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3.25 [21세기 메가트렌드] ③문화 콘텐츠와 IT의 융합 / 환상적인 신세계를 열어 가는 ‘컬처 테크놀로지’
  2. 2009.03.19 [영화로 본 문화 읽기] 혹시 멀미나는 영화 〈클로버필드〉를 보셨는지? - 괴수영화 〈클로버필드〉를 통해 본 창조경영의 키워드
  3. 2009.03.05 [기업경영의 카오스에서 승리하는 법, 스토리텔링 3] 우리만의 특별한 핵심 스토리 만드는 법 - 스토리텔링의 핵심 요소와 방법론
2009. 3. 25. 19:53

[21세기 메가트렌드] ③문화 콘텐츠와 IT의 융합 / 환상적인 신세계를 열어 가는 ‘컬처 테크놀로지’

[21세기 메가트렌드] ③문화 콘텐츠와 IT의 융합 / 환상적인 신세계를 열어 가는 ‘컬처 테크놀로지’


<괴물>이나 <반지의 제왕>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가장 큰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감독의 역량? 배우의 연기력? 시나리오의 완성도?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모두 관객을 불러 모으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이것'이 없거나 부족했다면 이 영화들은 애당초 만들어지지 못했거나 실패작으로 끝났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구현하는 테크놀로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문화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결정짓는 컬처 테크놀로지(CT; Culture Technology), 즉 문화기술이다. 


문화와 기술의 융합은 당연한 귀결

 
“문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명제를 접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문화에 도대체 무슨 기술이 필요하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래, 문화에도 기술이 필요해. 음악이든 미술이든, 대가들은 뭔가 특별한 기술을 가졌잖아!”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첫머리에 주어진 명제의 참뜻을 제대로 짚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한 개인의 예술적 기교나 재주 등을 일컫는 ‘테크닉'이 아니라 공학적 기술인 ‘테크놀로지'를 의미한다. 여기서 또 다른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인간의 정신적, 정서적 활동의 소산인 문화에 왜 테크놀로지가 필요한 것일까'라고 말이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자 디지털 기술의 시대이며 또한 융합의 시대이다. 따라서 문화와 기술의 융합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즉 문화향수의 욕구가 많아 지고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졌으니 그에 따른 기술적 진보는 당연한 귀결이다. 문화와 기술은 둘 다 사람들의 필요와 요구에 맞춰서 발전하는 것이다.

 


‘문화적 삶의 질' 향상하는 기술

 
문화와 기술의 동반 진보에 따라 등장한 것이 바로 문화기술이다. 문화기술은 좁게는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과 같은 각종 문화 콘텐츠의 기획, 개발, 제작 등에 필요한 기술을 지칭하지만, 보다 넓게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총체적인 기술을 뜻한다.

문화기술이 대두된 배경에는 문화 콘텐츠의 양상 변화가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한다. 과거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되던 문화 콘텐츠가 디지털화 추세로 가고 있어 기술적 요소의 비중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이 작품 완성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화산업, 콘텐츠 자체가 100%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지는 게임산업 등의 예만 보더라도 문화기술의 중요성과 가치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과학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20세기 산업시대에는 ‘먹고 사는 데 필요한 기술'이 대접 받았다면,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지적, 감성적 만족감을 채우는 데 필요한 기술'이 더욱 인정 받게 된 것이다.


한국 문화기술 수준 급속 성장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을까. 가장 대중적인 문화상품인 영화에 적용되는 기술 사례를 살펴 보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사에 신기원을 이룬 <태극기 휘날리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전혀 부럽지 않은 대규모 전투 장면을 통해, 이전 국내 전쟁영화와는 완전히 차원을 달리하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가 보여 준 극적인 사실감은 상당 부분 군중(群衆) 신에 적용된 ‘3차원(3D) 디지털 캐릭터' 기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기술은 엄청난 숫자의 엑스트라가 필요한 장면을 식은 죽 먹듯 쉽게 연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화 <괴물>에서는 보다 고도의 기술이 활용됐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은 이른바 ‘디지털 크리처(Digital Creature)', 즉 디지털 기술로 이미지가 창조된 생물체다. 디지털 크리처는 인간, 동식물, 외계인 등 생명체를 실사(實寫) 수준으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또한 괴물의 공포스러움을 극대화하는 입과 꼬리는 애니메트로닉스(Animatronics; Animation + Electronics) 기술로 제작되었다. 애니메트로닉스는 매우 정교한 기계적 작동으로 물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기술이다. 특수분장이나 컴퓨터그래픽으로는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할 때 쓰인다. 영화 <각설탕>에서 여배우 임수정과 애틋한 정을 나누는 말(馬)이 바로 애니메트로닉스로 제작된 말이다.

