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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2 [광고와 스토리텔링]이야기가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2. 2008.12.11 위기관리 차원에서의 브랜드 관리(Oricom Brand Journal)
2009. 3. 12. 02:57

[광고와 스토리텔링]이야기가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광고와 스토리텔링]이야기가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아들은 진화한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는 말은 이제 안 통한다. 아비만한 자식 없다는 것은 거의 망발에 가깝다. 적어도 엄마들에게 아들은 이세상 최고의 존재다. 희망이고 구원이다. 남편이 못 이룬 것들을 아들은 다해 줄 수 있을 거라는 신념으로 산다. 아들은 애인이고 장난감이고 신종보험이다. 남편은 ‘웬수’이고 애물단지고 효력 없는 보험이다. ‘불혹’이 지난남자는 어느새 여자의 인생에서 ‘부록’으로 전락하고 만다. 아들은 아내를 가로채는 라이벌이요 복병이다. 한 때 내 애인이었고 내 여자였던 아내를 앗아간 아들이 밉다.

이른 아침 아들의 통학을 책임지는 운전기사이자, 늦은 밤 아들의 출출한 배를 다독거리는 야식당번으로 봉사하는 아내가 안쓰럽지만 한편 야속하기도 하다. 애꿎은 아내의 호의도 마다하고 사사건건 투정을 부리는 수험생 아들 녀석의 행패를 더 이상은 눈뜨고 볼 수가 없다. 아들 방에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갔다가 무참하게 퇴짜를 맞고 나오는 아내 대신 핫 초콜릿 한 잔을 건네주면서 불쑥 한마디 한다. “내 여자 너무 괴롭히지마라.” 머리를 쓰다듬는 건지 꿀밤을 먹이는 건지 모를 애매모호한 아버지의 동작에 이어지는 서먹한 집안 공기. 내레이션으로 상황은 깔끔하게 정리된다. “찬바람 불 때, 핫초코 미떼.(광고1)”

핫초코 미떼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국 청년을 애인이라고 데리고 들어와 인사시키는 딸 앞에서 머쓱해 하던 아버지가 쭈뼛거리며 한 마디. “하우 올드 아… 후~” 그러곤 싹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독이며 “찬바람 불 때, 핫초코 미떼.” 엄마와 신경전을 벌이던 딸 녀석이 화해의 제스처로 엄마 앞에 차 한 잔을 툭 밀쳐놓으며 한마디 한다. “집 한번 되게 썰렁하네.”

핫초코 미떼 광고에는 서늘한 패러독스가 있다. 감칠맛과 여운을 남기는 서사가 있다. 그래서 이 광고를 두고 사람들은 ‘이야기 되는’ 광고라고 여기는 것 같다. 스스로 이야기 되는 광고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인터넷에서 바이러스처럼 광고 이야기가 꼬리를 무는 패러디 열전이 생겨난다.

이야기는 패러디를 타고 번져간다

패러디를 이야기하자면 ‘생각대로 T’ 광고를 뺄 수 없다. “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 못 참겠으면 그만두면 되고, 그러다 보면 또 월급날 되고… 딴따다따 따란따다~ 생각대로 T.” 최근 방송된 광고 중에서 가장 쓸모가 많았던 CM송이었던 것 같다. 벨소리를 대신하는 컬러링 송도 되고, 기분풀이 추임새도 되고, 동아리 주제가도 되고, 여기저기 패러디도 되고. 말 그대로 생각대로 되는 노래였다. ‘되고 송’이라는 별명이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광고2, 3).

