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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4 [2008년을 되돌아본다 2편] IT 제품 트렌드 / 미니멀리즘, 실속파와 여성 소비자를 사로잡다
  2. 2008.12.17 [아이디어 뱅크를 찾아서 2편] 일본 제조업 경쟁력의 비밀 / 제품 속에 숨어 있는 ‘모노츠쿠리’ 정신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2008. 12. 24. 13:45

[2008년을 되돌아본다 2편] IT 제품 트렌드 / 미니멀리즘, 실속파와 여성 소비자를 사로잡다

[2008년을 되돌아본다 2편] IT 제품 트렌드 / 미니멀리즘, 실속파와 여성 소비자를 사로잡다


2008년 한국 가전 및 IT 제품의 트렌드는 ‘미니멀리즘'과 ‘터치', ‘실속'으로 대변된다. 각 IT 업체들의 기술 발전으로 제품별 기능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운데, 올해의 IT 제품 트렌드를 살펴보면 크기는 작고 가격도 저렴한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옥션이 선정한 ‘올해의 IT 제품 베스트 10'을 중심으로 2008년 IT 제품 트렌드를 정리해 본다.


작은 것이 강했다

2008년에는 크기는 작고 기능이 단순하면서도 가격도 저렴한 미니멀리즘 IT 제품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옥션이 선정한 올해의 IT 제품 1위에는 불황 여파로 더욱 인기몰이를 한 저가형 MP3플레이어(18만 대)가 뽑혔다. 특히 올해는 조약돌 모양의 삼성전자 ‘옙 S2', 원더걸스가 디자인한 ‘이노맨 Wo', 아이리버 ‘엠플레이어 아이즈(Mpalyer Eyes)' 등 5만 원대 이하의 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됐다. 기능을 최소화한 대신 감각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10∼20대 여성들에게 어필한 것이 주효했다.

넷북은 옥션에서 2만 5,000여 대가 판매되며 6위를 차지해 하반기 이후 불어온 ‘넷북' 열풍을 실감케 했다. 10인치로 크기가 작고 가벼운데다 기본 기능에 충실하고 가격도 50∼60만 원대로 저렴해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은 포켓 전자사전(1만 4,000대)도 8위를 차지했다. 3인치 LCD를 채용해 명함지갑 정도의 크기에 불과한 아이리버 ‘딕플 D5'는 옥션 전자사전 카테고리에서 판매 순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였다.

 

이 같은 미니멀리즘 바람은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넷북은 출시 초기보다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었다. 디자인을 강조한 아이리버 미키마우스 MP3플레이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판매량이 40% 이상 증가했다. 전자사전도 융합형 제품이 기본형보다 2배 이상 가격이 높았지만 판매량에서는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만져라, 반응하리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터치' 열풍은 거셌다. 특히 풀터치스크린폰의 인기는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10% 수준에 머물렀던 터치폰 판매량이 하반기 들어 20%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 9월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판매된 터치폰은 총 35만 대로 이는 163만 대로 추정되는 내수 시장 규모의 21%에 가까운 수치다. 최고 90만 원에 육박하는 초고가임에도 불황은 터치폰을 비껴갔다.

햅틱·시크릿·프레스토가 대표적인 풀터치스크린폰인데, 햅틱은 옥션에서만 1만 1,000대가 판매돼 9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스카이 프레스토, LG 프랭클린 플래너폰 등 경쟁자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내년 풀터치스크린폰 시장에서는 뜨거운 각축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비게이션도 터치스크린을 채택한 제품이 대세를 이루면서 판매량이 1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기기는 女心을 유혹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디지털가전에 대한 여성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컸다. IT 제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에 적극적인 여성 소비자를 일컫는 이른바 ‘테크파탈(Tech Fatale)'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에 따라 냉장고·에어컨과 같은 생활가전은 물론 휴대폰·노트북PC 등 디지털기기들도 여성들의 취향과 눈높이를 고려한 제품들의 출시가 눈에 띄게 늘었다.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데카르트 마케팅' 바람 또한 이러한 추세를 거들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아르누보(Art Nouveau)풍의 꽃무늬 디자인을 적용한 MP3플레이어 ‘옙 T10'은 여심(女心)을 잡기에 충분했다. 블랙 컬러 본체에 퍼플 꽃무늬를 적용해 전원을 켜면 퍼플 컬러 화면에 나타나는 블랙 컬러 꽃무늬 GUI로 여성스러움을 더했다. LG전자도 휘센 에어컨에 예술 작가의 작품을 적용하는 데카르트 마케팅을 펼쳤다. 기술과 예술의 만남이 에어컨을 실내 공간의 ‘아트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잇따라 핑크빛 휴대폰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햅틱폰 블랙을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스윗핑크 컬러를 내놓았다. LG전자의 아이스크림폰도 하루 개통 1,000대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모토로라도 핑크빛 휴대폰으로 여성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모토로라의 레이저 스퀘어드 핑크실버는 이음매 없는 간결한 라인과 절제된 색상의 조합, 그리고 레이저 스퀘어드 핑크실버의 매력으로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노트북PC 역시 여성 소비자들을 흔들었다. 삼성전자는 ‘센스 있는 컬러 페스티벌'이라는 컬러 마케팅을 펼치며 노트북 제품에 컬러 에디션을 선보여 여성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LG전자가 선보인 미니노트북 ‘X110'은 기존의 투박하고 어두운 색상에서 벗어나 깜찍하고 귀여운 디자인에 앞뒷면의 색상이 같은 ‘올인원' 컬러를 채택, 테크파탈 계층의 호응을 얻었다.

