 공통의 재정건전성 권고 기준에서 자유롭지 않아 미국이나 중국만큼의 대규모 적자 재정 편성이 어려운 상황이며, 그 결과 경기 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의 대응 역시 유동성 위기와 신용경색 최소화를 위해 금리 인하,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한 은행자본 확충 등 적극적인 통화 및 금융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CB, 영국중앙은행(Bank of England), 스웨덴중앙은행(Riksbank) 등은 실물경기침체 속도가 더욱 빨라짐에 따라 올 10월 이후 3차례에 걸쳐 2%대까지 정책금리를 인하하였으나, 미국의 제로 금리 선언으로 조만간 금리를 더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밖에 혹시 발생할지 모를 은행인출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예금보장한도를 2만 유로에서 5만 유로로 확대하였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관련 손실이 큰 은행들에 대해서는 은행자본 확충을 위해 공적자금을 직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팽창적 통화정책이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중개 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된 상태에서는 금융, 통화 정책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재정지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EU위원회 역시 경기부양을 위한 일시적인 재정적자 운용을 승인한 상태여서 2009년에는 유럽 각국 정부가 재정 지출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회원국들 임의의 재정적자 확대가 유럽 각국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이탈리아, 그리스처럼 그 동안 누적되어온 재정적자 폭이 상대적으로 큰 국가들의 경우 재정정책의 운용 폭이 더욱 제한될 수 밖에 없어 유럽지역의 재정정책은 미국, 일본, 호주 등에 비해 그 규모나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3. 중국 : 내수경기 부양에 전력 집중 
 
중국의 정책 대응은 금융 부문보다 실물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금융 관련 대책은 금리 인하와 중소 수출기업 대상 신용 확대가 전부일 정도로 금융시장 안정화를 타깃으로 한 응급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이는 중국의 경우 은행 부문의 자산 규모가 큰 반면 첨단 금융기법 관련 노하우가 부족해 파생상품 관련 투자를 억제해 왔는데, 이런 규제가 결과적으로 미국 서브 프라임 위기의 불똥을 막는 방화벽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대응은 매우 적극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뒤이은 실물 부문 위축으로 중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 12월 9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4조 위안(5천5백억 달러) 규모의 재정지출 확대 방안을 발표했으며, 그 첫 걸음으로 내년 1사분기에 보급형 주택 건설 등에 중앙정부가 1천억 위안의 시범 투자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 집행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2조 위안의 추가 재정지출은 중국 경제성장률을 2.8%p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NDRC는 4조 위안의 투자 중 중앙정부가 약 4분의 1인 1조1800억 위안을, 나머지는 지방정부와 사회기구가 담당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확대 정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서부 투자 및 농촌지역 지원이 골간을 이루고 있는데, 이를 통해 중국 소비시장이 외연적으로 확대됨과 아울러, 토착기업 및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 인프라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정지출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고 보장할 수 없고, 정부 지출의 과잉 중복투자와 부정부패 개입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 지방정부들이 자체적으로 발표한 투자 계획이 이미 중국 GDP의 2/3 수준인 18조 위안에 달하면서 이러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공산당 중앙에서 ‘지방 재정확대 검사조’를 투입해 지방정부 차원의 재정지출에 대한 감독과 심사에 철저를 기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런 절차들을 감안할 때 경기대책의 효과는 즉각 발생하기보다는 내년 중반경에야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한편, 대규모 정부 지출 계획에도 불구하고 재정 건전성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중국은 지방정부의 공채 발행을 그 동안 허용하지 않았고, 중앙정부의 부채도 GDP의 30% 미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막대한 국유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재원 마련에 곤란을 겪거나 그 과정에서 커다란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 일본 : 금융시장과 고용 안정 통해 내수 진작 
 
일본 정부도 극심한 수요 위축과 고용 불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융시장 안정화와 함께 실물 부문 대응에 적극적이다. 지난 8월 말 자원 위기 대책과 10월 말에 총 사업 규모 26조 9천억엔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데 이어 12월 19일에 추가 경기 부양책을 발표, 3개 대책의 중복 부분을 제외한 총 사업 규모는 75조 엔 규모에 달한다.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 금융을 안정화시키는 한편 성장능력 확충을 위해 에너지 절약 투자 촉진을 위한 세금 경감 제도 도입, 전자정부 추진을 위한 IT투자 등에 나설 예정이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각 가구에 대한 정액 지급 예산으로 2조 엔을 편성하는 한편, 1인당 최대 600만엔 규모의 주택 대출 감세, 고속도로 요금 인하, 기업에 대한 정규직 고용지원금 지급, 가정의 자녀 양육 지원 등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용 창출을 위한 기금의 설립, 재취업 지원 등에 나서게 된다. 또,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지방 금융기관에 투입할 공적자금 확충, 기업이 발행한 CP 구입, 기업에 대한 저금리 융자 등의 재원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른 가시적인 정책 효과는 2009년 상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경기부양 효과가 조기에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경기부양책을 계속 추가하고 있어 지난 2008년 2/4분기부터 시작된 실질GDP의 마이너스 성장세도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물론 이와 같은 주요국의 정책적 노력들이 100% 성공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통화량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함정에 빠진다거나, 공공부문 투자 계획이 민간 부문의 투자를 구축해 전체적인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이번 위기를 촉발한 부실 요인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2차, 3차 위험이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격적 투자로 인해 발생할 대규모 재정적자가 시한폭탄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수십 차례의 뼈 아픈 위기를 겪으며 축적한 경험이 적지 않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각국 정부가 보여주는 신속한 대응이 그 좋은 예다. 즉, 금융과 재정을 활용한 정책적 대응이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러 차례의 경험을 통해 얻은 학습 효과에 세계 경제 회복의 기대를 걸어 볼만하다. 
  