가지 수만 해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패러디가 인터넷 사이트를 떠돌고 있다. ‘군인 버전’, ‘노처녀 버전’, ‘재수생 버전’, ‘백수 버전’, ‘알바 버전’ 등. ‘~하면 〜되고’라는 문장 속에 대입하기만 하면 패러디 끝! “가수 말 나오면 웃으면 되고, 그러다가 가수 되고 싶으면 소녀시대 멤버 보면 되고, 연예인 보고 싶을 땐 오디션 통과해서 보면 되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 “돈이 없으면 알바하면 되고, 몸이 안 되면 운동하면 되고, 얼굴 안 되면 성격 좋으면 되고, 성격 아닌 건 고치면 되고, 이것저것도 아무것도 아니면 그냥 평생 혼자 살면 되고~.” 어떤 방송사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패러디 가사도 인기를 끌었다. “차 싫증나면 한 대 또 사고, 몸이 아프면 병원을 사고, 그러다가 돈 다 떨어지면 아빠한테 손 벌리고. 아빠 나 백억만. 백억이면 해결 되고~ 좀 사는 티.” 아무튼 여기저기 패러디된다는 것은 그만큼 힘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세상은 모를 일이다. 온갖 ‘쇼’를 하며 불패의 기세를 떨치던 쇼(SHOW) 광고의 약발이 잘 안 먹히고 있다.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쏟아 부으며 무수한 화제를 만들어 냈던 KTF SHOW 캠페인이 이 광고로 인해 적잖이 주춤거리는 형국이다. 이동통신 시장의 패권 다툼에서,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련의 CM송이 뜻하지 않은 변화를 불러 오고 있는 것이다. ‘손이 가요 손이 가’로 시작되는 왕년의 새우깡 CM송 신화가 되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라이벌인 SHOW의 ‘인생을 돕자’ 시리즈나 ‘쇼하고 살자!’시리즈가 별 볼일 없다는 것은 아니다. 생뚱맞은 상황 설정이나 등장인물들의 엎치락뒤치락 코믹한 몸동작도 여전히 재미있다. 애교스런 콧소리로 마무리하는 내레이션도 여운을 남긴다(광고4, 5). 하지만 아무래도 ‘되고 송’의 예측불허 변화무쌍한 랠리에는 역부족을 면치 못하고 있다. KT의 ‘라이프 이즈 원더풀(Life Is Wonderful)’ 캠페인도 그럴 듯하지만 그냥 멋있는 정도다.

‘세련되었지만 어렵다’, ‘잘 만들었지만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다’와 같은 평을 받아오던 SK텔레콤의 T 광고가 확실히 변했다. 이 광고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따라 부르기 좋을 만큼 익숙한 멜로디에 쉽고 편한 노래 가사 때문일까? 인구에 회자되었던 노래 가사에 브랜드를 앉힌 광고라면 최근에 방송된 오뚜기 진라면 광고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아침이 오는 소리에 문득~”, “미칠 듯 사랑했던~”, “어제는 사랑을 오늘은~” 이렇듯 귀에 익은 노래 가사의 한 대목을 툭 잘라서 진라면이라는 브랜드를 끼워 넣는 간단명료한 서사구조다. 새삼 새로울 것 없는 표현방식이다. 고전적 조건화 내지는 단순노출이라는, 효력이 입증된 이론모형에 기대고 있는 안전한 전략이기도 하다. CM송이라는 똑같은 수법을 가지고서도 뜨는 브랜드와 안 뜨는 브랜드가 있는 건 광고 물량의 차이라고 하지 않을 수도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야기’의 함량 문제 아닐까?

현대해상 하이라이프 광고는 위트 있는 블랙 유머가 돋보인다. “위암일지도 모른단다. 7년 모은 비상금을 아내에게 다 줬다. 근데, 위염이란다. 아침마다 반찬이 달라진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하이라이프가 있어 웃는다”, “건강진단을 받았다. 1백 살까지도 거뜬하겠단다. 근데, 낼 모래가 은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하이라이프가 있어 웃는다”, “한 대 맞았다. 코뼈가 나갔단다. 납작하던 코가 오뚝해졌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하이라이프가 있어 웃는다.” 인생의 한 지점에서 마주치는 황당한 사건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대략난감인 상황에서 보험이 오아시스가 될 수도 있고 피난처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 솜씨가 깜직한 경지에 이르렀다(광고6).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서사

디지털 시대일수록 이야기의 가치는 빛을 더하는 것 같다. 원래 디지털이란 자로 잰 듯이 딱딱 떨어지는 것이다 보니까 가파르고 메마른 성질머리를 하고 있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을 터이다. 그런 까칠한 모양새를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솜씨로 다독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 옛날 할부지, 할매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를 하던 것처럼 디지털 미디어들이 구수하고 정감 있는 아날로그 이야기를 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박카스 광고의 ‘재봉틀’편과 ‘자전거’편도 그 사례다. “김정남 할머니의 피로회복제는 재봉틀입니다.” 이런 주장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카메라는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다가간다. 할머니의 굵은 손마디와 자잘한 주름살, 윗실과 아랫실이 부지런히 교차하면서 한 땀 한 땀 헝겊을 누비는 바늘, 발놀림의 강약에 따라 춤추듯이 아래위로 진동하는 노루발의 움직임을 카메라는 정확하게 기록한다(광고7). 얼마 전 타계한 박경리 선생에게도 재봉틀은 고단한 글쓰기의 노역을 위로하는 피로회복제이고 장난감이었을 것이다. 그런 재봉틀로 박은 원고지가 강물이 되어 바다에 닿았다는 어느 추도사가 결코 허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봄의 피로회복제는 무엇일까? 박카스 광고는 정답을 자전거라고 밝히는 대신 이런 저런 형상을 한 자전거들을 오랫동안 보여주고 있다(광고8). 소설가 김훈의 비유처럼, 자전거는 삶을 굴리는 바퀴다. 온몸의 힘을 받아서 움직이는 가장 정직한 동력이다. 자동차 운전자가 자신이 도로의 중심이라는 착각에 빠져 거만해져 있을 때 자전거를 탄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겸손하고 조심스런 마음가짐으로 페달을 성실하게 밟아 간다. 그래서 바퀴를 타고 달리면서 보는 세상은 아름답다. 거리는 나와 세상을 연결시켜 주는 통로가 되고 나는 자전거 위에서 세상과의 관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재봉틀과 자전거를 통해 묘사되는 박카스는 철저히 아날로그 음료다. 마시면 피로가 바로 풀리는 마법의 에너지원이며 뇌물과 정표 사이를 살갑게 오가는 인정의 기호다.

