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3.06 [IT 이슈] 인터넷 지도가 진화하고 있다.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인터넷 지도 서비스
  2. 2008.11.24 [디자인 경영 시대 4편] 공간 디자인 트렌드 / 사람과 호흡하고 살아 움직이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라
2009. 3. 6. 23:36

[IT 이슈] 인터넷 지도가 진화하고 있다.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인터넷 지도 서비스

[IT 이슈] 인터넷 지도가 진화하고 있다.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인터넷 지도 서비스


인터넷 지도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워킹 내비게이션(walking navigation), 인터넷 우주지도 등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들이 현실로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인터넷 포털이 공간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가 새로운 ‘캐쉬 카우'가 될 것으로 보고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지도의 진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인터넷 지도, 생활을 바꾸다

사례 1. 한때 신문 외신면에 달(moon) 표면이 부동산 투자 대상이 됐다는 내용이 나온 일이 있다. ‘토끼가 방아 찧던 절구를 사려나?'며 코웃음을 쳤는데 머지않은 미래에 달, 화성 등을 향해 부동(不動) 자금을 던지는 이들이 쏟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구글이 개발 중인 ‘구글 달(Google Moon)'을 활용하면 달 표면의 실측 사진을 개인용 노트북 화면에서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사례 2. 명동에 맛집 관광을 온 일본인 하루키 씨는 야후의 지도 서비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휴대전화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 지도 화면을 띄우면 곧바로 반경 2km 안의 맛집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하루키 씨는 지하철, 버스, 택시 등 각종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 예상 시간과 요금까지 확인해 교통비도 절약할 수 있었다.

위 두 가지 사례는 진화하는 인터넷 지도 서비스로 인해 바뀌게 될, 혹은 이미 바뀐 생활의 단면이다. 간략한 약도를 볼 수 있을 뿐이었던 인터넷 지도의 역할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우리 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예정이다.

인터넷 지도는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까. 쉬운 예로 약속 장소를 확인하는 방법이 바뀔 것이다. 예컨대 명동의 ‘중국반점'에서 만나기로 했다면 지금까진 인터넷에 검색어를 입력, 전화번호를 알아내 길 설명을 듣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이 최근 선보인 ‘로드뷰' 서비스를 활용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로드뷰'는 다음의 인터넷 지도 제작팀이 전국 골목골목을 누비며 실사 촬영을 해 만든 서비스로 한국판 ‘구글 어스(Google Earth)'라고 할 수 있다. 지도 검색란에 ‘중국반점'을 입력한 후 지도 위에 표시된 파란 선을 따라가면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경로를 마치 길을 걸어가면서 실제로 보는 것처럼 파악할 수 있다. 휴대전화를 통한 인터넷 접속료가 좀 더 저렴해지고 전송 속도도 빨라진다면 약속 장소를 확인하기 위해 굳이 컴퓨터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질 것이다.

골프 마니아에겐 ‘스카이뷰'라는 위성지도가 매력적이다. 픽셀당 50cm급 항공 사진을 제공하는 다음의 ‘스카이뷰'는 도로 위의 화살표나 건물 간판의 글씨까지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라운딩에 앞서 미리 코스 공략법을 익힐 수 있다는 얘기다. 구글은 골프 위성지도에 게임 기능을 접목한 서비스도 내놨다.

부동산 매물을 알아보는 데도 지도 서비스가 요긴하다. 예컨대 파란의 무료 항공사진 서비스에서 ‘잠실 ○○아파트'를 치면 전체 단지의 동수, 면적과 도면, 주변 근린 시설 등이 항공기가 비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함께 제공된다. 구글 어스의 위성 영상에 비해 해상도와 색감, 생동감, 입체감 면에서 보기 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넷 지도를 통해 등산로를 비롯한 관광지를 미리 가볼 수도 있다. 야후코리아가 제공하는 ‘글로벌 거기' 서비스를 통해 국내 관광 명소뿐 아니라 파리 에펠탑, 런던 타워브리지 등 해외 명소의 고해상도 위성지도를 볼 수 있고, 이 곳을 다녀온 블로거들이 올린 사진이나 글을 볼 수도 있다.