 
Ⅲ. 본격 회복 어려운 2009년 세계경제 
  
 
이와 같은 적극적 정책 대응에도 불구하고 2009년 세계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세계 동시불황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연간 1.6%로 제2차 유가파동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선진국 및 주요 개도국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겠지만 이런 정책들은 경기 침체 속도를 완화시킬 뿐 극적인 추세 반전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는 선진권 경제 성장률이 대부분 -1%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2009년 상반기에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 1.3%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 중에는 각국의 부양 정책이 조금씩 성과를 내면서 성장세의 하락 행진이 멈추고 1.9% 성장하는 등 다소나마 회복될 전망이다.  

 

그러나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2009년 하반기의 리바운드가 세계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반드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자산 버블 조정이 2009년 하반기까지 일단락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각국의 정책이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금융부실과 실물경제의 동시 불황 구조는 W자나 L자 형을 나타내며 지속될 수 있다.  
 
결국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리바운드 조짐을 보이더라도 그 이후의 성장세는 극히 불안정할 것으로 보이며, 세계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은 적어도 2010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설상가상으로 각국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및 경기 부양책이 실패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선진국에 이어 개도국 경제까지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는 1930년대 대공황 수준의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 선진권 경제, 2009년 중 마이너스 성장 지속  
 
이처럼 2009년 전망이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선진권 경제의 부진이다. 2009년 중에 미국, 일본, 유럽이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선진권 경제가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경제는 부동산 버블 붕괴,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화 상품의 부실화,  금융기관의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금융과 실물경제의 악순환이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일본 경제는 수출 수요 둔화, 엔고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가 경제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2009년 하반기에는 마이너스 폭을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연 평균 전년동기비 성장률은 계속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 공산이 크다.  
 
미국 
 
미국경제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이어지면서 신용경색과 심리적 위축에 따른 급격한 경기침체를 맞고 있다. 고용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 부동산경기도 다시 악화되고 있어 당분간 미국경기의 빠른 하강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비감소가 이어지고 기업투자의 위축도 향후 가속될 전망이다. 특히 세계경기 위축과 달러화 강세로 올해 미국경기를 이끌었던 수출부문이 크게 둔화되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 역시 떨어질 전망이다.  
 
미국경기는 국내외 수요 위축에 의한 기업부실 확대로 금융기관의 어려움이 재차 가중되고, 여기에 가계 부실과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빠른 하락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경제는 금년 3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전년대비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크며 하반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더라도 회복세가 미약해 연간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미국경기 반등의 모멘텀은 오바마정부의 경기대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하강이 빠른 만큼 경기부양책의 규모도 커질 예정이다. 경기부양의 규모는 확실치 않으나 향후 2년간 최소 5천억 달러에서 1조 달러 규모의 부양이 예상되며 이는 GDP의 2~4%에 이르는 규모이다. 경기부양은 상당부분 국채발행을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해외부문에서 상당 부분 자금조달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 연준의 매우 공격적인 통화확장 정책과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하반기 경부터 미국경제는 급격한 침체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금융기관의 신용 위축 현상이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현재 높은 수준인 가계 부채 조정 역시 그 기간 내내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경기부양 과정에서 누적된 재정적자로 인해 2010년 이후 다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1990년대 이후 미국경제는 줄곧 차입을 통해 성장을 유지해왔는데,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경기 위축에서 벗어나는 속도는 빠르겠지만 차입을 통한 성장 구조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어 본격적인 경기 확장 국면으로 돌아설 때까지 경기부진과 회복을 반복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럽 
 
2008년 상반기,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긴축정책이 소비 둔화와 설비투자 조정을 이끌면서 둔화되기 시작한 유럽경제는 이어서 나타난 금융중개 기능의 마비, 신용경색, 기업자금조달 어려움 심화 등으로 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 하락도 금융불안과 함께 소비 위축을 심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수요 둔화가 더해지며 유로지역을 침체 국면으로 빠뜨렸다. 독일과 같이 수출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던 국가들이 타격을 직접적으로 입었으며,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 주요국 대부분이 전 분기 대비 성장률 기준으로 2008년 2분기와 3분기에 걸쳐 마이너스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경기침체는 그 동안 낮아졌던 실업률을 다시 상승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소득 원천의 상실을 의미하여, 이로 인해 소비의 더욱 큰 위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적어도 2009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통화 및 재정정책 효과 가시화, 국제유가 급락, 주택시장 조정 속도 진정 등이 예상되는 2009년 하반기에는 회복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일본 
 