이야기의 참고서, 소설과 시

‘이야기’ 잘하는 솜씨가 새삼스럽게 능력의 잣대가 되고 있다. 지도자의 리더십을 말할 때도 그렇고 문화 콘텐츠의 함량을 잴 때도 그렇다. 게임의 재미를 이야기할 때도 ‘이야기’를 들먹인다. 인물이든 브랜드든, 놀이든 사건이든, 그것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얼마나 ‘이야기’를 잘 해 낼 수 있는지가 진정성의 척도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영상·문화 콘텐츠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 <반지의 제왕>, <리니지> 게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이런 영화와 드라마, 게임, 소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토리텔링은 문학 용어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혹은 구전(口傳)을 뜻한다.

브랜드에 스토리를 넣어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키고 이를 통해 판매 촉진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스토리텔링+마케팅=감성 마케팅’, 즉 소비자의 마음 점유율을 높이는 수단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이야기가 담긴 제품은 품질이나 디자인이 뛰어난 상품보다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뭔가 다른 상품이나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야기’의 풍부함과 빈곤함이 ‘좋은 광고’를 가리는 새로운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놀랍다, 재미있다, 특이하다, 새롭다, 강하다고 칭찬하는 대신 ‘이야기 된다’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은 메시지나 텍스트가 ‘좋은 이야깃거리’를 얼마나 많이 담고 있는 지를 굳이 따져 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란 동화 구연하듯이 아기들에게 일방적으로 읽어주던 그런 소통방식이 아니다. 텍스트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수용자가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제대로 반응하는가 하는 쌍방향 소통이 문제의 핵심이다.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서 ‘이야기하기’ 솜씨가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좀 어눌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반응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으면 더 좋다고 여긴다. 이야기 솜씨의 교과서는 역시 소설이다. 중국 문단을 이끌어갈 차세대 대표작가로 주목 받는 위화의 장편소설 <인생>은 광고 서사를 짜는 데도 참고할 만한 중요 한 힌트를 줄 것 같다.

요약하자면, 부잣집 도련님에서 가난한 농부로 전락한 푸구이라는 인물이 국공 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고 혼자 남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농촌으로 민요를 수집하러 간 ‘나’에게 늙은 농부 푸구이가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나’는 민요를 수집하러 다니며 만난 많은 노인들 중 그 누구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리고 진실하게 털어놓는 푸구이 노인에게 인간적인 연민과 호감을 느끼며 그에게 문학 용어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혹은 구전(口傳)을 뜻한다.

브랜드에 스토리를 넣어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키고 이를 통해 판매 촉진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스토리텔링+마케팅=감성 마케팅’, 즉 소비자의 마음 점유율을 높이는 수단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이야기가 담긴 제품은 품질이나 디자인이 뛰어난 상품보다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뭔가 다른 상품이나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야기’의 풍부함과 빈곤함이 ‘좋은 광고’를 가리는 새로운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놀랍다, 재미있다, 특이하다, 새롭다, 강하다고 칭찬하는 대신 ‘이야기 된다’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은 메시지나 텍스트가 ‘좋은 이야깃거리’를 얼마나 많이 담고 있는 지를 굳이 따져 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란 동화 구연하듯이 아기들에게 일방적으로 읽어주던 그런 소통방식이 아니다. 텍스트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수용자가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제대로 반응하는가 하는 쌍방향 소통이 문제의 핵심이다.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서 ‘이야기하기’ 솜씨가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좀 어눌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반응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으면 더 좋다고 여긴다. 이야기 솜씨의 교과서는 역시 소설이다. 중국 문단을 이끌어갈 차세대 대표작가로 주목 받는 위화의 장편소설 <인생>은 광고 서사를 짜는 데도 참고할 만한 중요 한 힌트를 줄 것 같다.