 


‘5대 문화산업 강국' 도약의 히든카드

 
우리 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 문화기술을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문화기술을 통한 세계 5대 문화산업 강국'이라는 미래 비전이 정부의 정책 목표다. 지난 수년 동안 이뤄 낸 국내 문화기술 개발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세계 일류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분야도 적지 않다.

특히 ‘디지털 크리처' 기술은 세계 영화시장으로 당당히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할리우드 영화 <포비든 킹덤>에서 활용된 디지털 크리처를 비롯한 특수효과 부문은 국내 업체가 완성한 것이다.

문화유산을 3D 입체영상으로 복원하는 ‘디지털 복원 기술'도 매우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숭례문, 창덕궁, 거북선 등 중요 문화재가 현재 3D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돼 게임,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수 안경을 끼지 않고도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3D 입체영상 디스플레이' 기술도 국내 업체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이미지를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그 각도에 맞는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보는 주체와 보이는 객체가 마치 한 공간에 공존하는 듯하다. 3D 입체영상 디스플레이 기술은 영상산업뿐 아니라 홍보, 광고, 전시 등의 용도로도 널리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책 속의 여러 이미지 정보(가령 사람, 동물, 건물 등)를 컴퓨터 화면에 가상현실 객체로 띄우는 ‘디지로그(디지털 + 아날로그)북', 인물 사진을 화가가 그린 작품처럼 변환시키는 ‘디지털 초상화', 카메라가 내장된 브러시(일종의 붓)로 특정 이미지를 디스플레이에 옮겨 그리는 ‘디지털 캔버스', 대형 벽면(화면)에 무한대의 디지털 정보창고를 구현하는 ‘인포월(Info-Wall)' 등의 문화기술이 조만간 실용화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화기술의 정점은 오감형 콘텐츠

 
문화기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들은 그 지향점을 ‘오감(五感)정보처리기술'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인간의 오감을 총체적으로 충족시키는 ‘오감형 콘텐츠'의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형 기술이다.

오감형 콘텐츠는 현실 세계와 흡사한 정도의 감각 자극을 제공하는 ‘실감형 콘텐츠(realistic contents)'다. 여기에는 3D 디스플레이, 입체음향, 손으로 만지거나(haptic) 몸에 걸치는(wearable) 체험형 콘텐츠 등이 있다. 심지어 냄새를 맡는 전자 코(e-nose), 맛을 보는 전자 혀(e-tongue)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가상현실이 구현되는 것이다.

오감정보처리기술은 현 단계에서 예상되는 가장 최첨단의 문화기술이다. 이 기술이 본격 등장하게 되면 문화 콘텐츠는 더 이상 간접체험의 수단이 아니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문화기술이 만들어 가는 신세계는 더 이상 몽상이 아니다. 성큼 다가온 내일의 모습이다.


- 김윤현 / 한국일보 출판국 기자, 주간한국 문화팀장, 포춘코리아 시니어라이터.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3. 19. 23:22

[영화로 본 문화 읽기] 혹시 멀미나는 영화 〈클로버필드〉를 보셨는지? - 괴수영화 〈클로버필드〉를 통해 본 창조경영의 키워드

[영화로 본 문화 읽기] 혹시 멀미나는 영화 〈클로버필드〉를 보셨는지? - 괴수영화 〈클로버필드〉를 통해 본 창조경영의 키워드


괴수영화 〈클로버필드〉는 개봉과 함께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화면은 미친 듯이 흔들리고 카메라 렌즈의 초점도 맞지 않아 상영 시간 내내 눈이 아파 보기 힘든 영화인 것.

그럼에도 〈클로버필드〉는 지난 2008년 1월 미국에서 개봉되자마자 역대 1월 셋째 주 개봉영화 중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도대체 이 해괴망측한 영화의 흥행 비밀은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멀미나는 영화 <클로버필드>, 미국에서 흥행 대박

혹시 괴수영화 〈클로버필드(Cloverfield)〉를 보셨는지.

이 80분짜리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나서 “와! 재미있다”고 환호작약하는 관객에 대해 적어도 한 가지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 사람은 자동차 멀미는 물론 뱃멀미, 비행기 멀미, 심지어 테마파크 롤러코스터 멀미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 그 어떤 멀미에도 끄떡하지 않을 인물이란 것.

