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12.22 불황기, 역발상 마케팅의 3가지 교훈
  2. 2008.12.18 [Surviving in Red Ocean]“익숙한 것이 좋아!” 레드오션은 살아있다
  3. 2008.12.11 위기관리 차원에서의 브랜드 관리(Oricom Brand Journal)
2008. 12. 22. 14:43

불황기, 역발상 마케팅의 3가지 교훈

불황기, 역발상 마케팅의 3가지 교훈


제일기획은 IMF시기(1997~2002) 동안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성공 사례를 분석해 최근의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자 불황기 마케팅 성공 전략인 ‘불황3訓'을 21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1997년 기준 국내 매출 1,000위 기업 중 광고비 집행 상위 200개 회사를 대상으로 IMF 시기(98 ~ 99년) 동안 기업들의 광고비 투자와 그에 따른 2002년까지의 매출 추이 관계 및 마케팅 전략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1. IMF시기의 광고 활동과 기업 매출간의 관계 분석

이번 조사 대상이 된 200개 기업 중에서 IMF 기간 중 97년보다 광고비를 10% 이상 증가시킨 기업은 55개사였고,
(-)10 ~ 10% 내외로 광고비를 유지한 기업은 26개사, 10% 이상 광고비를 삭감한 기업은119개사였다.

이번 분석 결과 IMF 불황기(98~99년)에 광고비를 증가시킨 기업은 같은 기간 동안에도 97년 대비 약2배 (199%)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지만, 광고비를 축소한 기업은 매출이 94%로 하락했다. 또

한 IMF 이후 경기 회복기에는 IMF 당시 광고비를 증가시켰던 기업이 97년 대비 매출이 3배(307%) 이상 증가했지만 광고비를 유지한 기업은 1.4배(141%), 축소한 기업은 단지 1.1배(110%) 매출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표1) IMF 광고 활동과 기업 매출 관계


*97년도 매출액 평균을 100으로 놓았을 때, 광고비 증가, 유지, 삭감 기업의 연도별 매출액 변화

구체적인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기/전자/정보통신 및 기타 내구재' > ‘금융/기타 서비스' > ‘식품/생활용품' 순으로 불황기의 광고 투자가 회복기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정보통신 및 기타 내구재 부문'의 경우 불황기에 광고를 증가·유지 기업의 회복기 매출은 97년 대비 4~5배 이상 성장을 했지만, 삭감한 기업은 거의 성장하지 못했으며 (표2), 금융 및 서비스 부문의 광고비 증가·유지 기업의 회복기 매출은 97년 대비 평균 1.7배 성장했지만, 삭감 기업은 1.3배 성장하는 데 그쳤다.

표2) ‘전기/전자/정보통신/기계/화학/건설'업종 97년도 대비 매출액 추이

2. IMF시기 마케팅 성공 사례 분석을 통한 ‘불황 3훈(訓)'

불황기에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위험기피' 식 의사 결정을 하게 되고, 방어적인 마케팅 전략을 채택한다. 즉 시장 방어를 위해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마케팅 활동을 축소해 수익성을 유지하며, 가격 인하 및 저가 제품 출시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IMF 시기에 극적인 매출 증대로 시장의 판도를 바꾼 사례들의 공통점은 이와 같은 일반적인 불황기를 대응을 넘어선 ‘역발상' 마케팅들이다. 즉 경쟁자들의 움직임과 반대로 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제일기획은 IMF 시기에 성공한 역발상 마케팅을 ‘불황 3훈(訓)'으로 분류했다.

〈불황3訓〉

1) 想轉碧海(상전벽해): 생각을 바꾸면 블루오션이 열린다.

불황기에는 한정된 시장 안에서 가격인하 전쟁 등 경쟁이 격화되면서 레드오션이 심화된다. 따라서 이런 때일수록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창출해 돌파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 사례로는 웅진코웨이의 렌탈 서비스, 동아제약 박카스 등을 꼽을 수 있다.

① 웅진코웨이

불황기에 가격부담때문에 구입을 못하는 소비자가 많자 웅진코웨이는 ‘정수기는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스스로 업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업계 최초로 ‘렌탈 서비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이로써 98년 4만 명, 99년 19만 명의 렌탈 회원을 유치함으로써 97년 초반 30% 초반에 머물던 시장 점유율이 2000년에는 50%까지 증가해 지금까지 50~60%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업계 1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② 동아제약 박카스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재활성화 시키기 위해 98년 마케팅 타깃을 20대 젊은 층으로 과감히 전환했다. ‘건강한 젊음'을 소재로 한 광고와 국토대장정 프로모션을 실시하며, 98년 40억 원, 99년 51억 원(4대 매체 기준) 등 IMF 시기에 오히려 97년보다 광고비를 62%나 증액하며 광고를 집행했다.

그 결과 97년 대비 99년 박카스 매출은14%, 동아제약 전체 기업 매출은 18%나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2001년에는 브랜드 최초 상기율과 1년 이내 음용율에서 20대가 40대보다 앞서는 등 젊은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2) 孤掌强鳴(고장강명): 홀로 박수 소리를 내면 강하게 울린다

불황기에는 기업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마케팅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 경쟁사의 위축을 역이용하는 공격적 마케팅은 평상시보다 훨씬 더 큰 매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삼성화재, 동서식품 맥심, 롯데칠성 2% 부족할 때가 대표적 사례다.