요약하자면, 부잣집 도련님에서 가난한 농부로 전락한 푸구이라는 인물이 국공 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역사속에서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고 혼자 남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농촌으로 민요를 수집하러 간 ‘나’에게 늙은 농부 푸구이가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나’는 민요를 수집하러 다니며 만난 많은 노인들 중 그 누구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리고 진실하게 털어놓는 푸구이 노인에게 인간적인 연민과 호감을 느끼며 그에게 이야기를 재촉한다.

<인생>은 원래 3인칭 시점의 소설이었다. 작가는 1~2만 자쯤 쓰고 나서 필력의 한계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작가의 전지적 시점이 아닌, 주인공 푸구이가 직접 말하는 방식으로 바꿨더니 이야기가 막힘없이 술술 풀려 나갔다고 한다. 푸구이 노인은 고난의 연속인 일생을 회고하는 화자가 된다. 같은 글감이라도 스토리텔러의 입을 빌어 묘사되면 그 생생함과 깊이가 훨씬 더해진다는 것을 이 소설은 방증하고 있다.

내친 김에 윤대녕의 단편소설집 <제비를 기르다>도 한번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책 제목과 같은 이름의 단편 <제비를 기르다>는 과거 아버지의 연인이었던 술집 작부 ‘문희’가 다시 ‘나’의 연인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쩌면 우연일 수 있고 실현의 개연성도 없는 듯한 만남이 이 소설의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야기만 두고 보면 불편한 곳도 없지 않다. 동명이인으로 묘사된 ‘문희’의 캐릭터라든가, 인물들의 만남이 우연의 남발로 일관되는 것이라든가 어머니와 아버지, 술집 작부 할머니 ‘문희’가 다시 현실의 ‘나’와 만나는 ‘문희’로 현신하는 대목 등은 잘 꿰어 맞춘 모자이크 같은 스토리다.

목소리를 듣고 싶으면 바로 전화 걸어 통화를 하면 되고, 보고 싶으면 바로 화상통화를 하면 그만인 세상. 그야말로 ‘생각대로’ 되는 세상이고 마음에 있는 모든 생각들은 즉석에서 ‘쇼’를 해야 통하는 세상이다. 모든 것이 신속성과 실효성의 잣대로 측정되는 디지털의 편리한 세상에서 아날로그의 모양새를 띠는 ‘정’과 ‘회한’, ‘이별’과 ‘아픔’, ‘그리움’과 ‘기다림’ 등은 그저 사치스럽고 미련한 감정의 찌꺼기에 지나지 않는 것들일까? 윤대녕의 소설 <제비를 기르다>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아날로그 인간들의 또 다른 사랑 이야기로 읽혔다.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작용과 반작용을 만들어 내면서 확산되는 이야기의 가능성. 보다 전문적인 개념으로 말하면 ‘이야기 가치(story value)’가 된다. 이야기 가치는 사건이 전개되는 시간의 길고 짧음이 아니다. 역동성과 반전, 긴장과 갈등, 심리작용의 복잡한 화학작용의 농도에 있음을 <인생>과 <제비를 기르다>는 말해 주고 있다.

충분한 함량의 이야기를 담기에 광고는 너무 짧은 매체라는 불평이 있을 수 있다. 짧은 것을 불평하자면 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시는 이야기를 담기에 적당하지 않은 장르인가?


(전략)… 요새 고기 없니더 달랑, 눈만 달린 호박씨만 나오니더 어제 시청 김계장, 와, 거, 벌초 때도 낚싯대 들고 오는 양반, 세 칸대 네 칸대 외바늘로 딱, 딱 수초 구멍에 때리 넣는데 참말 기가 막힙디더 그래도 꽝쳤심더 1급수 맹동지 옛말 됐니더 4짜 붕어 인터넷에 뜬 뒤에 벌떼 같은 릴 부대 원자탄에 물이 죽었심더… (후략)
- 전동균 시집, <거룩한 허기> 중 ‘맹동에서 온 전화’에서

시에도 이야기의 장치는 힘이 세다. 시인은 전화기 건너편에서 건너온 화자의 목소리를 빌어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모든 사람이 알아듣고 공감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낚시에 일가견이 있거나 명당을 찾아 헤매 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간절한 이야기다.