일본경제는 그 동안 소비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수출과 투자에 힘입은 회복세를 보여 왔는데, 세계경기의 악화에 따라 수출이 급락함으로써 2008년 2/4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장기불황기에는 경기가 후퇴 국면에 들어설 때마다 엔화가 약세를 보였으나 이번에는 저금리 엔화 자금을 활용해 왔던 투자가들이 글로벌 위험자산 가격의 폭락으로 인해 엔화 차입을 상환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엔고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수 및 수출 수요 악화와 엔고의 동시 발생에 의한 이중 충격으로 일본 대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그 결과 2008년 1~11월 동안의 상장사 부도 건수가 30건에 달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또, 기업 수익 악화에 따른 투자 억제, 인원 감축 등의 구조조정으로 소비수요 역시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 2009년 일본경제는 1% 내외의 마이너스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일본정부가 준비 중인 총 사업 규모 75조엔, 실질 재정지출 규모 12조엔(2007년 경상GDP의 2% 수준)에 달하는 추가 경기 부양책이 과거와 달리 신속히 집행될 가능성이 높아 일본경기의 누적적인 악화를 완화하는 데는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2. 개도권 경제, 내수 진작 효과에 한계  
 
개도권 경제는 선진국 수요의 급감과 국제금융 불안으로 2008년 하반기 이후의 성장률 하락세가 200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크라이나, 파키스탄, 에콰도르 등으로 파급된 개도국의 외환위기가 BRICs 등의 거대 신흥시장까지 파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중국, 브라질 등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나서면서 개도국경제는 선진국경제와 같은 마이너스 성장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개도국 경제는 대외 의존적 성장을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 수출 감소의 타격을 크게 받을 것이 분명하다. 나아가 투자와 소비 역시 글로벌 경기 악화의 파급효과로 인해 위축될 여지가 크다. 하지만 일각의 우려처럼 경제성장률이 반토막 아래로 내려가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투자가 소비에 비해 경기 변화에 더 탄력적으로 반응해온 점을 감안할 때,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소비 부문보다 투자 부문의 둔화세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개도권에는 중국 등 오랜 기간 흑자 재정을 유지해 온 나라들이 많아 공공 부문의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기 때문이다. 
 
한편, 개도국 중에서도 인도나 브라질처럼 내수 부문 비중이 큰 경제는 글로벌 경기 불안의 충격을 다른 지역에 비해 덜 받겠으나, 중동이나 러시아처럼 경제의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원 부국들은 에너지 자원의 생산량 감소와 국제가격 하락, 외자 유출에 따른 국내 신용 경색 가속으로 실물 경기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중국 
 
글로벌 실물경기가 급락하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수출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올해 하반기 수출·입 추이를 볼 때 내년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내년엔 글로벌 경기 악화의 파급효과로 투자와 소비 모두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투자가 소비에 비해 경기 변화에 더 탄력적으로 반응해온 점을 감안할 때,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소비 부문보다 투자 부문의 둔화세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일각의 우려처럼 경제성장률이 5~6%대까지 하락하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 확장 우선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이 올림픽 기간이었고 정책 집행 시점부터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의 시차를 감안할 때 내년 중반쯤엔 경기하강 국면이 진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성장률을 전망하는 데 있어서는 정부의 의지, 즉 ‘중국 공산당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률 하락을 용인할 것인가’와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얼마나 유효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영향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가정하면, 정부가 커다란 제약 없이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7%대의 성장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 
  
인도 경제의 성장률은 작년 9%에서 올 회계연도 1분기(4~6월)에는 7.9%, 2분기(7~9월) 7.6%로 연속 하락했다. 최근 인도 경제는 국제유가 하락, 인플레이션 완화 등으로 경제여건이 다소 완화되는 듯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뭄바이 테러 등 연이은 악재 출현으로 인해 경기반등의 모멘텀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성장률 하락에서 보듯 인도 경제의 가장 큰 고민은 마땅한 성장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산업생산지수가 2분기 4.5%로 전년 동기 8.7%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소비도 물가폭등과 가계실질소득 감소로 올 9월까지 증가율이 4.7%에 머물렀다.  
 