① 삼성화재

삼성화재는 업계 1위 기업으로서 경제 위기를 기회 삼아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해 후발 기업들과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렸다. 99년 IMF 위기 속에서도 ‘찾아가는 서비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IMF 시기에 오히려 광고비를 증액했다. (97년: 44억 원 → 99년: 81억 원, 4대 매체 기준)

그 결과 삼성화재의 자동차 보험 시장점유율은 매년 증가했고, 격차도 크게 벌렸다.(97년: 25.9% → 99년: 28.2% → 02년: 30.8%)

② 동서식품 맥심

동서식품은 IMF 시기에 재료비 폭등과 판매물량 감소 등으로 경영 침체를 맞았지만, 한석규 등의 빅 모델을 활용해 ‘연인의 사랑'을 주제로 한 감성적인 광고를 적극 집행했다. 기업 전체로는 불황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광고비를 30% 증액했다.(97년: 156억 원 → 98~99년: 평균 203억 원, 4대 매체 기준)

그 결과 98년 57%였던 시장점유율이 99년 64%로 증가해 커피 시장 리더의 위치를 확실히 굳히는 계기가 됐고, 기업 전체로도 99년 매출이 IMF 이전인 97년 대비 22%나 성장했다.

③ 롯데칠성 2% 부족할 때

롯데칠성은 불황에 따라 경쟁사들이 마케팅 활동을 축소하고 있는 것을 기회로 여겨, 이 시기에 적극적인 광고 마케팅 활동을 펼쳐 1년 만에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사실 미과즙음료는 경쟁사인 남양유업이 롯데칠성 보다 3개월 빠른 시기인 99년 4월에 ‘니어워터'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하지만 롯데칠성은 남양유업보다 2배 이상의 광고물량과 최진실, 정우성, 전지현, 핑클 등 당대 최고의 빅 모델을 활용한 전략으로 출시 6개월 만에 매출 160억 원, 시장점유율 88%를 달성했다. 또한 2000년 이후에도 시장 점유율 85~95%를 유지했다.

3) 高級甘來(고급감래): 고가 시장을 공략하면 성과가 나온다

불황기의 소비는 실속 또는 프리미엄으로 나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해 수익성과 매출을 동시에 올릴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삼성전자 지펠, 남양유업을 꼽을 수 있다.

① 삼성전자 지펠

삼성전자는 97년 국내 최초로 양문형 냉장고를 출시하고, ‘지펠' 이라는 독립 브랜드를 적용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 나갔다. 가격에 있어서도 유사한 조건의 수입제품과 대등한 수준의 고가 전략을 채택했고, IMF 시기임에도 98년 10월부터 99년 12월까지 1년 여간 60억 원 이상(4대 매체 기준)의 적극적인 광고 마케팅을 집행했다.

그 결과 IMF 시기에도 99년 23만대, 2000년 31만대 등 급속한 판매 증가를 가져와 98년 시장점유율 56%를 시작으로 03년에 시장점유율을 62%까지 확대했다.

② 남양유업

남양유업은 IMF 경기침체 속에서도 98년360억 원, 99년 530억 원(4대 매체 기준)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특히, 99년에는 프리미엄 제품인 ‘임페리얼 드림' 등 기존의 1.5배 가격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광고 내용 역시 성분과 효능을 강조하던 기존 광고들과 달리 ‘엄마의 꿈이 이루어집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 결과 남양유업은 IMF시기인 98~99년을 거치면서 오히려 40%의 매출 성장을 가져왔다. (97년: 4,300억 원 → 98년: 4,900억 원 → 99년: 5,900억 원) 특히, 분유 부문에서는 시장점유율이 54%(98년)에서 60%(99년)으로 확대됐다.

제일기획 마케팅전략본부 허원구 국장은 “강한 기업은 불황에 삼아 남는 기업이 아니라 오히려 불황을 이용하는 기업이다. 즉, 불황은 기업에게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의 시기이므로, 움츠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역발상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08. 12. 18. 13:23

[Surviving in Red Ocean]“익숙한 것이 좋아!” 레드오션은 살아있다

[Surviving in Red Ocean]“익숙한 것이 좋아!” 레드오션은 살아있다

경쟁자를 이기려 하지 말고,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라.’ 2005년 한국 경영자들은 이 메시지를 담은 ‘블루오션 전략’에 열광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은 레드오션에 머물고 있습니다.

가치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라는 블루오션 전략의 메시지는 유효합니다. 그렇지만 레드오션에서의 생존법을 알아야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블루오션 전략의 주창자들도 ‘기존 시장의 수성’과 ‘신시장 개척’ 모두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어렵게 블루오션을 찾더라도 순식간에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드오션에서의 생존 전략을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대내외 환경 악화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는 레드오션에 대한 더 높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한물갔다고 생각하던 레드오션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사례와 전문가들의 이론을 집약했습니다.


주거 지역에서 몇 발자국만 걸으면 수많은 통닭집이 눈에 들어온다. 치킨업은 극도로 심한 경쟁이 펼쳐지는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그러나 뒤늦게 뛰어든 일부 업체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편의점 음료 진열대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복제품과 신제품이 쏟아진다. 지독한 레드오션이지만 여기서도 기막힌 성공 스토리가 나오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이 블루오션에 열광했다. 그러나 한국 상황에서 레드오션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차별적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한국에서의 블루오션 존속 기간은 다른 국가보다 짧다. 다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베끼면서 수치심을 느끼는 기업이 드물기 때문이다.
 