어차피 광고가 풀어내는 이야기도 말귀를 알아들을 사람에게 더 절절하게 생생하게 전하는 데 묘가 있을 것이다. 세세하게 주절주절 다 설명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시간과 공간에는 어김없이 호기심과 관심이 모여든다. “소비자들의 세계관에 맞추어 스토리의 틀을 짜라.

그러면 당신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들리게 될 것이다.” <보랏빛 소가 온다(Purple Cow)>, <퍼미션 마케팅(Permission Marketing)>, <아이디어 바이러스(Unleashing the Ideavirus)> 등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변화의 전도사로 알려진 세스 고딘(Seth Godin)이 설파한 얘기도 바로 이 맥락이다.

출처 : 한국방송광고공사
2008. 12. 11. 21:46

위기관리 차원에서의 브랜드 관리(Oricom Brand Journal)

위기관리 차원에서의 브랜드 관리


김민기 숭실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 minkikim@ssu.ac.kr


‘퍼펙트 스톰’의 위기상황
- 거시, 미시 모두 문제


우리는 지금 ‘퍼펙트 스톰’과 같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먼저 거시적으로 보면, 서브 프라임으로 야기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모든 나라가 신뢰의 붕괴와 실물경제의 장기적 침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발 금융 위기의 후폭풍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각국이 엄청난 위기 속에 허덕이고 있다. 먼저 거시적으로 보면, 서브 프라임으로 야기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모든 나라가 신뢰의 붕괴와 실물경제의 장기적 침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발 금융 위기의 후폭풍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각국이 엄청난 위기 속에 허덕이고 있다. 1년도 더 전에 이미 금융시장의 붕괴를 정확히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도 않았다.”고 금융시장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전 세계 정부들은 패닉을 막기 위해 점점 더 적극적인 대책을 취해왔지만, 투자자들은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에 신뢰감을 잃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2008). 우리나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나라 경제 실력의 총점에 해당하는 원-달러 환율은 연초 938원에서 10월 24일 1,440원으로 54%나 급등했다. 지난해 2만 달러를 넘었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 중반으로 뒷걸음치게 생겼다. 한국 국채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도 6%를 넘어섰다. 이 같은 상황은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보다 훨씬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목전에 둔 터키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가는 1년 만에 코스피지수 2,000에서 938으로 반 토막 났으며 달러는 물론 원화까지 마르면서 중소기업과 가계의 돈줄이 타고 있다. 사면초가의 위기 상황이다. 경제정책의 팀워크는 완전히 무너졌다. 외국 자본의 이탈에 따른 환율 급등에 대비해야 할 지난 4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거꾸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달러가 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이는데도“지금 환율은 너무 낮다.”“환율이 어디로 가야 할지 자명하다.”며 작전을 노출했다. 고삐가 풀린 환율은 달러가 강세로 돌변한 9월 이후 재앙으로 다가왔다. 위기론을 먼저 꺼내 불안감을 부추기더니 갑자기 말을 바꿔 위기가 아니라고 우긴 것도 정부다(김광기나현철, 2008). 경제규모 세계 13위, 외환보유액 세계 6위의 한국이 국제 금융위기에 처한 개발도상국보다 더 흔들리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경제의 기초여건이 나빠서도, 실력이 못해서도 아니다. 불안심리에 따른 과민반응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불안의 근원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리더십의 한계다(남윤호, 2008). 거시 경제 수장들의 리더십이 신뢰를 잃으니,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이제 미시적으로 보자.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갖가지 불상사로 인해 엄청난 신뢰의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사실 식품업계에서 이물질이 발견되거나 기준치 이상 세균이 검출되는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삼양식품 용기 라면에서 금속 너트가 발견되어 회수됐는가 하면,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빵에선 비닐조각과 고무장갑 조각이 섞여 나왔다. 또 오리온‘고소미’에선 철심이 발견됐고, 카스맥주에서는 소시지 껍질이 나와 소비자를 경악시켰다.‘사골우거지국’등 오뚜기 즉석 국에서는 기준치를 약 500배 가량 초과한 세균이 검출되어, 식약청으로부터 제조일자가 같은 제품이 긴급 회수 조치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오뚜기는 지난 5월에도 곰팡이가 핀‘썩은 즉석밥’판매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동원F&B의 각종 제품에서는‘칼날 참치’,‘칼날 햄’,‘곰팡이 즉석밥’,‘파리 참치’,‘돼지털 소시지’등 이(異)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끊이지 않았다(김덕한, 2008). 매일유업은 2007년에 아찔한 사고를 세 번이나 겪었다. 4월에 6개월 미만 영아용 이유식에서 대장균의 일종인 사카자키균이 검출됐고, 5월엔 1회용 조제분유에서 발진을 일으키는 바실러스 세레우스균이, 12월엔 유기농 이유식에서 유전자 재조합(GMO) 성분이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농심에서 빚어졌다. 연초‘국민 스낵’이자‘스테디셀러’인 새우깡에서 쥐머리가 발견돼 충격을 주었다. 지난 5월 22일 손욱 농심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이번 사태는 안일했던 농심의 분위기를 깨우쳐준 계기가 됐다”고 사죄했는데, 곧이어‘바퀴벌레 辛라면’에 이어‘나방 짜파게티’까지 발견되면서 이물질 파문이 이어졌다. 실제 소비자원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물질 신고 1,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농심에서 제조한 가공식품에 대한 신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농심의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것이다. 브랜드 가치 평가회사인 브랜드스톡의 조사에 따르면 농심 신라면은‘이물질 파동’여파로 1분기 79계단이나 급락해 브랜드 순위가 86위까지 밀렸다가 2분기에 가까스로 18계단 반등해 68위에 올랐다(조득진, 2008).