투자는 인플레를 잡기 위한 고금리 정책과 업종별 구조조정으로 인해 총고정자본 증가율이 작년 13.8%에서 올 9월 한자리 수(9.6%)로 떨어졌다. 교역 부문도 상반기 유가 급등, 환율 상승, 수출대상국 경기침체 등으로 무역수지 적자폭이 전년 동기에 비해 67%나 증가함에 따라 올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작년의 세배를 초과할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 부양을 위해 약 60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인도 중앙은행도 2004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9%에서 8%로 인하하고 민간은행 지급준비율도 9%에서 6.5%로 대폭 낮추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소비세, 유류세 인하, 은행의 외화차입 한도 확대 등 모든 정책수단을 강구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차원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7~8% 이상의 고성장 지속 가능성은 그리 밝지 않다. 가계 실질소득감소에 따른 소비둔화,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 수익감소와 구조조정을 위한 신규투자 축소,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외국인투자 회수 및 신규투자 유보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2003년 이후 첫 감소세로 전환한 수출도 수출대상국의 경기침체로 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브라질 
 
대미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등이 큰 폭의 둔화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브라질은 글로벌 경기 불안의 영향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수년 간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 의존도가 다소 높아진 측면은 있으나 내수 비중이 여전히 크고 국내투자 기여도 역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경제가 갖고 있는 약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 경제주체들의 대응 상황 등을 분석한 결과 이번 글로벌 경제불안으로 인해 브라질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금융과 수출금융 등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효과를 얻고 있고, 할부금 상환의 바탕이 되는 고용 환경도 비교적 양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브라질,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 넘을 수 있을까,” LG 비즈니스인사이트 1019호 참고>. 
 
물론 브라질 경제 역시 3% 내외의 저성장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소비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겠지만 지난 몇 년간에 비해 부진한 성장을 보일 것이 확실하고, 민간 부문의 투자가 크게 줄어드는 데다, 평가 절하에 힘입은 가격경쟁력 상승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간 브라질의 평균 성장률이 2.8%였고, 세계 주요국들에 대해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3%대 성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지난 8년간 연평균 경제 성장률 7%를 기록한 러시아는 전체 수출의 61%, 정부 재정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에너지 자원의 생산량 감소와 국제가격 하락, 국내 신용의 경색 가속에 따라 실물 경기가 크게 위축되는 경기 급랭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에는 유가 급등을 발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까지 낳았으나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국제유가의 하락세 전환, 글로벌 금융위기 심화 등에 따라 국내에서는 외자 이탈이 나타나고 해외에서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신용 경색이 가속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민간 부문에서는 건설, 자동차, 유통을 중심으로 투자와 고용의 감소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생산과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신용 경색에 따른 실물 경기 침체를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신용 경색과 경기 하강 압력을 줄이기 위해 구제 금융을 통해 민간 부문의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선 데 이어, 원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 원유 수출세를 낮추고 내수 진작을 목적으로 부가세 부담을 완화해 왔다. 그러나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대외 변수의 악화, 구제 금융을 집행하는 국영은행의 비효율성, 구제 대상 선정의 정치적 고려 등에 따라 실질적인 정책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정 수입 감소, 두 자리 수의 높은 물가 상승률 지속 등이 추가 대책 마련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동 
 
올 상반기 중동 경제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과 두 자리수대 임금 인상 등에 힘입어 소비도 크게 늘었다. 투자도 각국의 확대된 재정 여력에 기반해 큰 폭 늘어났다. 대다수 산유국은 대규모 부동산 건설 및 플랜트 부문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를 유행처럼 일으켰고 그 결과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의 올 신규 프로젝트 추진 발표 규모만도 약 5~6천억 달러에 달했다. 교역에 있어서도 8월까지의 유가급등에 힘입어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전년 대비 71% 증가한 약 4,9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9월 이후 상황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경기 침체로 국제유가가 올 최고가 대비 1/3 이하 수준으로 급락했다. 유가 폭락은 중동 산유국 GDP의 19%에 달하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크게 감소시켜 내년에는 9% 수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OPEC의 추가적인 감산조치에도 불구하고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지속적인 원유수요 감소로 빠른 시일 내에 유가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시장 불안 장기화 가능성, 부동산시장의 외국인자본 이탈과 가계대출 부실화, 자금경색에 직면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중동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는 늘어나는 상황이다. 각국은 1천억 달러 이상의 경기부양책과 기준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은행예금 지급보증, 서민가계 지원책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GDP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높은 석유의존도 때문에 국제유가가 회복되지 않는 한 성장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Ⅳ. 맺음말 
  
 
글로벌 경제 불안의 실체가 아직 다 드러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세계경제의 향방을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새로운 불안 요인들이 얼마나 더 잠재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의 전망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들을 토대로 분석한 전체 결과를 종합해 볼 때, 2009년 세계경제는 다음의 세 가지 이슈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번 위기의 장기화 여부에 주의해야 한다. 과거의 경제위기들은 다양한 회복 패턴을 보여줬다. 1997~8년 아시아 외환위기처럼 V자를 그리며 단기간에 부진에서 벗어난 경우도 있지만, 1930년대 미국 대공황처럼 더블 딥에 빠지거나 일본의 장기불황처럼 L자형 침체를 그리며 10년 이상 지속된 적도 많다. 따라서 2009년 상반기를 지나며 세계경기의 둔화세가 다소 진정되더라도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고 완전한 회복인지 W나 L자형 회복의 시점인지를 주의 깊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유방임과 규제를 둘러싼 줄타기이다. 이번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미국 금융시장의 감독 실패는 자유방임적 시장 질서 하에서 적절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얼마나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이는 곧 새로운 감독 체계 및 규제 확대의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주의할 점은 그 적용 범위가 금융시장뿐 아니라 교역을 비롯한 환경, 노동 등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각국, 혹은 각 기업들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과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만큼 관련 정부와 기업들은 향후 전개 방향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셋째, 위기 이후의 기회에 대비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를 겪을 때마다 기업의 순위가 크게 변해 왔기 때문이다(<그림 8> 참고). 1987년 이후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기업순위 변화 추이를 비교해 보면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난 직후 기업들의 순위 변화 폭이 컸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존 여력을 소진해 버린 기업들에게는 죽음의 기간이었지만, 경쟁력을 지켜 낸 기업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 결과는 굳이 기업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 경제가 이번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 시점에서 위기의 지속 기간과 회복 시기를 명확히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2009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출처 : LG경제연구원(www.lgeri.com)
2008. 11. 21. 21:24

