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업체 YouTube의 후발업체 Hulu 따라잡기
YouTube가 지난 11월 10일 헐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인 MGM(Metro-Goldwyn-Mayer)과의 제휴를 통해 유명 TV 프로그램 “American Gladiators”를 비롯해 “Bulletproof Monk”, “The Magnificent Seven” 같은 극장용 영화, 그리고 “Legally Blonde” 등 인기 영화의 클립들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후발주자인 Hulu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YouTube는 이번 제휴를 통해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MGM은 새로운 수익원 발굴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ulu를 모방하는 YouTube?
최근 잇따른 제휴를 체결하고 나선 YouTube의 행보가 온라인 비디오시장의 후발 업체 Hulu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이번 MGM과의 제휴 체결 소식은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YouTube는 최근 독립 영화제작사 Lionsgate, 지상파 방송사 CBS와의 제휴를 잇따라 발표하며 “Star Trek,” “Beverly Hills 90210” 등 추억의 인기 TV 시리즈 전회 방송에 나서고 있다. 또한 Time Warner와 Sony 같은 메이저 업체들과의 제휴도 앞두고 있다.
YouTube는 Hulu의 각종 기능을 철저히 벤치마킹하여 지난 수 개월간 PCC(professional created content) 방영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 지난 11월부터 영화보기(theater view) 버튼을 추가하면서 영상 화면사이즈는 확대하고 나머지 부분은 어둡게 처리하는 등 영화보기에 적합한 환경을 구현하였다. 또한 VideoID 시스템 개발을 통해 미디어 기업들이 YouTube 사이트에서 불법 영상 클립을 발견했을 경우 해당 클립을 제거하거나 그 클립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였다.
몇 개월 전부터 HBO와 CBS Cable의 고화질 방송 콘텐츠는 물론 대학 강의, 다큐멘터리 영화, CBS의 케이블 채널 자회사 Showtime에서 방영되는 시리즈 등이 호스팅되고 있다. 이와 함께 10분이던 YouTube의 동영상 상영 시간 제한을 점차 없애고 있다. 이들 미디어사업자들은 YouTube로 방영되는 동영상에 자체 광고 인벤토리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수익을 공유하는 사업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YouTube의 단점과 MGM의 복안
MGM은 YouTube에 영화 전편을 게시하는 첫 할리우드 영화제작사가 되었다. MGM의 근본 목표는 YouTube라는 접점을 통해 자사 영화를 '홍보'하고 Comcast 에 개설한 자사 VOD 채널을 홍보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제휴 발표와 함께 MGM측은 YouTube에 장편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YouTube가 한번에 30~40개 영화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그런 플랫폼으로서는 Hulu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MGM을 비롯해 영화제작사들은 YouTube가 저작권 문제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또한 YouTube가 UCC 기반으로 출발한 탓에 인터페이스 자체가 다소 산만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어떤 페이지를 보더라도 페이지 상단을 클릭만 하면 영화 목록과 서치 방법이 한번에 제시되는 Hulu 사이트와 달리, YouTube는 한 영화를 찾느라고 몇 십 분을 허비해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어 무엇보다 사용자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UI 구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GM이 YouTube와 제휴를 체결한 것은 YouTube의 방문자 수가 지닌 시장 파급력 때문이다.