 


그린과 실속

‘그린 IT'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디지털가전은 ‘그린'에 주목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0년 쓸 TV, 전기료도 생각하셔야죠'라며 마케팅 대결을 벌였다. 소비전력·대기전력은 일반 가전제품에 비해 50~60% 낮추면서 화질은 더욱 선명한 TV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친환경 소재인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를 적용한 LCD TV ‘파브 보르도 950'과 고해상도 ‘울트라슬림' 52인치 LCD TV 등을 선보였으며, LG전자는 절전을 위해 4,100단계로 시청 환경을 분석한 ‘풀HD 120㎐ LCD TV'를 출시했다. 이들은 두께가 1인치 정도에 불과하지만 TV튜너, 메인보드 등을 모두 내장하고 소비전력은 60%까지 낮췄다.

실속형도 인기를 끌었다. MP3플레이어, 노트북PC, 내비게이션 등 기본 기능에 충실하면서 가격은 저렴한 IT 제품들이 젊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이패스 단말기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40% 이상 늘었으며, 10만 원대 복합기는 옥션에서 1만 5,000대가 판매돼 인기를 끌었다. 휴대폰과 노트북을 중심으로 블루투스 기능이 점차 확장되면서 블루투스 헤드세트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14만 3,000대가 팔려 나갔다.

 

데스크톱PC가 노트북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넷북의 등장은 직장인과 대학생뿐만 아니라 여성들을 열광하게 했으며 작고 저렴하면서도 기능은 최적화된 제품들이 2009년에도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 김동석 / 전자신문 기자

2008. 12. 17. 20:15

[아이디어 뱅크를 찾아서 2편] 일본 제조업 경쟁력의 비밀 / 제품 속에 숨어 있는 ‘모노츠쿠리’ 정신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아이디어 뱅크를 찾아서 2편] 일본 제조업 경쟁력의 비밀 / 제품 속에 숨어 있는 ‘모노츠쿠리’ 정신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일본 기업들이 장기 불황에도 끄덕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10년 불황에도 연구개발 투자비만은 줄이지 않을 만큼 일본 제조업체들은 최고 품질을 추구한다. 거기에 제품에 혼을 담는 일본인 특유의 장인 정신 ‘모노츠쿠리'도 빼놓을 수 없다. 탄탄한 기초 과학과 기업의 뛰어난 응용 기술의 접목, 조직 결속력과 노사화합의 바탕이 되는 ‘한 식구 의식'도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중요 요인이다.


도요타 자동차 본사가 있는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도요타산업기술기념관. 도요타 자동차의 모태인 도요타자동직기 옛 공장 터에 지어진 이 기념관은 언제 가도 도요타 그룹 계열 회사들의 신입사원들로 북적인다. 도요타 계열의 신입사원들은 연수 중 반드시 이곳을 들러 도요타 그룹 창시자 도요다 사키치가 1906년 발명한 환상형 직기 등을 견학해야 한다. 무라이 코지 산업기술기념관장은 “창업 가문인 도요다가(家)가 100여 년 전에 만들었던 직기를 보여 주면서 도요타의 ‘모노츠쿠리(최고 제품 만들기) 정신'을 가르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제조 기업을 방문하면 하나 같이 강조하는 말이 ‘모노츠쿠리 정신'이다. 최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는 것. ‘장인정신'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일본 기업들은 10년 불황기에도 다른 건 다 줄여도 연구개발(R&D) 투자비 만큼은 줄이지 않았다. ‘R&D를 통한 최고 품질의 추구는 제조회사의 생명선'이란 철학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이 장기 불황에도 쇠퇴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제조업 경쟁력의 비밀도 거기에 숨어 있는 셈이다.


기계 아닌 ‘장인의 손'이 경쟁력

도쿄 인근 오타구공단에 가면 ‘기타지마 시보리 제작소'란 중소기업이 있다. 종업원이 20명도 안 되는 작은 공장이지만 일본의 모노츠쿠리 파워를 상징하는 곳이다. 1947년 설립된 이 공장은 알루미늄을 재료로 못 만드는 게 없다. 일상 생활용품에서 항공기, 로켓 부품까지 주문만 들어오면 다 만든다.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도 로켓 부품의 정밀도를 올리는 최종 마무리 가공은 이 공장에 맡긴다.