식품만이 아니다. 2007년 9월 경비업체 직원이 강도로 위장해 고객의 집을 터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에스원은“범인은 현직이 아니라 퇴직 직원”이라고 둘러댔는데, 거짓말이 들통나는 데는 불과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승연 회장의 폭행사건도 거짓말이 위기를 키운 대표적 예다. 만약 김 회장이 처음부터‘자식을 아끼는 부모의 마음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면 문제는 달리 전개됐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최철규, 2008). 게다가 멜라민 파동이 터져 소비자의 불신이 분유에까지 미치는 상황에서 남양유업은“공식적인 검사 결과 자사 제품에서 멜라민이 든 유아식 제품이 한 통이라도 나올 경우 소비자에게 100억 원을 돌려 드리겠습니다.”라는 약삭빠른 광고를 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과장광고 여부를 검토하기도 했다(최원석, 2008).


위기의 탈출구는‘신뢰 회복’


이제 세계금융이든, 경제정책이든, 기업이든, 시장이든 신뢰를 저버리고 소비자를 속이고 우롱하는 행위는 엄청난 파급 효과와 후유증을 앓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위기상황, 즉 퍼펙트 스톰에서 벗어나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이럴 때일수록 우왕좌왕하다가는 공멸에 빠지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기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다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에서 신뢰의 회복에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신뢰회복의 가장 초보적인 대응 방침은 PR에서 말하는 위기관리에서 출발한다. 즉 1982년 타이레놀의 독극물로 8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인 맥닐 사(존슨 앤드 존슨의 자회사) 경영진은 모든 제품을 회수하고, 타이레놀 제조 공정을 자발적으로 언론에 공개해 위기를 극복했다. 이처럼 첫째,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 둘째,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 셋째, 기업의 잘못이라면 어떠한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먼저 피력되어야 신뢰회복이 가능하다. 이는 대통령과 경제정책 수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책은 어디까지나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신뢰회복의 근본적인 길은‘관계’에 대한 올바른 성찰에 있기 때문이다.