매번 블루오션을 개척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새 시장 창출 전략은 리스크가 매우 높다. 자칫 블루오션만 추구하다가 위험관리에 실패할 수도 있다. 레드오션은 기업에 또 다른 의미도 부여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기가 튼튼하면 다른 ‘바다’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레드오션에서 시련을 겪은 기업은 ‘근성’이라는 DNA가 남다르다. 레드오션 전략과 블루오션 전략의 균형과 조화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블루오션과는 다른 레드오션에서의 생존법도 잘 알고 있어야 기업은 지속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가혹한 레드오션에서의 생존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웰빙 치킨이란 개념을 앞세워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BBQ’ △차별화한 마케팅으로 음료 시장에서 성공한 ‘옥수수수염차’ △1700개가 넘는 쌀 브랜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안성마춤 쌀’ △출생의 비밀이란 진부하기 짝이 없는 소재로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 ‘태양의 여자’ 사례를 분석했다.
 
철저한 시장분석부터 시작해야
한국의 외식산업은 경쟁이 치열하고 진입장벽이 낮기로 유명하다. 소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하고, 특별한 원천기술이 필요치 않다는 점에서 개인 사업자들은 창업 시 가장 먼저 외식업을 고려한다. 그 중에서도 치킨업은 단순히 포화상태라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업체가 존재한다.
 
이런 시장에서 창립 13년 만에 국내 최대 치킨 전문 체인으로 성장한 기업이 제너시스BBQ다. 윤홍근 BBQ 회장은 1995년 치킨브랜드 BBQ로 프랜차이즈 업계에 뛰어들어 불과 10여 년 만에 2000여 개의 가맹점에 연 매출 5000억 원을 올리는 중견 기업으로 키워냈다.
 
1984년 대상그룹(옛 미원)에 입사, 사회생활을 시작한 윤 회장은 입사 후 6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했고, 중국 공장 사장으로 내정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1994년 초 중국 부임 직전에 그는 회사로부터 미원의 거래 업체이자 부도 후 미원이 인수한 마니커를 맡으라는 명령을 받는다. 치킨과 외식업에 대해 지식이 없는 그가 마니커에 방문했을 때 회사는 그야말로 빈사상태였다. 영업 직원은 고작 2명, 100개였던 대리점은 불과 10개만 남아 있었다. 밤낮으로 이탈한 대리점을 찾아다니며 점장들을 설득해 대리점 수를 부도 이전보다 늘려놓은 그는 1995년 회사에서 나와 BBQ를 창업한다.
 
그 당시에도 국내 시장에는 200개가 넘는 치킨 업체가 있었다. 직장생활을 과감히 버리고 위험한 창업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윤 회장은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해 치킨사업의 성장성이 일반인의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니커에서 두 달 동안 한국의 외식구조를 분석했습니다. 저 역시 시장조사를 해보기 이전에는 이 사업이 대표적 경쟁 산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1995년 한국인의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6kg에 불과했습니다. 반면에 쇠고기는 7∼8kg이었고, 삼겹살은 이보다 더 높았습니다. 1995년 미국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45kg, 유럽과 동남아는 35kg, 일본도 25kg에 달했습니다. 율법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스라엘의 1인당 소비량은 무려 60kg에 달했습니다. 한국의 닭고기 소비량이 적다는 사실을 파악하자 확신이 섰습니다. 닭고기 소비량을 일본 수준으로만 끌어올려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BBQ의 사례가 보여주듯 단순히 경쟁자가 많다고 해서 그 시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시장 분석을 해 보면 전혀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실제 밀폐용기 시장을 석권한 락앤락도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냉장고의 절대 면적을 계산해 본 결과 밀폐용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결론을 얻고 이 분야에 전력투구, 성공을 거뒀다. 경쟁자 수만으로 시장의 성장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시장 잠재력을 확신한 윤 회장은 ‘맛’이 아니라 ‘영양’에 중점을 둔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각종 식품학회·영양학협회·조리사협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다른 육류에 비해 지방·콜레스테롤·칼로리는 낮고 필수 단백질은 높은 닭고기의 우수성, 즉 ‘3저(低) 1고(高)’ 닭고기론을 집중 홍보했다. 닭고기가 중풍과 관련이 있다는 미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보다는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부터 공략하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에서였다.
 
윤 회장은 이후에도 끊임없는 혁신을 단행했다. 설립 4년 만인 1999년 국내 점포 수가 1000개를 넘어서자 그는 곧바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외식 업체가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을 한 예가 없다. 치킨이라는 품목으로 해외 시장에서 KFC 같은 대형 업체와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도 굴하지 않고 중국·일본·미국·싱가포르·스페인·북유럽 등지로 매장을 확장했다. 현재 BBQ는 세계 각국에 35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30%에 이른다.
 
윤 회장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한국 서비스업은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성공적인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고객이 부르기 전에 먼저 다가오거나 말하기도 전에 리필해 주는 매장이 많지 않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도입했더니 해외 고객들이 너무 좋아하더군요.”
 
BBQ는 2005년 중대한 결정을 통해 이미지 변화를 꾀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스페인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란 고급 기름을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토록 해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감을 없앴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사용 때문에 연간 140억 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했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름 때문에 치킨을 안 먹겠다는 고객이 있으면 ‘먹어서 좋은 기름’으로 공략하는 것이 발상의 전환입니다. 지금은 모든 업체가 ‘웰빙 치킨’을 표방하고 있지 않습니까.”
 