[유엔미래보고서] 2018년, 한국

[유엔미래보고서] 2018년, 한국

기사입력 2008-11-18 09:38 기사원문보기

  
[유엔미래보고서] 2018년, 세계

10년 뒤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에는 어떤 위기가 닥치고 어떻게 달라지나
국제정치

국가권력 약화되면서 새 기구 ‘세계정부’ 등장
‘똑똑한 국민’ 설득 못하면 국가운영 원천 불가능


2018년이 되면 세계정부(world government), 세계시민권이 유행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영토 중심의 구분, 민족 중심의 정부운영체제로는 지구촌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계정부라는 새로운 기구가 나온 것이다.

유럽연합(EU) 같은 지역정부는 세계정부로 가는 과정이다. 위기와 사회 불안정이 다가오지만 글로벌 리더로 국제질서를 유지할 만한 힘을 가진 국가는 없다. 미국이 빚더미에 앉게 되면서 힘이 빠지고, 중국은 아직 미국을 능가하는 힘을 갖지 못해 국제 리더십에 ‘블랙홀’이 생긴다.

비효율적으로 변한 화폐나 금융시장도 힘이 빠진다. 지금도 각지에서 소요 사태가 일어나고 있지만 중국은 2013~2018년 사이 격랑을 맞을 수 있다.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똑똑한 국민이나 군중의 힘이 특정 부유층에 대한 분노나 시기심의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경찰력이나 군사력이 시위대를 다 조정할 수 없게 된다.

국가의 힘은 더욱 약화된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미래보고서 ‘퓨처 매핑(future mapping) 2030’은 현재 기업의 권력은 14.3% 이고 국가의 권력이 69.3%이지만, 2030년에는 기업의 힘이 85.7%, 국가의 권력은 30.7%로 역전된다고 전망했다.

 개인의 권력은 현재 16.8%에서 2030년 83.2%, 온라인 네트워크 그룹의 힘은 현재 18.1%에서 81.9%로, NGO의 힘은 39.4%에서 60.6%로 바뀐다. 정부가 국민설득, 국민통합을 시도하지 않으면 국가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오는 것이다. 새로운 직접민주주의, 전자민주주의에 익숙한 국민들의 ‘똑똑한 자아(smart identity)’를 설득하기 위해 국민설득부?대국민홍보부가 큰 권력을 갖게 된다. 적시정책(just-in-time policy)을 만드는 것이 최상이다.

▲ 국제 금융위기 공동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0월 12일 파리 엘리제궁에 모인 유로존 15개국 정상들. photo 조선일보 DB
서구의 여러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국민이 기사를 올릴 수 있는 대형정부 포털로 가고 있다. 이제는 전자정부(e-government)라는 말 대신에 연결된 정부로, 모든 것을 하나의 포털에서 원스톱 서비스로 연결시키는 정부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복지?세금?법률 서비스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가장 손쉽게 정리하고 지원하는 포털이 정부보다 더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한 정당이 오랫동안 집권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선거 전략에서 인물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 국민들은 지도자를 존경하기보다 경원시하며 늘 새로운 사람을 원하게 된다.

 또 다른 정당이나 인물을 원하는 변덕쟁이가 되는 것이다. 버펄로주립대 제임스 캠벨(Campbell) 교수의 최근 기고 ‘미국 대통령선거 예측’에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앞으로의 대선에서 미래 지도자의 선택은 인물론이나 정책, 이슈의 선택이 아니라 현 정부 행정능력의 중간 심판으로 간다는 것이다.

타인과의 소통보다 우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세대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이들을 설득하는 군중설득가?군중심리학자?정치성향분석가?집단행동연구가?집단여론설파자?시민사회연구가?문자메시지사?온라인네트워크사?선동문구지도사?군중질서법률가?집단심리관리사 등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한다. 
 

