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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24. 13:47

[2008년을 되돌아본다 3편] 녹색산업 / 그린오션을 향한 발빠른 움직임, 식을 줄 모르는 그린 열풍

[2008년을 되돌아본다 3편] 녹색산업 / 그린오션을 향한 발빠른 움직임, 식을 줄 모르는 그린 열풍

모든 지표의 움직임이 둔화세를 보인 2008년, 지속성장을 멈추지 않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녹색산업이다. 불황의 여파에도 그린 테마주의 고공행진은 이어졌으며 전 산업 분야에서 그린 비즈니스의 강화 또는 신규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기업들은 남보다 한 발 앞서 녹색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녹색산업에 불고 있는 그린 열풍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2009년은 역으로 녹색산업 분야의 최대 호황기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녹색성장을 통해 다음 세대가 10년, 20년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지난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창했다. 이후 2008년 하반기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그린' 열풍에 휩싸였다. ‘위대한 국민, 새로운 꿈'이라는 제목의 이날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5% 남짓한 에너지 자주개발률(국내 업체에 의한 해외의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값으로 흔히 한 나라의 에너지 자립도를 측정하는 지표)을 임기 중에 18%, 2050년에는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신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의 단계적 부양과 ‘그린 홈 100만 호' 프로젝트, ‘세계 4대 그린 카 강국' 도약, LED(Light Emitting Diode: 발광 다이오드) 등 그린 에너지 기술개발 실천 과제도 내놓았다.

 


시장에 부는 녹색 바람

당장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다음날 개장과 동시에 태양광과 하이브리드카, 원자력, 풍력 등 관련주들은 일제히 급등했다. 이른바 ‘그린 테마주'의 고공행진은 이후 세계 경제의 침체 국면에도 끄떡하지 않는 뚝심을 보이고 있다.

전 산업 분야에서 너도 나도 그린 비즈니스의 강화 또는 신규 진출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올해 국내 산업계의 특징 중 하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옥수수 전분을 재료로 이용한 휴대폰과 브롬계 난연제 및 PVC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휴대폰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삼성SDI도 올해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2차 전지사업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삼성물산은 전남 진도군의 태양광 발전사업을 비롯해 수소 연료전지사업, 친환경 주거공간인 ‘E-큐빅' 사업도 추진 중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9월 경북 김천시에서 태양광발전소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LG그룹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 한 해였다. 먼저 LG전자가 지난 2월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환경전략팀을 전면 개편, 인력 규모를 기존 20명에서 50여 명으로 늘렸다. LG화학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감축사업인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G CNS가 운영 중인 상암IT센터는 냉각방식의 효율화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2분의 1로 줄여 그룹 내 대표적 저탄소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밖에 포스코는 지난 9월 포항 영일만 배후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 2003년부터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스텍 등과 함께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에 매진, 연간 50㎿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생산해 왔다.

현대·기아차에게도 올해는 그린 카 개발에 속도를 낸 한 해였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핵심 역량을 집중, ‘세계 4대 그린 카 강국'에 조기 진입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카 양산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앞당겼고, 현재 하이브리드카의 핵심 부품인 하이브리드 변속기, 모터, 인버터, 리튬 배터리 등을 일곱 개의 1차 업체와 함께 협업 개발 중이다.

 


부처 간 경계 없이 활발한 관련 정책 쏟아 내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이 있은 직후인 지난 9월 지식경제부가 중앙부처 중 제일 먼저 결과물을 내놓았다. 지식경제부는 ‘그린 에너지산업 발전 전략'을 통해 9대 분야를 엄선했다. 이 가운데 LED와 전력IT, 태양광, 풍력은 ‘제 1그룹'으로 별도 선별, 산업화를 위한 지원이 보다 강력하게 이뤄지게 됐다.

‘그린오션 정책에 관한 한 부처 간 경계가 없다'는 게 요즘 관가의 풍속도다. 국토해양부의 그린 에너지 개발 사업이 대표적인 부처 경계 파괴형 정책 중 하나다. 국토해양부는 현재 산하 한국해양수산기술진흥원을 통해 ‘해양생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이 끝나는 내년 2월, ‘바이오 에너지 개발 마스터 플랜'을 내놓겠다는 게 국토해양부의 방침이다. 이 마스터 플랜에는 산업화 적지탐색과 민간기업 활성화 방안 등 향후 10년간 기술개발 사업의 중장기 추진 전략이 담긴다.

또한 국토해양부는 오는 2010년부터 ‘녹색물류 인증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물류기업이 공동 배송 활용 확대와 대량 수송수단으로 전환, 장비·설비 개선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화를 추구하는 자발적 실천 계획을 제시하면 이를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다. 인증업체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밖에 방송통신위원회도 IPTV와 와이브로 등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하고 IT정책기관으로서의 위상 확립을 위한 ‘중장기 그린IT 전략' 마련을 위해 최근 테스크포스(TF)를 가동시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녹색성장 관련 분야 내년 예산으로 올해 대비 91.8% 증액된 1,416억 원을 투자, 에너지·환경 및 미래 유망 융합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1일 ‘저탄소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문화 전략'을 발표하고 기후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능성 게임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각 부처가 설익은 녹색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식경제부가 지난 9월 11일 청와대에 보고한 ‘그린 에너지산업 발전 전략'의 주요 골자는 이미 지난 8월 28일 확정·발표된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에 포함돼 있어 빈축을 샀다.


2009년 녹색산업 분야, 최대 호황기 맞을 것으로 관측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내년은 역으로 녹색산업 분야의 최대 호황기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SK그룹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린 카와 해양 바이오 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무공해 석탄 에너지 등 5대 저탄소 녹색기술 분야에 1조 원의 연구·개발(R&D)비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하이브리드카 양산체제에 돌입한다.

정부 역시 올해 경쟁적으로 남발했던 정책을 내년에는 본격 시행에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녹색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내년 초 출범하게 된다. 또 ‘녹색성장 기본법(가칭)'이 제정된다. 이는 국무총리실이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응하고자 지난 8월 입법 예고한 ‘기후변화대책기본법'을 확대한 것으로 녹색성장위원회와 함께 대한민국 그린오션을 이끌어 갈 쌍두마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류경동 / 전자신문 그린오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