윤 회장은 레드오션의 존재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많은 업체가 존재하고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는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광범위하게 사랑받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기본 수요는 충분하기 때문에 차별화하거나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이 기업이 할 일입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아직도 12kg에 불과합니다. 경쟁자가 많다 해도 성장 여력은 충분합니다.”
 
모방하지 말고 나만의 소재를 발굴하라
총 3조7000억 원 규모의 국내 음료 시장은 많은 전문가가 가장 대표적인 레드오션으로 꼽는 분야다. 수천 종의 제품이 경쟁하고 있는 데다 한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 수십 종의 유사품이 곧바로 뒤따르는 소위 ‘미투(Me Too) 제품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복제품의 브랜드까지 비슷하기 때문에 수시로 법정 분쟁이 벌어진다.
 
절망적인 시장 환경에서 식품 업체도 아닌 제약 업체가 연이은 ‘홈런’을 터트려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과거 쌍화탕으로 유명한 광동제약. 광동제약은 2001년에 출시한 ‘비타500’으로 수십 년간 동아제약의 ‘박카스’가 군림하던 국내 드링크류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어 2006년에는 ‘옥수수수염차’를 개발해 다시 대박을 터뜨렸다.


옥수수수염차의 성공을 주도한 이인재 유통사업부 상무는 “차 음료 시장 자체는 레드오션이지만 수익을 창출할 기회는 많다”고 말한다. 2005년 후반부터 차 음료 시장을 지배하던 녹차 시장 규모가 감소하면서 남양유업의 ‘17차(茶)’를 중심으로 한 혼합차가 주류로 떠올랐다. 광동제약은 이미 남양유업이 장악하고 있는 혼합차 시장에 후발주자로 들어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아래 시장 발굴에 나섰고, 곡물차의 잠재력을 감지했다.
 
이 상무는 “당시 웅진식품의 ‘하늘보리’가 월간 판매량 150만 개를 돌파하고, 무명 회사인 담원식품의 ‘옥수수 끓인물’이 노래방에서 조금씩 팔린다는 사실을 알고 혼합차 시장 이후에는 곡물차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음료 업계에는 일본 등 외국 제품을 모방한 ‘미투 제품’이 난무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한국 고유의 원료를 발굴해 차별화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원료를 쓸까 고민하던 이 상무에게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한 사람은 그의 친척이다. 자궁과 신장 기능이 좋지 않던 이 상무의 한 친척이 이뇨 작용에 효능이 있는 옥수수수염을 달여 먹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그는 즉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과연 일반인들이 옥수수수염의 효능을 알고 있을까 궁금해서 직접 동대구역에서 40대 아주머니 10여 명에게 비타500을 나눠주면서 혹시 옥수수수염의 효능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주머니들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강한 확신을 갖게 됐죠.”
 
2006년 옥수수수염차 출시 후 초창기 마케팅을 펼칠 때도 주부들을 중점 공략했다. 2006년 겨울에 광동제약은 전국 각지의 미용실에 옥수수수염차 포스터를 붙이는 조건으로 무료로 차 샘플을 나눠줬다. 주부들은 이미 옥수수수염의 효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용실에 오는 젊은 여성들에게 입소문을 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V라인 얼굴’이라는 광고 카피도 주효했다. 당시 대부분 차 음료들은 ‘칼로리 제로’나 ‘슬림’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몸매’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광동제약은 붓기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옥수수수염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얼굴선을 V라인으로 만들어주는 차’라는 메시지를 홍보했다.
 
이 상무는 미투 제품으로는 결코 레드오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옥수수수염차의 경우 한국 고유의 소재로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데 상당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차 음료가 극도로 발달한 일본에도 없으며, 중국에서는 옥수수차가 있을 뿐입니다. 사실 국내 식음료 업계에 존재하는 많은 제품이 일본 복제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베낀 제품은 소비자들이 쉽게 식상해하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합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라
특정 시장에 수많은 사업자가 난립하고 있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유력한 생존 대안이 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면 비용 우위는 물론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집중시켜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기업이 인수합병(M&A)이나 신규 설비투자 같은 결정을 하는 중요한 이유도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단순한 숫자로만 보면 브랜드 쌀 시장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도 없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국내 쌀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지만 2008년 4월 현재 전국에 존재하는 브랜드 쌀은 무려 1721개에 이른다. 특히 이천 쌀과 여주 쌀이 워낙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어 이에 필적할 만한 브랜드를 키우기는 더욱 어렵다.

안성시의 ‘안성마춤 쌀’은 이런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후발주자로 성공한 보기 드문 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브랜드 쌀을 시도한 안성마춤 쌀은 2005년 국내 농산물 중 최초로 쌀 생산·유통 전 과정의 ISO9001 인증을 획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여주 및 이천쌀과 비슷한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안성마춤 쌀은 단일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영세 농가의 결합을 촉진,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농산물 경쟁이 치열하던 1998년에 안성시는 ‘안성마춤’이라는 고급 농축산물 브랜드를 만들어 한우·쌀·포도·배·인삼까지 다섯 종류를 한 브랜드로 단일화했다. 전국 최초로 안성 내 14개 농협 단위조합이 뭉쳐 농협 연합사업단(안성마춤농협)도 꾸렸다.
 
그러나 이후 과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안성마춤’이라는 공동 브랜드만 있었을 뿐 14개 농협 단위 조합마다 가격, 포장 디자인, 미곡처리장, 유통망 등이 모두 달라 대규모 유통이 불가능했다. 서류상 브랜드만 존재한 셈이다.
 