경제?산업

대부분 군인 로봇으로 대체…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장
중국 중산층이 트렌드 주도… 빌려 쓰는 트랜슈머 시대


2015년 무렵 나노기술(nano technology)이 보편화된다. 2020년에는 나노가 생산공정에서 주류가 되며 ‘제2의 산업혁명’이 이뤄진다. 나노 의학 기술, 나노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신소재 개발이 붐을 이룬다. 나노를 응용한 자체 생존 건물들이 들어서서 지진이나 폭발에도 견뎌내는 거주지가 나온다.

SRIC-BI(SRI Consulting Business Intelligence)는 다가올 15년 동안 대변혁을 가져올 기술 6개를 선정해 이것이 미국의 지역?군사력?경제?사회통합에 미칠 변화에 대해 연구했다. 삶의 기본 조건을 바꾸고 수명을 연장하는 바이오 기술이 우선 꼽힌다.

울트라 배터리나 수소 저장물질, 연료전지 기술 등 에너지 저장물질(energy storage material)도 개발된다.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에 기반한 화학물질(biofuels and bio-based chemical)은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는다. 에너지 효율적인 바이오 연료가 도입되면 유전 확보 전쟁의 국제 경쟁이 줄어든다. 바이오 연료의 부산물을 이용한 제품 제조도 각광 받는다. 청정석탄(clean coal) 기술은 현재의 SOC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2025년에는 센서?발동기?전력시스템?소프트웨어에서 로봇이 다양한 서비스를 담당한다. 생명에 위협을 주는 테러 현장에서의 무인 로봇 활용이 가능해지고, 대부분의 군인들이 로봇으로 바뀐다. 고령자의 도우미가 되는 로봇 개발이 진행되고, 청소나 일거리를 담당하는 값싸고 좋은 품질의 로봇이 나온다. 모든 곳을 연결하는 인터넷은 유통 분야에서도 혁명을 일으킨다.

가볍고, 초음속 기류에서도 안정성이 강화된 극초음속 비행기(hypersonic planes)가 나온다.  미국 동부에서 아시아까지의 비행 시간이 2~3시간인 극초음속 비행기의 상용화가 준비되고 있다.

2020년에는 장거리 비행의 30%를 극초음속 비행기가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skycar 또는 flying car)도 나온다. 경비행기(small aircraft)를 소유하는 비용이 현저히 떨어지고, 기술 발전으로 자동차처럼 쉽게 운전할 수 있다. 혼잡 지역 교통의 30%는 자기부상열차(maglev train)가 담당한다. 자동화 고속도로(automated highway)도 나와 센서와 무선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들이 전자 차로 위에서 컴퓨터로 속력과 방향, 제동을 조정하며 운행된다.

▲ 가상 현실을 이용하면 사이버 공간에서 자동차 테스트를 할 수 있다. photo 지멘스
선진국의 저출산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팽창 일로의 경제는 주춤하게 된다. 고령화로 복지 예산이 급격히 증가한다. 인구 감소로 여성이나 장애인, 고령 인구가 생산 노동력으로 본격 흡수되며 사회 구조가 변한다. 여성을 위한 아동 도우미 산업,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휠체어나 교통수단의 변화,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의료 서비스 산업이 부상한다.

소비에서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 모든 소비재의 70%는 여성이 구매한다. 구매력의 70%를 여성이 차지하는 것이다. 가구의 94%, 여행과 휴가지 결정의 92%, 집 구입의 91%, DIY 제품의 80%, 은행계좌의 89%, 투자 결정의 67%, 창업의 70%가 여성의 손에 달렸다. 오드 지제니스(Zieseniss)는 2006년 10월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모든 상거래를 여성이 좌지우지하는 위미노믹스(womenomics)의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44~65세가 새로운 최대 소비 계층으로 떠오른다. 이 세대는 18~43세의 구매력보다 45% 더 크다. 학력 인플레와 함께 돈과 직업이 없는 18~43세 사이의 소비 계층은 급격히 힘을 잃는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제품의 양극화가 일어난다. 고령 인구는 단순하고 강한 것을 원하지만 신세대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요구하기 때문이다.

고령 인구는 다양한 디자인 대신, 사용하기 쉽고 튼튼한 제품을 원한다.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고 세게 눌러도 부서지지 않으며 사용하는 버튼만 있는 것을 좋아한다. 단순하고(simple) 신뢰할 수 있는(reliable) 상품이 최고다.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재택 서비스도 각광 받는다. 광고의 주인공으로 중?노년층이 많이 등장하고, 드라마도 중?노년층 대상으로 바뀐다.

체험적 소비자인 트라이슈머(trysumer)의 시대가 온다. 트라이슈머란 ‘시도하다(try)’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말이다. 소유가 아닌 경험을 사는 신세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구매에서 중요하다. 이들은 관습이나 광고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다. 사전에 정보와 리뷰를 확인하고 새로운 서비스나 맛, 제품이나 장소 경험을 체험한 뒤 구매하는 것이다. 이들은 구두나 핸드백을 구매할 때 신발을 신고 한 블록을 걸어보거나 핸드백을 두세 시간 사용해 본 뒤 제품을 구입한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늘 빌려서 쓰고 질리면 새로운 제품으로 바꾸는 트랜슈머(transumer)를 낳았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만들어 주던 유행’에서 ‘스스로 경험하는 DIY’로 변한 것이다. 권태감을 빨리 느끼고, 항상 변화와 새로운 충격을 원하는 신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다.