새삼스럽지만, 여기에서 미국마케팅학회가 내린 마케팅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1948년에 마케팅 학회의 정의는“마케팅이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자로부터 소비자 또는 사용자에게 유통되도록 지시하는 기업활동이다.”로 유통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1985년에는“마케팅이란 개인과 조직의 목적을 만족하게 하는 교환을 창조하기 위하여, 아이디어상품서비스에 관한 개념형성, 가격설정, 프로모션, 유통을 계획하고 실시하는 과정이다.”라 하여, 교환 개념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2004년 8월에는“마케팅이란 조직과 스테이크홀더(관여자) 양쪽에게 유익하도록, 고객을 향하여‘가치’를 창조하고 전달하고 제공함과 아울러 고객과의 관계성을 구축하기 위한 조직적인 활동의 통합과정이다.”라 하여, 관계가 핵심개념으로 부각되었다. 이에 따라, 21세기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의 과제는 스테이크홀더와의 관계를 구축하고 발전시키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유럽근대사의 구성원리가‘존재론’이라 한다면 우리 동양의 사회구성원리는‘관계론’이다. 존재론적 구성원리는 개별적 존재를 세계의 기본단위로 인식하고 그 개별적 존재에 실재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반면 관계론적 구성원리는 개별적 존재가 존재의 궁극적 형식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존재는 관계망으로서 존재한다고 본다(신영복, 1999). 관계론은 관계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다. 즉 지도자와 민중의 관계,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 이성 간의 관계, 평등한 사이의 관계 등에 대한 고찰이 관계론인데 그 삼강(三綱)은“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위해야 한다(君爲臣綱)”,“어버이는 자식을 위해야 한다(父爲子綱)”,“지아비는 지어미를 위해야 한다(夫爲婦綱)”라는 데서 비롯된다. 오륜(五倫)도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는‘의’가 있어야 한다(君臣有義), 어버이와 자식 사이는‘친’해야 한다(父子有親), 나이 든 사람과 어린 사람 사이에는 순서가 있어야 한다(長幼有序), 이성 간에는 구별이 있어야 한다(夫婦有別), 평등한 사이에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朋友有信) 등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론을‘상하관계적 질서의 확립을 통해 봉건적 신분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지배층의 통치이념’으로 파악하여 배척하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편 관계(relation)의 핵심은 인연형성(engagement)이다.‘소매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우리의 옛 속담을, 마케팅에 적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필자는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학문이라 파악한다. 인간의 탐구(human inquiry), 소비자에 대한 통찰력이 마케팅 연구의 발전과정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1950년대에 심리학이 도입되면서 혁신되었고, 1960년대 이후에는 소비자의 정보처리, 기억 등 지식상태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1980년대에는 정서, 소비의 쾌락주의 등 감정에 관한 연구가 도입되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소비자라는 존재의 의식과 행동을 다면적으로 이해하려는 접근이 임상심리학에서 도입되었다.‘총체적 접근(holistic approach)’이 그것인데, 이는 인간의 의식을 분할할 수 없는 덩어리라고 본다. 즉, 개인으로서의 소비자는 한 인간으로서, 먼저 가족이라는 집단, 가족은 지역사회의 단위, 가족 구성원은 각각 직장, 학교, 자원봉사단체 등의 사회적 조직에 속하고, 그리고 문화라고 하는 가치관의 틀 속에 있으며, 그 바깥에 넓은 의미의 자연이 있다고 풀이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소비자는 이러한 동심원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그를 둘러싼 든 것들‘사이(間)’의 관계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일상생활을 보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동양에서 그동안 타파해야 할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해온 혈연, 지연, 학연 등‘연(緣)’의 개념과 구조로 풀어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다시 말하면, 혈연, 지연, 학연 등 수없이 얽혀 있는‘연(緣)’의 관계를 새로운 발상에서 접근할 필요가 대두되는 것이다. 2006년부터 미국과 일본의 광고계에서 새롭게 제시된 개념인 ‘engagement’도-필자는 이를‘인연형성’으로 번역하고 있는데-인연형성을 위한 메시지의 공동창조(co-creation)와 공동소유(co-ownership)를 제창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어프로치가 열광의 코드 7에서 제안하듯이, 기업도 창조신화, 신념, 아이콘, 의식, 이교도, 신성한 말, 리더 등 종교의 창조신화와 같은 스토리를 갖는게 중요하다면서 코카콜라, 스타벅스, 구글, 맥도널드, 볼보, 할리 데이비슨의 성공사례를 꼽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패트릭 한런, 2007).