이에 안성시는 2003년부터 브랜드 단일화에 박차를 가했다. 안성마춤농협의 이순옥 마케팅 1본부장은 “대부분의 농민들은 투자를 비용 개념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하면 바로 흑자가 나는 줄 압니다. 이 점을 납득시키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2003년 출범 후 2006년까지는 적자가 났기 때문에 농협 연합사업단을 탈퇴하겠다는 조합도 심심찮게 있었고, 연합사업단을 해체하라는 요구도 많았습니다. 단일화 재배 매뉴얼이 까다롭다는 불평도 많아 늘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안성시가 농민들을 다독인 방법은 적극적인 마케팅 지원이었다. 안성시는 2004년부터 마케팅 담당관실을 설치해 20여 명의 공무원이 안성마춤 쌀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TV나 신문 광고도 시가 지원한다. 지난해 11∼12월에는 안성마춤 쌀 이동전시관 버스를 만들어 버스 안에서 홍보·시식·상담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주요 대형 마트 앞을 찾아다니며 소비자와 접촉하는 등 이색 마케팅을 전개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일관된 품질 관리가 가능해졌다. 농민들에게 높은 수매가격을 보장해 주되 엄격한 품질 관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안성마춤 쌀은 1년 간 예비심사를 거쳐 합격한 땅에서만 계약 재배를 할 수 있다. 종자는 안성 땅에 맞는 ‘추청(일명 아끼바리)’이란 단일 품종만을 사용한다. 추청 벼의 순도율은 97∼98%에 달해 균일한 밥맛이 가능하다. 작목 반장, 농협 직원, 시청 직원들이 수시로 계약 재배 농가에 들러 재배 매뉴얼을 지키는지 검사하고, 이를 어기는 농가는 계약농가에서 탈락시킨다.
 
진부한 소재로도 성공할 수 있다
지난 7월 말에 종영한 KBS 드라마 ‘태양의 여자’는 최근 드라마 가운데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초반에 한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매회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 미디어에 따르면 5월 28일 1회 시청률은 6.8%에 그쳤지만 중반부로 접어들며 20%를 돌파했고, 20회 마지막 방송의 시청률은 무려 27.3%에 달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방송 1, 2회 때 시청률을 마지막 방송까지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무서운 뒷심을 발휘한 셈이다. 호화 캐스팅이나 해외 로케 같은 투자도 없었으며, 이야기 소재도 극히 상투적이었다. 입양된 고아가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양부모의 친자녀를 버리고, 친자녀가 다시 복수에 나선다는 ‘출생의 비밀’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게다가 기억상실, 복수, 4각 관계 등 한국 드라마가 수십 년간 우려먹은 소재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태양의 여자’는 단순 복수극으로 끝날 수 있었던 드라마에 인간에 대한 미세한 관찰력을 가미해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용서와 화해, 인간 구원의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색다른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빤한 소재의 통속극이지만 전개나 결말을 섣불리 예상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통속적이고 진부한 소재도 재해석을 통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다.
 
시청자들이 특히 이 드라마에 호감을 표시한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호하다는 점 때문이다. 피해자인 ‘사월’은 가해자 역할을 맡은 ‘도영’ 못지않게 독하고 기가 세다. 이들은 선과 악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인간은 모두 악하면서도 착하고,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태양의 여자’는 잘 보여 준다. 인간 본성의 단면을 스토리로 잘 녹여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기억상실 같은 지나치게 진부한 소재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면서도 결국 다시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었다.
 
문화콘텐츠 산업을 연구하는 김경묵 덕성여대 교수는 “진부한 소재를 썼으며 특급 배우를 동원하지 않고도 ‘태양의 여자’가 성공한 것은 지나치게 새로운 것에 집착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 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드라마의 기본은 새로운 소재, 화려한 볼거리, 톱스타가 아니라 결국 ‘이야기’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멜로드라마처럼 대중이 친숙함을 느끼는 주제일수록 스토리가 중요하지 배경이 어디냐, 배우가 누구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드라마를 선택하는 이유는 익숙한 것에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드라마를 시도하기보다 기존 요소들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출처 : 동아 비즈니스 리뷰(www.dongabiz.com)
2008. 12. 11. 21:46

위기관리 차원에서의 브랜드 관리(Oricom Brand Journal)