비싼 파티복이나 가방, 액세서리 대여는 물론 비행기나 조종사, 심지어는 회사나 사람을 빌리는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부분 소유권, 즉 회원권이 뜨는 것이다. 룸메이트 교환 서비스, 아파트 전체를 빌려 그룹 임대를 통해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사는 경우도 생겨난다. 모험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사회는 ‘돈은 많지만 시간이 없는(cash rich, time poor)’ 사회로 바뀌었다. 인터넷에 익숙해져 모든 것에 대해 신속한 답변을 얻는 사회는 사람들에게서 인내심을 빼앗아갔다. 조금도 오래 참지 못하는 사회다. 사람들은 빠르고 간결한 선택(fast and simple choice)을 원한다.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나 이용료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공짜 경제모델’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중산층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10대는 세계 최대의 틴(teen) 시장이다. 이들은 첨단 기술에 열광하면서 싼 가격의 제품을 찾는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트렌드가 지구촌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다. 인도의 콜센터에 근무하는 고급 교육 인력도 새로운 접속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럽?미국?일본의 고령 인구에도 주목하자. 이들은 처음으로 초고령화 사회를 경험하는 집단이다. 인텔사는 은퇴 이후 공동체에 제공할 다양한 건강?헬스 기술을 개발했다. 선진국에서는 레즈비언이나 게이 등 동성애자들의 공동체가 커지고 이들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낸다. 

이메일 산업에도 새로운 시장이 뜨고 있다. 자신이 죽고 난 뒤 자식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수십 년 후에 전달될 이메일을 보내주는 사업이다. 자신이 죽은 뒤 가족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인생의 지혜를 전해주거나, 가장 절망적인 순간 용기를 주는 이메일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위치 추적과 사람 찾기 서비스도 주목할 만하다. 전화에서 가장 많이 묻는 말이 “지금 어디 있냐”는 말이다. 자동으로 위치가 드러나는 기술이 보편화된다.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식당이나 영화관을 자동으로 알려주고 좋아하는 영화가 나오면 자동으로 예약해 주는 서비스도 나온다.

기업들은 제품의 결함을 미리 탐색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군중 소싱(crowdsourcing)’을 도입했다. 생산과 서비스 과정에 소비자나 대중이 참여하도록 개방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수익을 참여자와 공유하려는 방법이다. 업계의 전문가나 내부자에게만 접근이 가능했던 지식을 공유하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 과정에 비전문가나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유도해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수많은 개인, 소수 의견이 함께 존중 받는 다양성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유엔미래보고서] | 인터뷰 | 제롬 글렌(Jerome Glenn) 유엔미래포럼 회장
“통일 대비해 북한 아동 영양과 두뇌발달에 관심을 집단지성과 지식정보 수준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
▲ photo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1월 5일 서울 정릉동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 사무실에서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을 만났다. 한국 정부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글렌 회장은 미국 매사추세츠대학에서 미래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세계적인 미래학자. 매년 발간되는 유엔미래보고서 필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오바마 상원의원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지난 8년간 부시 정부는 유엔을 마치 미국 정부의 도구처럼 부렸습니다.

하지만 오바마는 아프리카 케냐, 인도네시아, 하와이와 같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서 유엔과 더욱 잘 화합할 것입니다.”
오바마 당선자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 그는 “부시 정부에서 무력 사용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자들이 대접을 받았다면 이제는 그동안 바보로 취급되던 이상주의자들이 대접을 받을 것”이라며 “지난 8년 공화당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사람들은 무엇에 진정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고 투자를 했다”며 “차입매수(LBO) 등의 방법을 동원해 카드를 여러 장 겹친 것과 같은 중층 구조 속에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위기의 파급 효과가 클 수밖에 없었다”고 금융위기의 원인을 꼬집었다.

 하지만 그는 “위기는 기회인 만큼 잘 극복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는 또 “많은 사람들이 이번 위기를 통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비로소 깨닫게 된 측면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올해 유엔미래보고서에서 화두 중 하나인 ‘권력이동(Power Shift)’에 대해 강조했다. “‘권력’이라는 것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라며 “금융위기로 인해 국가와 같은 조직의 역할은 더욱 줄어들고 1인 미디어와 같은 개인의 힘이 새롭게 부각될 것입니다. 과거 영국왕실에서 의회로 권력이 넘어갔고 요즘은 영국 기업들이 고용을 좌지우지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지는 개인이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오마이뉴스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 권력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기존 미디어를 위협하고 있지 않습니까” 라고 반문했다.

