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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5 [21세기 메가트렌드] ③문화 콘텐츠와 IT의 융합 / 환상적인 신세계를 열어 가는 ‘컬처 테크놀로지’
  2. 2009.01.23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4편] 조직문화 관리와 조직창의성 / 나름의 크고 작은 창의성 실천으로 킬러앱(killer application)을 창출하자
  3. 2008.08.29 [옮김] 덤의 문화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09. 3. 25. 19:53

[21세기 메가트렌드] ③문화 콘텐츠와 IT의 융합 / 환상적인 신세계를 열어 가는 ‘컬처 테크놀로지’

[21세기 메가트렌드] ③문화 콘텐츠와 IT의 융합 / 환상적인 신세계를 열어 가는 ‘컬처 테크놀로지’


<괴물>이나 <반지의 제왕>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가장 큰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감독의 역량? 배우의 연기력? 시나리오의 완성도?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모두 관객을 불러 모으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이것'이 없거나 부족했다면 이 영화들은 애당초 만들어지지 못했거나 실패작으로 끝났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구현하는 테크놀로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문화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결정짓는 컬처 테크놀로지(CT; Culture Technology), 즉 문화기술이다. 


문화와 기술의 융합은 당연한 귀결

 
“문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명제를 접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문화에 도대체 무슨 기술이 필요하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래, 문화에도 기술이 필요해. 음악이든 미술이든, 대가들은 뭔가 특별한 기술을 가졌잖아!”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첫머리에 주어진 명제의 참뜻을 제대로 짚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한 개인의 예술적 기교나 재주 등을 일컫는 ‘테크닉'이 아니라 공학적 기술인 ‘테크놀로지'를 의미한다. 여기서 또 다른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인간의 정신적, 정서적 활동의 소산인 문화에 왜 테크놀로지가 필요한 것일까'라고 말이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자 디지털 기술의 시대이며 또한 융합의 시대이다. 따라서 문화와 기술의 융합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즉 문화향수의 욕구가 많아 지고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졌으니 그에 따른 기술적 진보는 당연한 귀결이다. 문화와 기술은 둘 다 사람들의 필요와 요구에 맞춰서 발전하는 것이다.

 


‘문화적 삶의 질' 향상하는 기술

 
문화와 기술의 동반 진보에 따라 등장한 것이 바로 문화기술이다. 문화기술은 좁게는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과 같은 각종 문화 콘텐츠의 기획, 개발, 제작 등에 필요한 기술을 지칭하지만, 보다 넓게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총체적인 기술을 뜻한다.

문화기술이 대두된 배경에는 문화 콘텐츠의 양상 변화가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한다. 과거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되던 문화 콘텐츠가 디지털화 추세로 가고 있어 기술적 요소의 비중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이 작품 완성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화산업, 콘텐츠 자체가 100%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지는 게임산업 등의 예만 보더라도 문화기술의 중요성과 가치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과학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20세기 산업시대에는 ‘먹고 사는 데 필요한 기술'이 대접 받았다면,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지적, 감성적 만족감을 채우는 데 필요한 기술'이 더욱 인정 받게 된 것이다.


한국 문화기술 수준 급속 성장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을까. 가장 대중적인 문화상품인 영화에 적용되는 기술 사례를 살펴 보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사에 신기원을 이룬 <태극기 휘날리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전혀 부럽지 않은 대규모 전투 장면을 통해, 이전 국내 전쟁영화와는 완전히 차원을 달리하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가 보여 준 극적인 사실감은 상당 부분 군중(群衆) 신에 적용된 ‘3차원(3D) 디지털 캐릭터' 기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기술은 엄청난 숫자의 엑스트라가 필요한 장면을 식은 죽 먹듯 쉽게 연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화 <괴물>에서는 보다 고도의 기술이 활용됐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은 이른바 ‘디지털 크리처(Digital Creature)', 즉 디지털 기술로 이미지가 창조된 생물체다. 디지털 크리처는 인간, 동식물, 외계인 등 생명체를 실사(實寫) 수준으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또한 괴물의 공포스러움을 극대화하는 입과 꼬리는 애니메트로닉스(Animatronics; Animation + Electronics) 기술로 제작되었다. 애니메트로닉스는 매우 정교한 기계적 작동으로 물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기술이다. 특수분장이나 컴퓨터그래픽으로는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할 때 쓰인다. 영화 <각설탕>에서 여배우 임수정과 애틋한 정을 나누는 말(馬)이 바로 애니메트로닉스로 제작된 말이다.