위기관리 차원에서의 브랜드 관리


김민기 숭실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 minkikim@ssu.ac.kr


‘퍼펙트 스톰’의 위기상황
- 거시, 미시 모두 문제


우리는 지금 ‘퍼펙트 스톰’과 같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먼저 거시적으로 보면, 서브 프라임으로 야기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모든 나라가 신뢰의 붕괴와 실물경제의 장기적 침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발 금융 위기의 후폭풍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각국이 엄청난 위기 속에 허덕이고 있다. 먼저 거시적으로 보면, 서브 프라임으로 야기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모든 나라가 신뢰의 붕괴와 실물경제의 장기적 침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발 금융 위기의 후폭풍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각국이 엄청난 위기 속에 허덕이고 있다. 1년도 더 전에 이미 금융시장의 붕괴를 정확히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도 않았다.”고 금융시장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전 세계 정부들은 패닉을 막기 위해 점점 더 적극적인 대책을 취해왔지만, 투자자들은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에 신뢰감을 잃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2008). 우리나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나라 경제 실력의 총점에 해당하는 원-달러 환율은 연초 938원에서 10월 24일 1,440원으로 54%나 급등했다. 지난해 2만 달러를 넘었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 중반으로 뒷걸음치게 생겼다. 한국 국채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도 6%를 넘어섰다. 이 같은 상황은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보다 훨씬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목전에 둔 터키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가는 1년 만에 코스피지수 2,000에서 938으로 반 토막 났으며 달러는 물론 원화까지 마르면서 중소기업과 가계의 돈줄이 타고 있다. 사면초가의 위기 상황이다. 경제정책의 팀워크는 완전히 무너졌다. 외국 자본의 이탈에 따른 환율 급등에 대비해야 할 지난 4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거꾸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달러가 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이는데도“지금 환율은 너무 낮다.”“환율이 어디로 가야 할지 자명하다.”며 작전을 노출했다. 고삐가 풀린 환율은 달러가 강세로 돌변한 9월 이후 재앙으로 다가왔다. 위기론을 먼저 꺼내 불안감을 부추기더니 갑자기 말을 바꿔 위기가 아니라고 우긴 것도 정부다(김광기나현철, 2008). 경제규모 세계 13위, 외환보유액 세계 6위의 한국이 국제 금융위기에 처한 개발도상국보다 더 흔들리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경제의 기초여건이 나빠서도, 실력이 못해서도 아니다. 불안심리에 따른 과민반응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불안의 근원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리더십의 한계다(남윤호, 2008). 거시 경제 수장들의 리더십이 신뢰를 잃으니,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이제 미시적으로 보자.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갖가지 불상사로 인해 엄청난 신뢰의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사실 식품업계에서 이물질이 발견되거나 기준치 이상 세균이 검출되는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삼양식품 용기 라면에서 금속 너트가 발견되어 회수됐는가 하면,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빵에선 비닐조각과 고무장갑 조각이 섞여 나왔다. 또 오리온‘고소미’에선 철심이 발견됐고, 카스맥주에서는 소시지 껍질이 나와 소비자를 경악시켰다.‘사골우거지국’등 오뚜기 즉석 국에서는 기준치를 약 500배 가량 초과한 세균이 검출되어, 식약청으로부터 제조일자가 같은 제품이 긴급 회수 조치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오뚜기는 지난 5월에도 곰팡이가 핀‘썩은 즉석밥’판매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동원F&B의 각종 제품에서는‘칼날 참치’,‘칼날 햄’,‘곰팡이 즉석밥’,‘파리 참치’,‘돼지털 소시지’등 이(異)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끊이지 않았다(김덕한, 2008). 매일유업은 2007년에 아찔한 사고를 세 번이나 겪었다. 4월에 6개월 미만 영아용 이유식에서 대장균의 일종인 사카자키균이 검출됐고, 5월엔 1회용 조제분유에서 발진을 일으키는 바실러스 세레우스균이, 12월엔 유기농 이유식에서 유전자 재조합(GMO) 성분이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농심에서 빚어졌다. 연초‘국민 스낵’이자‘스테디셀러’인 새우깡에서 쥐머리가 발견돼 충격을 주었다. 지난 5월 22일 손욱 농심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이번 사태는 안일했던 농심의 분위기를 깨우쳐준 계기가 됐다”고 사죄했는데, 곧이어‘바퀴벌레 辛라면’에 이어‘나방 짜파게티’까지 발견되면서 이물질 파문이 이어졌다. 실제 소비자원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물질 신고 1,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농심에서 제조한 가공식품에 대한 신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농심의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것이다. 브랜드 가치 평가회사인 브랜드스톡의 조사에 따르면 농심 신라면은‘이물질 파동’여파로 1분기 79계단이나 급락해 브랜드 순위가 86위까지 밀렸다가 2분기에 가까스로 18계단 반등해 68위에 올랐다(조득진, 2008).


식품만이 아니다. 2007년 9월 경비업체 직원이 강도로 위장해 고객의 집을 터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에스원은“범인은 현직이 아니라 퇴직 직원”이라고 둘러댔는데, 거짓말이 들통나는 데는 불과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승연 회장의 폭행사건도 거짓말이 위기를 키운 대표적 예다. 만약 김 회장이 처음부터‘자식을 아끼는 부모의 마음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면 문제는 달리 전개됐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최철규, 2008). 게다가 멜라민 파동이 터져 소비자의 불신이 분유에까지 미치는 상황에서 남양유업은“공식적인 검사 결과 자사 제품에서 멜라민이 든 유아식 제품이 한 통이라도 나올 경우 소비자에게 100억 원을 돌려 드리겠습니다.”라는 약삭빠른 광고를 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과장광고 여부를 검토하기도 했다(최원석, 2008).


위기의 탈출구는‘신뢰 회복’


이제 세계금융이든, 경제정책이든, 기업이든, 시장이든 신뢰를 저버리고 소비자를 속이고 우롱하는 행위는 엄청난 파급 효과와 후유증을 앓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위기상황, 즉 퍼펙트 스톰에서 벗어나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이럴 때일수록 우왕좌왕하다가는 공멸에 빠지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기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다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에서 신뢰의 회복에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신뢰회복의 가장 초보적인 대응 방침은 PR에서 말하는 위기관리에서 출발한다. 즉 1982년 타이레놀의 독극물로 8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인 맥닐 사(존슨 앤드 존슨의 자회사) 경영진은 모든 제품을 회수하고, 타이레놀 제조 공정을 자발적으로 언론에 공개해 위기를 극복했다. 이처럼 첫째,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 둘째,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 셋째, 기업의 잘못이라면 어떠한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먼저 피력되어야 신뢰회복이 가능하다. 이는 대통령과 경제정책 수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책은 어디까지나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신뢰회복의 근본적인 길은‘관계’에 대한 올바른 성찰에 있기 때문이다.