최소한 5번은 한국을 방문했다는 글렌 회장은 우리나라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위키피디아와 같은 인터넷 ‘집단지성’이 사회를 움직이는 진정한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새로운 시대에는 국가의 지성과 지식 정보를 끌어올리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는 “집단지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걸친 전문가들과 일반인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엔미래보고서 한글판에 소개된 통일과 북한에 대한 전망과 관련해서도 그는 독특한 견해를 제시했다. 북한의 식량위기와 같은 문제도 중요하지만 북한 아이들의 두뇌발달에도 한국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글렌 회장은 “북한 아이들은 철분?단백질 부족과 같은 영양실조로 인해 두뇌발달이 같은 나이 또래의 남한 아이들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며 “통일이 되어 남북한의 도로, 철도와 같은 사회 인프라가 결합되어도 아이들의 ‘두뇌발달’ 수준을 동일하게 맞추는 것은 힘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때문에 대북지원에 있어서 “충분한 영양공급과 함께 아이들의 두뇌를 발달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등도 고려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이 전세계에서 시시각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충분한 장악력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유엔이 사무총장에게 비행기표를 사주고 손을 흔들어 배웅해 주는 것이 다가 아니다”며 “전쟁, 기아, 홍수와 같은 전세계의 모든 정보가 한곳에 집결되는 상황실과 같은 것을 만들어 사무총장이 모든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장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유엔미래보고서] | 인터뷰 |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 대표
“미래는 똑똑한 개인들이 권력 쥐는 세상 정부는 효과적 국민 설득 위해 고민해야”
▲ photo 이구희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박영숙(53)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는 지난 7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08 세계미래회의(World Future Society)에서 참석자들로부터 한국의 촛불시위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세계미래회의는 매년 세계 50여개국에서 2000여명의 미래 전문가들이 참석해 지구촌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행사. 박 대표는 “한국의 촛불시위는 미래학자들이 공식처럼 얘기하는 권력의 전이(轉移)를 예고한 실감나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고 말했다.

“미래학자들의 공식 중 하나는 앞으로 개인이 권력을 쥔다는 것입니다. 과거 농경시대 종교가 쥐고 있던 권력은 산업화가 되면서 국가로, 정보화 사회에서는 기업으로 옮겨갔습니다. 2015년경 우리가 맞이할 후기 정보화 사회에는 이것이 개인으로 옮겨간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전망입니다. 한국의 촛불시위에서 등장한 스마트 몹(smart mob)은 똑똑하고 권력화한 개인의 출현을 보여줬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박 대표는 당시 외국 전문가들과의 의견 교환을 바탕으로 최근 세계적 미래학지인 ‘퓨처 테이크스(Future takes)’에 ‘박의 법칙(Park’s Law)’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미래 전문가들은 자신의 이론을 공식화한 법칙을 만들어 공인받기를 원한다.

 박 대표가 처음 만든 미래 법칙 1호는 ‘광역통신망이 더 많이 퍼질수록 대중적 리더십은 줄어든다(The more broadband penetration, the less is leadership popularity)’는 것.

“한국의 세계적 초고속통신망은 권력을 쥔 개인을 양산해내며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입니다. 최근의 안타까운 사건에서 보듯 정보를 공유하는 권력화된 개인들이 모여 거물 여배우를 죽음으로 몰아가지 않았습니까. 초고속통신망으로 엮인 무명인들이 모여 유명인을 죽이고 대통령을 향해 하야를 외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2015년 후기 정보화 사회가 되면 본격적으로 정부의 힘이 빠지고 대의민주주의도 흔들릴 것입니다. 유엔미래보고서 한글판에도 썼지만 광역통신망의 확산이 결국 남북 통일도 실현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해야만 합니다.”

박 대표가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바로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의 물결에 대한 우리의 대처와 관련된 부분이다. 박 대표는 “선진국 정부는 국민이 점점 더 똑똑해진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공무원 역량의 절반 이상을 정책 홍보와 국민 설득에 쓰고 있고 똑똑한 군중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도 국민 앞에 정책을 던지듯이 내놓는다”고 비판했다.

“미래학은 지적 유희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전략 중 하나입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50여개국이 의회나 정부 안에 미래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우리도 이명박 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아직 ‘미래’가 아닌 ‘행정’에 치중하는 인상입니다. 진정한 미래위원회는 향후 10년 안에 예상되는 이슈를 건드리면 안됩니다.”

현재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9년째 근무(수석보좌관)하고 있는 박 대표는 그 전에 주한 영국 대사관에서 18년간 근무하면서 영국 정부를 대신해 세계 각지의 미래학 대회에 참석하다 미래학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경우. 2004년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 설립을 주도했고, 2006년부터 유엔미래보고서 한국 관련 전망 부분을 대표 집필해왔다.

한국수양부모협회를 설립해 아동 인권 보호에도 나서고 있다. 박 대표는 “미국인 남편과 살면서 독일계 시어머니와 노르웨이계 시아버지를 모시다 보니 지구촌의 미래에 대해 골몰할 수밖에 없다”며 “세계적 미래학자인 짐 데이토 박사가 말한 ‘미래 법칙 1번은 처음 들어서 우스꽝스러워야(ridiculous) 가치가 있다’는 명언대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 정장열 차장대우 jr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