 


‘5대 문화산업 강국' 도약의 히든카드

 
우리 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 문화기술을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문화기술을 통한 세계 5대 문화산업 강국'이라는 미래 비전이 정부의 정책 목표다. 지난 수년 동안 이뤄 낸 국내 문화기술 개발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세계 일류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분야도 적지 않다.

특히 ‘디지털 크리처' 기술은 세계 영화시장으로 당당히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할리우드 영화 <포비든 킹덤>에서 활용된 디지털 크리처를 비롯한 특수효과 부문은 국내 업체가 완성한 것이다.

문화유산을 3D 입체영상으로 복원하는 ‘디지털 복원 기술'도 매우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숭례문, 창덕궁, 거북선 등 중요 문화재가 현재 3D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돼 게임,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수 안경을 끼지 않고도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3D 입체영상 디스플레이' 기술도 국내 업체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이미지를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그 각도에 맞는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보는 주체와 보이는 객체가 마치 한 공간에 공존하는 듯하다. 3D 입체영상 디스플레이 기술은 영상산업뿐 아니라 홍보, 광고, 전시 등의 용도로도 널리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책 속의 여러 이미지 정보(가령 사람, 동물, 건물 등)를 컴퓨터 화면에 가상현실 객체로 띄우는 ‘디지로그(디지털 + 아날로그)북', 인물 사진을 화가가 그린 작품처럼 변환시키는 ‘디지털 초상화', 카메라가 내장된 브러시(일종의 붓)로 특정 이미지를 디스플레이에 옮겨 그리는 ‘디지털 캔버스', 대형 벽면(화면)에 무한대의 디지털 정보창고를 구현하는 ‘인포월(Info-Wall)' 등의 문화기술이 조만간 실용화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화기술의 정점은 오감형 콘텐츠

 
문화기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들은 그 지향점을 ‘오감(五感)정보처리기술'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인간의 오감을 총체적으로 충족시키는 ‘오감형 콘텐츠'의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형 기술이다.

오감형 콘텐츠는 현실 세계와 흡사한 정도의 감각 자극을 제공하는 ‘실감형 콘텐츠(realistic contents)'다. 여기에는 3D 디스플레이, 입체음향, 손으로 만지거나(haptic) 몸에 걸치는(wearable) 체험형 콘텐츠 등이 있다. 심지어 냄새를 맡는 전자 코(e-nose), 맛을 보는 전자 혀(e-tongue)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가상현실이 구현되는 것이다.

오감정보처리기술은 현 단계에서 예상되는 가장 최첨단의 문화기술이다. 이 기술이 본격 등장하게 되면 문화 콘텐츠는 더 이상 간접체험의 수단이 아니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문화기술이 만들어 가는 신세계는 더 이상 몽상이 아니다. 성큼 다가온 내일의 모습이다.


- 김윤현 / 한국일보 출판국 기자, 주간한국 문화팀장, 포춘코리아 시니어라이터.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1. 23. 23:56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4편] 조직문화 관리와 조직창의성 / 나름의 크고 작은 창의성 실천으로 킬러앱(killer application)을 창출하자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4편] 조직문화 관리와 조직창의성 / 나름의 크고 작은 창의성 실천으로 킬러앱(killer application)을 창출하자


최근 많은 기업의 히트 상품이 직원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이러한 아이디어 창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모든 직원이 나름대로 크고 작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규모가 큰 조직창의성이 구현되려면 조직의 풍토 자체가 창의적이어야 한다.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킬 커다란 창의성은 개개인이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작은 창의성, 그리고 그러한 실천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전반적인 조직 풍토에서 나온다. 서로 나누는 말 한마디, 서로의 좋은 측면을 보고 인정과 격려를 나누는 분위기가 세상을 놀라게 할 킬러앱을 창출할 수 있다.


조직창의성의 의미와 유형

창조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떻게 하면 조직창의성을 높일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조직이란 개인의 개성이나 튀는 행동보다는 규율과 협력이 중시되는 곳으로 창의성과는 일부 상충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충을 극복하고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21세기 기업의 핵심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조경영은 어렵게 생각하면 끝없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천지창조만이 창조라고 한다면 창조는 감히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남이 안 하던 방식, 나만의 색깔을 넣어서 조금만 새로운 측면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일종의 창조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창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적 활동을 구분하는 유용한 도식이 있다. 영국 셰필드 대학의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케리 운스워스(Kerrie Unsworth)가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회 저널인 지에 발표한 논문 (2001)의 도식에 따르면 조직창의성은 자발적이냐 지시에 의한 것이냐, 닫힌 문제냐, 열린 문제냐의 기준으로 다음의 넷으로 나뉘어진다.