새삼스럽지만, 여기에서 미국마케팅학회가 내린 마케팅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1948년에 마케팅 학회의 정의는“마케팅이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자로부터 소비자 또는 사용자에게 유통되도록 지시하는 기업활동이다.”로 유통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1985년에는“마케팅이란 개인과 조직의 목적을 만족하게 하는 교환을 창조하기 위하여, 아이디어상품서비스에 관한 개념형성, 가격설정, 프로모션, 유통을 계획하고 실시하는 과정이다.”라 하여, 교환 개념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2004년 8월에는“마케팅이란 조직과 스테이크홀더(관여자) 양쪽에게 유익하도록, 고객을 향하여‘가치’를 창조하고 전달하고 제공함과 아울러 고객과의 관계성을 구축하기 위한 조직적인 활동의 통합과정이다.”라 하여, 관계가 핵심개념으로 부각되었다. 이에 따라, 21세기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의 과제는 스테이크홀더와의 관계를 구축하고 발전시키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유럽근대사의 구성원리가‘존재론’이라 한다면 우리 동양의 사회구성원리는‘관계론’이다. 존재론적 구성원리는 개별적 존재를 세계의 기본단위로 인식하고 그 개별적 존재에 실재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반면 관계론적 구성원리는 개별적 존재가 존재의 궁극적 형식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존재는 관계망으로서 존재한다고 본다(신영복, 1999). 관계론은 관계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다. 즉 지도자와 민중의 관계,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 이성 간의 관계, 평등한 사이의 관계 등에 대한 고찰이 관계론인데 그 삼강(三綱)은“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위해야 한다(君爲臣綱)”,“어버이는 자식을 위해야 한다(父爲子綱)”,“지아비는 지어미를 위해야 한다(夫爲婦綱)”라는 데서 비롯된다. 오륜(五倫)도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는‘의’가 있어야 한다(君臣有義), 어버이와 자식 사이는‘친’해야 한다(父子有親), 나이 든 사람과 어린 사람 사이에는 순서가 있어야 한다(長幼有序), 이성 간에는 구별이 있어야 한다(夫婦有別), 평등한 사이에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朋友有信) 등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론을‘상하관계적 질서의 확립을 통해 봉건적 신분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지배층의 통치이념’으로 파악하여 배척하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편 관계(relation)의 핵심은 인연형성(engagement)이다.‘소매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우리의 옛 속담을, 마케팅에 적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필자는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학문이라 파악한다. 인간의 탐구(human inquiry), 소비자에 대한 통찰력이 마케팅 연구의 발전과정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1950년대에 심리학이 도입되면서 혁신되었고, 1960년대 이후에는 소비자의 정보처리, 기억 등 지식상태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1980년대에는 정서, 소비의 쾌락주의 등 감정에 관한 연구가 도입되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소비자라는 존재의 의식과 행동을 다면적으로 이해하려는 접근이 임상심리학에서 도입되었다.‘총체적 접근(holistic approach)’이 그것인데, 이는 인간의 의식을 분할할 수 없는 덩어리라고 본다. 즉, 개인으로서의 소비자는 한 인간으로서, 먼저 가족이라는 집단, 가족은 지역사회의 단위, 가족 구성원은 각각 직장, 학교, 자원봉사단체 등의 사회적 조직에 속하고, 그리고 문화라고 하는 가치관의 틀 속에 있으며, 그 바깥에 넓은 의미의 자연이 있다고 풀이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소비자는 이러한 동심원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그를 둘러싼 든 것들‘사이(間)’의 관계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일상생활을 보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동양에서 그동안 타파해야 할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해온 혈연, 지연, 학연 등‘연(緣)’의 개념과 구조로 풀어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다시 말하면, 혈연, 지연, 학연 등 수없이 얽혀 있는‘연(緣)’의 관계를 새로운 발상에서 접근할 필요가 대두되는 것이다. 2006년부터 미국과 일본의 광고계에서 새롭게 제시된 개념인 ‘engagement’도-필자는 이를‘인연형성’으로 번역하고 있는데-인연형성을 위한 메시지의 공동창조(co-creation)와 공동소유(co-ownership)를 제창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어프로치가 열광의 코드 7에서 제안하듯이, 기업도 창조신화, 신념, 아이콘, 의식, 이교도, 신성한 말, 리더 등 종교의 창조신화와 같은 스토리를 갖는게 중요하다면서 코카콜라, 스타벅스, 구글, 맥도널드, 볼보, 할리 데이비슨의 성공사례를 꼽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패트릭 한런, 2007).