 

놀라운 건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 기기가 아닌 기술자들의 손으로 이뤄진다는 것. 기타지마 가즈토시 사장은 “사람 손으로 만드는 게 기계보다 정확하다”고 말한다. 생산 현장의 근로자가 혼신을 다해 얻은 손재주와 미세한 감각 등의 노하우는 일본 부품·소재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LCD(액정표시장치)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첨단 제품도 기초는 현장 근로자의 모노츠쿠리에 있다”(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지적이다.

생산현장에서 모노츠쿠리가 가능한 건 일본 기업들의 끊임없는 R&D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기술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손기술과 노하우가 쌓이는 것. 그런 점에서 일본 기업들이 불황 때도 R&D 투자를 확대해 온 건 평가받을 만하다. 일본 기업들은 거품경제 붕괴 직후인 1992년부터 3년간 R&D 투자를 1~5% 소폭 줄인 것 외엔 지금까지 줄곧 R&D 투자를 늘려 왔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지난해엔 R&D 투자를 더 늘렸다. 불어난 이익을 근로자들에게 임금인상으로 나누어 주는 대신 R&D에 쏟아 붓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주요 25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R&D 부문에 전년보다 7.4% 많은 11조 3,304억 엔을 투자했다.

이들 기업은 R&D 확대와 함께 연구원도 크게 늘릴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의 56%에 이르는 기업이 앞으로 5년간 연구원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니와 아오 도쿄대 교수(기술경영학)는 “수익성이 개선된 기업들 사이에 장기 성장을 위해선 ‘신기술 개발'이 필수라는 인식이 다시 퍼져 R&D 투자 경쟁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 과학과 현장 기술의 만남 - 교토카

일본의 모노츠쿠리가 강한 비결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산·학협동이다. 대학과 연구소의 탄탄한 기초 과학과 기업의 뛰어난 응용 기술이 접목돼 혁신적인 제품을 탄생시키는 나라가 일본이다. 최근 교토에서 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전기자동차 ‘교토카(Kyoto Car)'가 대표적 사례다.

철저하게 환경친화형 자동차를 지향하는 교토카는 차체에 철판을 사용하지 않는다. 연료도 태양광을 이용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를 위한 국제 협약인 ‘교토의정서'가 맺어졌던 도시로서 환경친화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교토카엔 1,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교토의 전통 문화도 반영된다. 자동차 차체엔 밋밋한 단색 외장 대신 꽃무늬 등 일본의 전통 문양이 디자인될 예정이다.

 

2010년 개발을 목표로 한 이 교토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일본의 명문 국립대인 교토대의 벤처비즈니스랩(VBL) 마쓰시게 카즈미 부학장. 쟁쟁한 자동차 기업들을 놔두고 대학 교수가 차세대 전기차를 개발한다니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쓰시게 부학장에겐 든든한 지원 그룹이 있다. 바로 교토 지역의 혁신적인 벤처·중소기업들이다.

마쓰시게 부학장은 벤처기업 여덟 곳과 교토카 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철판을 쓰지 않고 대나무 소재와 탄소섬유를 사용할 차체 개발엔 이 지역 최고의 나노기술 벤처기업이 참여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태양광 전지와 연료전지 등도 지역 벤처기업이 직접 개발하고 있다. 교세라(정보통신기기), 옴론(전자부품), 덴소(자동차 부품) 등 일본 최고 부품 기업들의 고향인 교토의 기술력이 교토카에 집약된 셈이다.

일본의 기초 과학 수준은 세계 톱 클래스다. 이는 노벨상 실적이 증명해 준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은 모두 일본인이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3명 중 1명도 일본인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물리학 7명, 화학 5명, 의학 1명 등 13명의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배출했다. 2000년 이후로만 화학상 수상자가 4명째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과학은 ‘연구실'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의 기술은 도요타 자동차, 소니, 파나소닉 등 세계적 기업들과 만나면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 연결고리가 바로 산ㆍ학 협동이다.

 


일본식 종신고용과 노사협력도 한몫

현장의 모노츠쿠리가 이어진 요인 중 하나는 종신고용을 바탕으로 한 일본식 경영이란 분석도 있다. 고도켄지 고도경영연구소장은 “일자리가 안정되지 못하면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기 어렵고 현장의 기술 전수도 안 된다”며 “그런 점에서 일본의 종신고용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종신고용은 임직원에게 ‘한 식구 의식'을 심어 주므로 조직 결속력과 노사화합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도요타는 노사가 한 식구란 의식을 심어 주기 위해 본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임직원이 목제 밥통에서 직접 밥을 퍼먹도록 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일본 기업들이 옛 경영 방식에만 안주하는 것은 아니다. 캐논은 종신고용이란 일본식 경영에 미국식 성과주의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경영'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일자리는 보장하지만 승진과 급여는 철저하게 실적에 따라 차등을 둬 조직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타라이 후지오 게이단렌 캐논 회장은 “일본 기업들은 대차대조표와 현금 흐름 관리, 투명성, 비용 관리 등에선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였지만 고용과 거래업체와의 유대 관계에서는 일본식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며 “그것이 바로 일본 기업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 차병석 /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