이 영화, 정말 어지럽다. 마치 높이 30m의 파도 위 통통배에 탄 심정이랄까? 화면은 미친 듯이 흔들리고 카메라 렌즈의 초점조차 제대로 맞지 않아 눈이 아플 지경이니…. 그런데 기가 막힌 일은 이런 황당한 영화가 미국에서 지난 2008년 1월 개봉되자마자 역대 1월 셋째 주 개봉영화 중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를 둘러싼 한층 더 황당무계한 ‘사건' 하나 더. 뭔가 무시무시한 비밀을 담고 있는 듯 보이는 영화의 제목 <클로버필드>는 무슨 뜻일까? 주인공의 이름? 괴수의 이름? 아니면 천하무적 괴수를 쳐부술 결정적인 비밀병기의 이름?

모두 아니다. ‘클로버필드'란 단어는 아무리 눈 씻고 살펴봐도 영화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왜냐고? ‘클로버필드'란 말은 영화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 ‘클로버필드'는 이 영화를 제작한 J.J. 에이브람스 감독(유명한 미국 드라마 〈로스트〉와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의 감독)의 사무실이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거리 이름이다. 그럼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목을 붙였느냐고? 그냥, 재미로 그런 거다!

이처럼 영화나 소설에서 뭔가 중요한 사건이나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관객이나 독자의 관심을 엉뚱한 데로 돌리는 속임수를 ‘맥거핀 효과(MacGuffin Effect)'라 한다.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년)가 대표적. 이 영화 속 주인공은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할 결정적 단서를 가진 ‘조지 캐플란'이란 인물을 추적하지만 알고 보면 조지 캐플란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아무튼 〈클로버필드〉는 개봉과 함께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괴수가 등장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치고는 너무나 해괴망측했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무지하게 간단하다. 어느 날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 괴수가 나타나고, 때마침 인근 파티장에 모여 있던 주인공 일행이 캠코더를 들고 괴수를 쫓아가며 괴수의 모습을 캠코더에 담는다는 얘기다.

〈클로버필드〉의 스토리는 기존 괴수영화 블록버스터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괴물이 어떻게 탄생해 어떤 경로로 맨해튼에 당도하게 된 것인지, 그리고 그 괴물이 결국엔 어떤 종말을 맞게 되는지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기 때문이다. 아! 관객으로선 복장 터질 노릇이다.

허나 여기서 놀라기엔 이르다. 이 영화의 핵심은 ‘무엇(what)을 보여 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how) 보여 주느냐'에 있으니 말이다. 놀라지 마시라! 영화의 모든 장면은 주인공 일행이 캠코더에 담은 모습이 전부이다.

이 영화는 ‘아비규환이 된 맨해튼에서 한 남자가 괴물을 따라가며 자신의 캠코더로 찍은 내용이 영화의 전부'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화면이 미친 듯이 흔들리는 건 기본. 중간 중간 이야기가 뚝뚝 끊기다 못해 괴물이 등장하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카메라 초점이 맞지 않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클라이맥스에서 만큼은 괴수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여야 하건만 이 영화에선 괴수의 전신이 제대로 드러나는 법 없이 슬쩍 지나가는 꼬리나 발끝 같은 일부분만 보여 준다. 하긴 캠코더에 어렵사리 담긴 괴물의 모습이니 무얼 더 바라겠는가! 상영 시간이 80분이란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두어 시간쯤 상영되었다면 거대한 스크린을 바라보다가 발작증세를 보이는 관객들이 속출하지 않았을까?


누구나 감독, 배우
가 될 수 있는 시대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클로버필드〉에 미친 듯이 열광했으니 말이다. 왜 미국의 신세대는 〈클로버필드〉에 열광했을까? 셈에 밝은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왜 이런 황당한 영화를 기획했을까?

아니다. 이 영화는 변화한 시대, 변화한 관객을 공략하기 위한 할리우드의 영악한 전략에서 탄생했다. 할리우드는 새로운 세대의 인식과 취향, 트렌드를 읽었다. 요즘 세대에게 영화는 더 이상 재능 있는 감독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창조물이 아니다. 이제 영화는 하나의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젠 누구나 영화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작은 캠코더나 휴대전화 카메라 하나면 충분하다. 나를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나는 곧바로 내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클로버필드〉는 과감하게도 ‘UCC 형태의 영화'라는 발상을 했던 것이다.

당연히 이 영화는 모든 장면이 주인공 일행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된다. 카메라를 들고 괴수를 찍은 바로 그 인물의 시점으로 영화가 전개되는 것. 결국 관객은 영화를 단순히 ‘관람(watch)'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든 인물의 시점이 되어 영화를 온전히 ‘체험(experience)'하게 되는 것이다.