브랜드 관리는 ‘신뢰 관계’의 관리

여기에서 브랜드의 원점을 상기해보자. 브랜드는 원래 자기 목장의 가축과 남의 가축을 구별하기 위한 표시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니까 브랜드는 다른 것과 구별, 차별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남의 것보다 나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브랜드가 사람들로 하여금‘가치’를 느끼게 하는 기능에 주목하게 되면서‘다름’과 아울러‘나음’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강한 브랜드의 특징은 첫째 독창성(originality)이 있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하나뿐일 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No. 1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둘째, 브랜드 아이디어를 알기 쉽게 명시하고, 셋째 소비자와의 약속을 슬로건, 로고, 마크 등으로 차별화해서 표현해야 한다. 넷째,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고, 조직원들의 자긍심과 의욕을 북돋아 내부적인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과거와 전통을 넘어 현재와 미래를 향해 계속 노력해나가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브랜드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부가가치를 계속 창출해나가는 활동의 결과인 것이다(하쿠호도, 2006). 그런데 브랜드 관리가 어려운 것은, 브랜드는 수용자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송신자의 일방적 메시지만으로는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또 브랜드의 이미지는 사회적 평가, 평판이나 고객에의 어필, 유통과의 좋은 관계, 판촉활동, 상품의 매력, 판매원과 조직원의 의욕이나 자세 등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수많은 관계와 접점에 의해 형성된다. 그러므로 강한 브랜드를 만들려면 첫째,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약속하는 가치를 결정하고, 둘째, 그 가치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스타일을 결정하며, 셋째, 그 스타일과 사람들을 잇는 관계의 접점을 창출해야 한다. 브랜드의 핵심적인 요소는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갖게 하고, 기업에서는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브랜드는 실체가 없는 표층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강한‘신뢰관계’의 결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가타히라 호타카,1999). 요컨대 브랜드 관리란‘관계의 관리’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와 관련된 기업의 불상사를 근절하는 길은, 우리 사회와 기업의 윤리의식을 제고하여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데서 모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윤리의 추구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브랜드 전략 등 기업의 중요한 테마와는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을 뿐 방향성은 일치한다. 윤리는 세 단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제1의 윤리’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개인의 윤리도덕의 추구이다. 이 차원에서는 정직(honesty), 공정(fairness), 정의(justice) 등의 덕목을 요구한다.‘제2의 윤리’는 조직과 기업의 윤리이다. 이 차원에서는 신뢰성(reliability), 투명성(transparency), 설명책임(accountability)이 필요한 덕목으로 거론된다. 그리고‘제3의 윤리’는 업계 공통의 윤리를 확립하는 것이다. 업계 공통의 윤리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1565년 구림(丘林) 대동계가 향약(鄕約)으로 정해 이어져오는 덕업상권(德業相勸: 덕을 쌓는 일은 서로 권한다), 과실상규(過失相規: 잘못된 일은 서로 규율한다), 예속상교(禮俗相交: 좋은 풍속은 서로 나눈다), 환난상휼(患難相恤: 환난을 만나면 서로 돕는다)이 아닐까 싶다.


광고자율심의기구가 2006년 말에 개최한 <국제광고심의세미나>에서 야나세 가즈오(梁瀨和男) 교수는 다음과 같은 발표를 한 바 있다. 그는 기업의 불상사(不祥事)가 빈발하는 이유와 예방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①“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사회통념, 사회의 상식으로 판단해야 한다. ②“지금까지 문제가 없었으니, 이번에도 괜찮다.”⇒‘어제’의‘상식’은,‘오늘’의‘비상식’이 되어 버렸다. ③“빨간불도 함께 건너면 무섭지 않다.”⇒ 저마다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의 책임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윤리의 준수를‘의무’라고 생각하지 말라.‘무기’라고 생각하라.”고 마무리한 바 있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주자가 말하는‘공공(公共)의 리(理)’가 정착된 사회, 서양의‘코이노니아(선한 공동체)’는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이 이상향은 누가 누구인지를 알고, 서로 따뜻하게 격려하며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성심성의의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신뢰관계가 정립된 공동체이다. 여기에 가까이 다가가는 기본은 <대학(大學)>의 핵심적인 내용인‘내성외경(內誠外敬) 즉 안으로는 참되고 성실하며, 밖으로는 공경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브랜드가 신뢰의 약속이고, 브랜드 관리가 신뢰관계의 관리라면, 내성외경이야말로 기업 불상사의 해소와 퍼펙트 스톰의 위기에서 탈출하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김광기,나현철, (2008),“대한민국 작전타임- 속절없이 무너진 시장, 그러나 역전의 기회는 있다”, <중앙Sunday>
•김덕한, (2008),“[이슈분석] 동원F&B 칼날파리곰팡이까지ÿ 식품 안전 비상”, <조선일보>
•남윤호, (2008),“골병 든 한국경제 ÿ 리더십이 문제다”,<중앙일보>
•신영복, (1999),“존재론에서 관계론으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제학술회의논문집>
•닥터 둠` 루비니(2008),“아직 바닥에 오지 않았다”, <연합뉴스>
•조득진, (2008),“농심‘촛불 유탄’맞고 미운털 박히나” <뉴스메이커> 783호
•최원석, (2008)“[색연필] 남양유업‘멜라민 나오면 100억’광고ÿ 과장 여부 법률 검토”, <조선일보>
•최철규, (2008)“위기관리 이렇게 한다”, <조선일보>
•패트릭 한런 지음홍성준 박영수 옮김(2007), <열광의 코드 7>.
•가타히라 호타카(片平秀貴) (1999),“파워 브랜드의 본질(パワ ブランドの本質)”, <ダイアモンド社.>
•하쿠호도 지브랜드프로젝트(博報堂 地ブランドプロジェクト) 편저 (2006), <지브랜드(地ブランド)>, 弘文堂.


출처 : 오리콤 브랜드 저널(www.ori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