브랜드 관리는 ‘신뢰 관계’의 관리

여기에서 브랜드의 원점을 상기해보자. 브랜드는 원래 자기 목장의 가축과 남의 가축을 구별하기 위한 표시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니까 브랜드는 다른 것과 구별, 차별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남의 것보다 나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브랜드가 사람들로 하여금‘가치’를 느끼게 하는 기능에 주목하게 되면서‘다름’과 아울러‘나음’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강한 브랜드의 특징은 첫째 독창성(originality)이 있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하나뿐일 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No. 1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둘째, 브랜드 아이디어를 알기 쉽게 명시하고, 셋째 소비자와의 약속을 슬로건, 로고, 마크 등으로 차별화해서 표현해야 한다. 넷째,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고, 조직원들의 자긍심과 의욕을 북돋아 내부적인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과거와 전통을 넘어 현재와 미래를 향해 계속 노력해나가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브랜드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부가가치를 계속 창출해나가는 활동의 결과인 것이다(하쿠호도, 2006). 그런데 브랜드 관리가 어려운 것은, 브랜드는 수용자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송신자의 일방적 메시지만으로는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또 브랜드의 이미지는 사회적 평가, 평판이나 고객에의 어필, 유통과의 좋은 관계, 판촉활동, 상품의 매력, 판매원과 조직원의 의욕이나 자세 등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수많은 관계와 접점에 의해 형성된다. 그러므로 강한 브랜드를 만들려면 첫째,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약속하는 가치를 결정하고, 둘째, 그 가치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스타일을 결정하며, 셋째, 그 스타일과 사람들을 잇는 관계의 접점을 창출해야 한다. 브랜드의 핵심적인 요소는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갖게 하고, 기업에서는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브랜드는 실체가 없는 표층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강한‘신뢰관계’의 결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가타히라 호타카,1999). 요컨대 브랜드 관리란‘관계의 관리’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와 관련된 기업의 불상사를 근절하는 길은, 우리 사회와 기업의 윤리의식을 제고하여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데서 모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윤리의 추구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브랜드 전략 등 기업의 중요한 테마와는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을 뿐 방향성은 일치한다. 윤리는 세 단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제1의 윤리’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개인의 윤리도덕의 추구이다. 이 차원에서는 정직(honesty), 공정(fairness), 정의(justice) 등의 덕목을 요구한다.‘제2의 윤리’는 조직과 기업의 윤리이다. 이 차원에서는 신뢰성(reliability), 투명성(transparency), 설명책임(accountability)이 필요한 덕목으로 거론된다. 그리고‘제3의 윤리’는 업계 공통의 윤리를 확립하는 것이다. 업계 공통의 윤리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1565년 구림(丘林) 대동계가 향약(鄕約)으로 정해 이어져오는 덕업상권(德業相勸: 덕을 쌓는 일은 서로 권한다), 과실상규(過失相規: 잘못된 일은 서로 규율한다), 예속상교(禮俗相交: 좋은 풍속은 서로 나눈다), 환난상휼(患難相恤: 환난을 만나면 서로 돕는다)이 아닐까 싶다.


광고자율심의기구가 2006년 말에 개최한 <국제광고심의세미나>에서 야나세 가즈오(梁瀨和男) 교수는 다음과 같은 발표를 한 바 있다. 그는 기업의 불상사(不祥事)가 빈발하는 이유와 예방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①“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사회통념, 사회의 상식으로 판단해야 한다. ②“지금까지 문제가 없었으니, 이번에도 괜찮다.”⇒‘어제’의‘상식’은,‘오늘’의‘비상식’이 되어 버렸다. ③“빨간불도 함께 건너면 무섭지 않다.”⇒ 저마다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의 책임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윤리의 준수를‘의무’라고 생각하지 말라.‘무기’라고 생각하라.”고 마무리한 바 있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주자가 말하는‘공공(公共)의 리(理)’가 정착된 사회, 서양의‘코이노니아(선한 공동체)’는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이 이상향은 누가 누구인지를 알고, 서로 따뜻하게 격려하며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성심성의의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신뢰관계가 정립된 공동체이다. 여기에 가까이 다가가는 기본은 <대학(大學)>의 핵심적인 내용인‘내성외경(內誠外敬) 즉 안으로는 참되고 성실하며, 밖으로는 공경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브랜드가 신뢰의 약속이고, 브랜드 관리가 신뢰관계의 관리라면, 내성외경이야말로 기업 불상사의 해소와 퍼펙트 스톰의 위기에서 탈출하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김광기,나현철, (2008),“대한민국 작전타임- 속절없이 무너진 시장, 그러나 역전의 기회는 있다”, <중앙Sunday>
•김덕한, (2008),“[이슈분석] 동원F&B 칼날파리곰팡이까지ÿ 식품 안전 비상”, <조선일보>
•남윤호, (2008),“골병 든 한국경제 ÿ 리더십이 문제다”,<중앙일보>
•신영복, (1999),“존재론에서 관계론으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제학술회의논문집>
•닥터 둠` 루비니(2008),“아직 바닥에 오지 않았다”, <연합뉴스>
•조득진, (2008),“농심‘촛불 유탄’맞고 미운털 박히나” <뉴스메이커> 783호
•최원석, (2008)“[색연필] 남양유업‘멜라민 나오면 100억’광고ÿ 과장 여부 법률 검토”, <조선일보>
•최철규, (2008)“위기관리 이렇게 한다”, <조선일보>
•패트릭 한런 지음홍성준 박영수 옮김(2007), <열광의 코드 7>.
•가타히라 호타카(片平秀貴) (1999),“파워 브랜드의 본질(パワ ブランドの本質)”, <ダイアモンド社.>
•하쿠호도 지브랜드프로젝트(博報堂 地ブランドプロジェクト) 편저 (2006), <지브랜드(地ブランド)>, 弘文堂.


출처 : 오리콤 브랜드 저널(www.ori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