1) 기대 창의성(expected creativity): 정형화되지 않은 광범위한 과제로서 조직이 공식적으로 지시한 경우, CEO 지시에 의한 조직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
2) 반응적 창의성(responsive creativity): 단순하고 정형화된 문제를 상사의 지시에 의해 수행하는 경우
3) 기여적 창의성(contributive creativity): 단순하고 정형화된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경우
4) 적극적 창의성(proactive creativity): 정형화되지 않은 광범위한 과제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경우

 

과거 우리 기업은 주로 위로부터 내려오는 지시에 따른 창의성 발현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거둬 왔다. 특히 기대 창의성의 경우 CEO의 의지를 받아들여 전사 차원에서 형성된 T/F가 제한된 시간 내에 핵심 과제를 성공시키고 이를 통해 기회 선점을 주도하는 것은 우리 기업만의 독특한 강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창의성의 유형이 경영진의 지시에 의한 것보다는 밑으로부터의 자발적인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GE, 구글, 애플의 히트 상품들이 직원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러한 아이디어 창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영진이 방향을 제시하고 전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밀고 가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 기업의 문제점은 창조적 역량이나 추진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아이디어 창출 및 실행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문화 관리 전략

결국 향후의 조직문화 전략은 어떻게 하면 ‘반응적 창의성(responsive creativity)'을 ‘적극적 창의성(proactive creativity)'으로 확대 발전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 작은 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틀을 뛰어 넘는 파격적 아이디어의 제안과 실행이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조직은 작은 창의성에서 큰 창의성까지, 그리고 참신한 발상에서 현실적 문제 해결과 성과 창출을 위한 실행력까지 다양한 창의성의 스펙트럼을 구비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창의성의 발원지가 조직의 상층부만이 아니라 전 계층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제안과 실행은 소수 엘리트만이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조직창의성 구현에 큰 걸림돌이 된다.

 

물론 회사의 전략적 초점을 받는 큰 창의적 프로젝트에 모두 다 참여할 수는 없다. 각자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디즈니의 경우 테마파크의 기획, 캐릭터 창출 등 전략적 과업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달리, 시설/안전관리, 고객 대응 등을 담당하는 일반 직원의 경우는 엄격한 규정과 매뉴얼의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직원들도 자기 직분 내에서 지속적으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이들은 작은 창의성, 특히 상사가 지시하지 않은 자기 업무의 독자적 차별화, 즉 기여적 창의성(contributory creativity)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직원이 나름대로 크고 작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규모가 큰 조직창의성이 구현되려면 조직의 풍토 자체가 창의적이어야 한다. 대문호가 나오려면, 개성 있는 아마추어 작가군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이백과 두보를 낳은 성당시대(盛唐時代)에 내로라하는 시인만 1만 명이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조직원이 일사불란하게 군기가 잡혀 있는 상황에서 특정 연구실, 특정 조직만 경이적인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창의성이 존중받고 박수받는 조직 풍토, 프로와 아마추어가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조직이 창의적 성과를 달성한다.


작은 창의성 실천에서 킬러앱 창출로

“나폴레옹의 군대에서는 졸병도 나폴레옹이 된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것은 나폴레옹이 병사들을 지시에 복종하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로 보지 않고 전략과 전술의 실행자로 존중했음을 의미한다. 회사의 전략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임직원을 만들려면, 우선 회사의 중요 정보가 소통이 되어야 하고, 임직원이 도구가 아닌 주체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 조직행동론에서는 임직원 간 관계의 질, 상호 존중, 긍정적인 조직 분위기가 창의성의 전제조건이라는 연구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킬 커다란 창의성은 개개인이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작은 창의성, 그리고 그러한 실천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전반적인 조직 풍토에서 나온다. 서로 나누는 말 한마디, 서로의 좋은 측면을 보고 인정과 격려를 나누는 분위기가 세상을 놀라게 할 킬러앱(킬러 애플리케이션: killer application)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 김은환 /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8. 8. 29. 18:09

[옮김] 덤의 문화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명사]: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

 

덤이라는 말은 내가 주체일 때는 뭔가 하나를 더 주었다는 긍정의 표현이 되지만 내가 객체가 되었을 때는 잉여인생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그만큼 덤의 문화는 우리에게 양날의 칼처럼,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덤이라는 것이 조금 더 얹어 주는 일이라는 주체적인 표현임을 인식할 수 있다면, 근래 우리의 덤 문화가 주체가 되기보다는 객체가 되려는 움직임이 강했음을 깨닫게 된다.