〈클로버필드〉는 유튜브 세대를 겨냥해 만든 대중문화 상품이다. 캠코더나 휴대전화로 찍은 UCC를 유튜브에 마구 올리는 동영상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문법으로 가져오는 엄청난 모험을 걸었던 것.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무엇(what)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how) 하느냐'가 관건

그런데 더욱 재미난 사실이 있다. 이런 ‘인식의 혁명'과 ‘시각의 혁명'을 통해서 〈클로버필드〉는 제작비를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 아마추어가 캠코더를 들고 마구 뛰어다니면서 괴수를 어렵사리 찍은 조악한 화면'이란 전제로 출발을 하니, 괴물을 선명하게 보여 줄 까닭이 전혀 없지 않은가? 이렇게 해서 영화는 컴퓨터그래픽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종국엔 단돈 3,000만 달러(약 450억 원)로 ‘괴물 블록버스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통상 괴수 블록버스터 한 편의 제작비는 2억 달러 남짓이다).

영화 〈클로버필드〉의 흥행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지혜롭게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고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 블록버스터들이 ‘더 크게, 더 세게, 더 화려하게, 더 비싸게'를 외칠 때, 이 영화는 불현듯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더 커야 하지? 왜 더 화려해야 하지? 왜 더 비싸야 하지?”

그렇다. 〈클로버필드〉는 ‘더 작고, 더 조악하고, 더 값싼' 블록버스터를 만들겠다는 역발상을 했던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관건은 ‘무엇(what)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how)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이 바로 창조경영의 해법이 아닐까.

※ 〈클로버필드〉는 국내에서도 2008년 1월 개봉되었으나 흥행에서 참패했다.

- 이승재 / 동아일보 영화담당기자로 삼성경제연구소 온라인지식서비스 ‘SERI CEO'에서 〈대중문화 읽기〉를 강의 중이며 저서로 〈영화관에서 글쓰기〉(2008년)가 있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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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의 카오스에서 승리하는 법, 스토리텔링 3] 우리만의 특별한 핵심 스토리 만드는 법 - 스토리텔링의 핵심 요소와 방법론


요즘처럼 경제 여건이 어렵고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 고객의 관심을 유지하려면 기업의 브랜드를 차별화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유용한 도구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그렇다면 스토리텔링, 그중에서도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가? 기업의 차별성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핵심 요소와 방법론을 살펴보자. 


스토리텔링은 전략이다

 
먼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며 스토리텔링의 과정에서 특정 대상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와 방향성이 담겨 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성공 여부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얼마만큼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은 전달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작업을 ‘핵심 스토리(core story) 만들기'라고 한다.

 

핵심 스토리는 기업의 모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엮어 내는 중추신경 혹은 밑바탕이 되는 테마라 할 수 있다. 사실 핵심 스토리를 찾아내고 만들어 가는 과정은 기업과 상품의 진정한 영혼과 가치를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은 ‘창조적 다양성'에 관한 핵심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나이키는 ‘이기고자 하는 의지'에 관한 핵심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스토리들은 머리와 마음 모두를 향하고 있으며,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기업의 핵심 스토리는 기업 내·외부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경쟁자들과 구분되는 차별성을 드러낸다.


우리만의 차별성 찾기
 

기업의 핵심 스토리를 만드는 첫 번째 단계는 기업과 상품의 차별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기업이 가진 역동성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맞서 싸우고 도전하는 과정 속에 존재한다. 이것이 흔히 스토리에서 말하는 갈등이다. 기업의 스토리텔링은 갈등이 분명하고 클수록 더욱 뚜렷한 차별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스토리를 생각해 보라.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악당 조커가 빠진다면 어떤 스토리가 되겠는가? 스토리에 조화로움만 가득하고 갈등이 없다면, 그 스토리는 생명력을 잃어버린다. 갈등이 행동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갈등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업이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표출하게 된다.

애플이 맥킨토시를 출시하면서 사용한 ‘1984' 광고는 획일주의적인 경쟁업체들과 애플의 창조적 다양성 간의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 줌으로써 확실하게 애플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우리 기업이나 상품이 만들어 내고 있는 차별성은 어떤 것인가? 짧고 간단하게 답할 수 없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 답은 간단명료해야만 한다.