따라서 MGM도 다른 헐리우드 영화사들처럼 당분간 YouTube와의 거래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Hulu와의 비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 보호에 무관심했던 YouTube보다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Hulu와 손을 잡는 것이 콘텐츠 사업자 유인에 유리한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Hulu 방문자 수도 6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어 상당 규모의 사용자 기반을 갖추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Lionsgate 역시 YouTube와의 제휴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일단 특정 영화와 TV 프로그램의 영상 클립들을 YouTube 사이트에 제공한 후 사용자들이 이를 통해 DVD를 구매하거나 유료로 제공되는 전체 영상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Lionsgate측은 올해 YouTube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보다는 향후 어떤 식으로 YouTube 사이트를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YouTube로서는 MGM과의 제휴 자체가 새로운 혁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YouTube는 9월 한달 동안에만 무려 8,10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는 등 2005년 오픈 이후 세계 최고의 인기 동영상 공유 사이트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불법 콘텐츠의 온상이라는 오명으로 할리우드 제작사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고, 일상의 소소한 내용을 다룬 UCC 영상물은 광고 매체로 적합하지 않다는 광고주들의 불평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투자자들은 YouTube만의 뚜렷하고 지속적인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을 질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YouTube의 선택은 Hulu의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Hulu가 ‘온라인으로 주요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사이트’로 자리매김하면서 전문가들의 환호와 엄청난 광고 수익을 끌어모으기 시작했고 선도 기업을 자처하던 YouTube는 오히려 Hulu를 벤치마킹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아마추어들의 UCC 동영상을 내세운 YouTube와는 달리 Hulu는 고품질의 전문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이트라는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Hulu는 모기업인 NBC TV의 인기 프로그램들을 비롯해 Viacom과 Sony 같은 유수의 콘텐츠 사업자들과 제휴해 영화에서 뮤직비디오에 이르기까지 '검증된'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더구나 Hulu 이외에도 다양한 온라인 동영상 업체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YouTube의 독보적인 브랜드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명성과 브랜드뿐만 아니라 매출 부문에서도 YouTube는 절대 강자로서의 우위를 위협받고 있다. 미국 시장 기준 YouTube의 올해 연간 매출은 총 1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며, Hulu는 약 7,000만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Hulu의 성장세로 볼 때 2009년에는 YouTube의 매출을 앞설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시장조사업체인 Screen Digest는 2009년 YouTube와 Hulu는 각각 1억 8,000만 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 업체 Neilson Mobile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월 YouTube의 순 방문자수는 8,100만 명, Hulu는 이에 크게 못 미치는 600만 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ulu의 광고 수주율은 급증세를 보이는 반면 YouTube는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즉 사이트 방문자 수가 광고주들의 1차적인 평가 기준인 것은 사실이나, 광고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의 성격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YouTube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앞으로 YouTube가 돌파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1차적으로 거대 영화사들이 YouTube와의 협력 과정에서 과연 얼마나 적극적인 협조에 나설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사업자들이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유통시키는 새로운 실험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올드 미디어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존의 비즈니스 방식을 고수할 가능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영화 상영관을 꿈꾸는 YouTube와 Hulu가 공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온라인 영상 사이트의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유료TV나 DVD, iTunes의 유료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에 이어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는 기대로 인해 여러 미디어 업체와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YouTube나 Hulu 같은 사이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러닝타임 1~2시간의 장편 영상을 소화하기에 과연 이런 유형의 매체들이 적합하냐 하는 점이다. 만일 YouTube나 Hulu가 제공 콘텐츠에서도 기존 TV 수준의 광고가 들어간다면 불편하게 PC 앞에 앉아 영화를 기다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Reference]
1. "MGM to Post Full Films on YouTube", New York Times, 2008.11.10
2. "YouTube Pales Next to Hulu's Spiffy Multiplex", New York Times, 2008.11.10
3. "YouTube film service unlikely to be as profitable as iTunes", 2008.11.12
4. "Online Movie Distribution Should Be Widespread, Not Focused On Specific Sites", TechDirt, 2008.11.10
5. "MGM Deal Brings More Premium Content to YouTube", ClickZ, 2008.11.11
6. "YouTube to Offer TV Shows With Ads Strewn Through", New York Times, 2008.10.10
7. "YouTube Starts Running Full - Length CBS Shows", Reuters, 2008.10.10
8. "Google puts tunes from YouTube a click away",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2008.10.8
9. "Web Videos Where Ads Are Acceptable", New York Times, 2008.8.18
10. "Some Media Companies Choose to Profit From Pirated YouTube Clips", New York Times, 2008.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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