 

덤은 더하는 문화다. 나의 여유로움을 떠나 상대의 행복을 더해주는 선물의 문화가 바로 덤이다. 덤은 빼기의 문화다. 나의 것을 빼어 행복을 찾는 역발상의 문화가 바로 덤이다. 덤은 곱하기의 문화다. 내가 줌으로써 나와 너, 우리가 행복해지는 제곱의 문화가 바로 덤이다. 덤은 나누기의 문화다. 나의 것을 나누고 행복을 나누고 나아가 우리 모두의 넉넉한 삶을 나누는 시너지의 경제학이 바로 덤이다.

 

얼마 전에 퇴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의 사회공헌활동이 화제다.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부자가 보여주는 진정한 덤의 문화이기 때문이 주목 받는 것이다. 그가 주창하는 창조적 자본주의야말로 덤이라는 우리문화 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무의식이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도 창조적이라는 말이 더해지면 행복한 개인주의가 될 수 있듯이,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하는 덤 문화의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덤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행하(行下)라는 우리의 옛 풍습을 살펴보자. 행하란 경사가 있을 때 주거나, 위로조로 내리는 금품, 품삯을 뜻하는 말이다. 주로 놀이나 놀음이 끝난 뒤 기생이나 광대에게 준 보수를 행하라고도 하였다. 또한 새로 관직에 임명된 관리가 인사와 관계가 있는 중앙 여러 관부의 관리들에게 음식을 내려 주는 것도 행하라 하였다. 결국 행하라는 것은 Bottom-Up의 문화가 아니라 Top-Down 혹은 잘못된 Bottom-Up의 관습이었다. 그러나 덤의 문화는 행하와는 다르다. 그것은 자발적인 동기로 발원하는 풍류의 문화였기 때문이다.

 

덤의 부정적인 모습이 바로 행하의 문화이며, 행하의 현대적인 모습들이 바로 부정과 부패로 연결되는 우리 정치와 경제의 관습이다. 있는 사람들이 나누는 것이 진정한 덤의 문화일진대, 요즘의 덤은 서민의 미소 속에서만 살필 수 있는 희귀한 문화로 존재하게 되었다. 가진 사람들의 덤은 행하로 변질되어 Top-Down 혹은 잘못된 Bottom-Up의 시끄러운 이중곡만을 연주하는 사회의 종양이 되어 버렸다. 수술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행하문화의 수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저 밑바닥의 아름다운 덤 문화를 차근차근 올려 보내는 일이 더욱 쉬운 일이다. 검은 물과 맑은 물이 섞여서 어떤 물이 될지는 위대한 국민들의 몫이라 믿는다.

 

한국경제의 기적은 낭만주의의 소산이다. 당당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꿈을 꾸는 경제인들과 국민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우리는 200년이나 걸리는 경제성장을 단 60년 만에 이룩할 수가 있었다. 한국적 낭만주의에는 덤의 문화가 숨어 있다. 사장의 영광을 직원들과 나누고 회사의 영광을 다른 회사와 나누고, 경제의 영광을 나라와 나누는 덤의 문화야말로 한국경제가 기적을 만들 수 있었던 낭만주의의 핵심정신이 아닐까? 하지만 일찍 터뜨린 샴페인은 우리가 만든 기적의 철학을 일찌감치 감춰 버렸다.

 

우리 영토의 문제를 다른 나라에 기대어 해결하려는 정치의 현실과 독점과 과점을 지상과제로 여기며 협력을 군림으로 여기는 경제의 현실. 피와 땀으로 일군 경제의 기적이 끝나기도 전에 영리한 펜대만 굴리며 재산증식을 기대하는 국민들.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식이라는 공인된 도박 속에서 성장을 부르짖는 어리석은 민중의 메아리가 바로 덤의 문화가 상실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믿음직한 지도자는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바로 위대한 민중 자신들이라는 사실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지금이야말로 덤의 문화로 행복했던 우리 선인들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다.

 

진정한 덤의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고달픈 현실 생활 속에서도 늘 마음의 여유를 갖고 즐겁게 살아갈 줄 아는 삶의 지혜와 멋, 즉 풍류(風流)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칠 줄 모르고 채우기만 하는 우리의 검은 머리를 풍류의 정신으로 깨끗이 세탁해야 할 때다. 풍류의 정신이야말로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제2의 낭만주의이며 사라진 덤의 문화를 복원시켜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어 줄 영원한 처방약이라고 믿는다. 부족한 글을 백범 김구 선생님의 나의 소원을 빌어 마칠까 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나의 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