내부와 외부의 목소리 듣기

뛰어난 작가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먼저 자신의 내면에 대한 고통스러운 탐구 과정을 거친다. 기업이 핵심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먼저 기업의 비전, 가치, 철학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기업이 걸어온 발자취와 중요한 이정표들, 직원들의 소리를 가감 없이 살펴보아야 한다. 모든 기업은 숨기거나 미화시키고 싶은 부분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모든 것을 드러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장난감 업체 레고의 한 직원이 상품 포장 과정에서 커터 칼을 잃어버렸다. 그러자 직원들은 제작, 배송 라인을 모두 멈추고 커터 칼이 들어간 상품을 찾아냈다. 레고는 이 과정을 인터뷰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제품 안전을 위한 직원들의 열정을 보여 준 사례로 홍보해 성과를 톡톡히 봤다. 릴케의 시구처럼 우리 내면의 모든 괴물들은 어느 순간 아름다운 공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기업 외부의 목소리 역시 중요하다. 외부 리서치를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고객의 머리와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기업에 관한 스토리와 이미지를 파악함으로써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다.

먼저 고객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핵심 스토리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흔히 고객을 조사하고 해석, 분석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스토리텔링의 영역에서는 옳지 않은 접근이다. 올바른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식품 브랜드 뱅킷은 집에서 만든 음식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해서 가족들의 저녁 식사를 직접 만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식탁에 앉아 함께 식사하는 단란한 가족'이라는 스토리를 전달함으로써 제품 판매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었다.


핵심 스토리 창출을 위한 동화 모델

핵심 스토리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동화 모델을 이용할 수 있다. 기업의 스토리를 만드는 기준은 10살짜리 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한 동화 모델 속에 기업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여러 역할들을 배정함으로써 스토리텔링의 구조를 명확하게 하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사실 기업이 비즈니스를 영위해 가는 과정은 곤경에 처한 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잘생긴 왕자에 관한 동화와 유사하다. 왕자 대신 기업이 구체화된 아이디어를 위해 투쟁해 나가는 것이다.

동화 모델에서 목표(goal)는 기업의 차별화된 가치를 대변한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명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적대세력(adversary)은 동화 속에서처럼 공룡이나 괴물이 아니다. 적대세력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인정사정없는 경쟁 업체가 적대세력일 수도 있고 기업 내부의 갈등이나 사회나 외부 환경의 변화도 적대세력이 될 수 있다.

조력자(support)는 주인공의 목표 달성을 도와주는 협력자나 독특한 노하우, 또는 문화·역량·기술이다. 어떤 방법으로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맞설 것인가? 만약 고객이 주인공이라면 조력자 역할은 고객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수혜자(beneficiary)는 주인공이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혜택을 받게 되는 특정 인물이나 사람들이다. 전형적으로 고객이 이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후원자(benefactor)는 주인공과 함께 수혜자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로 기업은 주인공 역할뿐만 아니라 후원자 역할도 맡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 속 주인공으로서의 기업과 상품

동화 모델에서 주인공(hero)은 주로 기업이나 상품이다.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분명한 개인적 능력과 성격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 기업 역시 자신의 개성과 가치를 잘 드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은 반항아의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버진(Virgin)은 모험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의할 점은 주인공의 모습이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묘사하는 것과 같은 결점이 없는 존재, 자기 도취에 빠진 존재, 스테레오 타입의 존재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남과 다른 독특함을 구비한 존재, 보편성을 가짐과 동시에 고유성을 겸비한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영웅이란 개념의 정점에는 갈등을 극복해 나가는 굳건한 자기희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가져다 주기 위해 힘겹지만 용기를 내서 투쟁해 나가는 모습이야말로 스토리텔링의 주인공이 가져야 하는 자질이다.


스토리텔링, 잊지 말아야 할 것

스토리텔링을 브랜딩 도구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체론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업 내부의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활동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기업 외부 커뮤니케이션이 핵심 스토리를 기반으로 일관성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대외적으로 제품의 질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자랑하는 반면, 제조공정에서는 비용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기업이라면 하나의 기업에 서로 다른 핵심 스토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 간의 충돌은 기업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신뢰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꾸며낸 스토리에 식상해 하고 그 안에 담긴 거짓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기업의 이익만을 생각해서 만들어 낸 거짓 스토리는 들통날 경우 아예 이를 전달하지 않은 것만 못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람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 기업과 상품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뜰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스토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진정한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은 진실된 대상에 새로운 관점과 가치를 부여하고 창조해 내는 과정이다.


- 황신웅 / 비즈니스스토리텔링연구소장, 덴마크 SIGMA의 협력 컨설턴트, STORYout 대표 컨설턴트로 스토리텔링 관련 강의 및 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