 


중국의 ‘구글 열풍' 낳은 지도 서비스

 
인터넷 포털의 지도 서비스는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로도 진화하고 있다. 구글이 최근 선보인 ‘위치찾기(Latitude)'가 대표적인 사례다.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가족이 어디쯤 왔는지, 악천후에 연인이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는지, 주말 파티에 오기로 한 친구들이 어디쯤 왔는지를 웹이나 모바일 기기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에서도 미투데이라는 웹 사이트에서 실시간 위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KTF모바일웹을 통해 한 회원이 분당에서 “저는 현재 정자동에 있습니다. 근처에 계신 분 있으신가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미투데이 사이트에 있는 구글 지도 위에 메시지가 표시되면서 그 회원의 위치 정보를 보여 준다.

‘웹 2.0 시대'의 최대 화두인 쌍방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인터넷 지도는 사용자나 포털 모두에게 잠재력이 풍부하다. 블로그와 지도 서비스를 접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태터 네트워크 재단은 설치형 블로깅 소프트웨어인 텍스트큐브에 구글 지도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블로거들은 ‘로케이션 로그'라는 항목에 특정 지역과 연계된 이야기를 풀어 쓸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블로그 운영자 입장에서는 오래된 글의 가치를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쓰인 시기와 관계없이 모든 글이 간단한 아이콘 형태로 지도 위에 표시되기 때문이다. 방문자 역시 지도를 통해 블로거가 다녀온 지역, 그와 관련된 활동과 경험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편리하다.

구글을 비롯 네이버, 다음 등 국내외 인터넷 포털이 앞다퉈 지도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공간 정보를 집대성한 위키피디아가 생긴다면 이로 인한 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참여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곧 광고 수익과 직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구글은 인터넷 지도 서비스 덕분에 중국에서 입지를 굳히는 효과를 봤다. 쓰촨성 대지진 당시 자원 봉사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지진 피해 정보를 지도 위에 제공함으로써 중국 네티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중국 토종 포털인 바이두에 밀려 줄곧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작년 1월 19%, 6월엔 26%로 상승, 2위를 차지했다.

구글은 쓰촨성 대지진의 경험을 살려 최근 호주 대형 화재 참사에서도 발빠르게 대응해 화제를 낳았다.호주 소방당국으로부터 최신 화재 정보를 받아 네티즌들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빅토리아 화제 지도'를 제공한 것. 구글은 지도 옆에 관련 뉴스뿐만 아니라 호주 적십자 바로가기 링크를 배치하기도 했다.

 


검색 서비스 다음은 지도 서비스

 
앞으로 인터넷 지도 서비스가 포털의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가 될 것이라는 점에선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투자 대비 이익을 얼마나 거둘 것인가가 관건이긴 하지만 LBS(위치기반서비스) 등 지리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를 포털이 거부할 수는 없다. PC보다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가 훨씬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다.

이미 글로벌 IT 강자들은 지도 서비스의 진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구글은 자체 위성을 쏘아올렸고, 노키아는 2007년 10월 세계 1위 전자지도 제조업체인 나브텍(Navteq)을 81억 달러에 인수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나브텍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야후 등에 지도를 공급하고 있으며, 세계 전자 지도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업체다.

지도 서비스가 그동안 인터넷 포털을 살찌웠던 검색 서비스를 대체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아마 포털은 2W(검색을 의미하는 ‘what'과 지도를 의미하는 ‘where')를 병행하려 할 것이다. 미국의 시장 조사 업체인 이마케터는 2011년까지 미국 온라인 광고의 23%를 지역 관련 광고가 차지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포털 간의 경쟁이 어찌 되었든 네티즌들은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전화 하나만 있으면 인터넷 지도를 따라 약속 장소를 찾아가고, 연인이 어디 있는지 손쉽게 알아보고, 더 나아가 화성이나 달의 3차원 입체 화면을 보며 투자 장소를 물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미래에 말이다.


- 박동휘 / 한국경제신문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8. 11. 24. 22:50

[디자인 경영 시대 4편] 공간 디자인 트렌드 / 사람과 호흡하고 살아 움직이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라

[디자인 경영 시대 4편] 공간 디자인 트렌드 / 사람과 호흡하고 살아 움직이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라


공간 디자인은 실내 공간과 환경, 제품 등을 대상으로 하여 인간의 삶과 공간의 기능을 이상적으로 조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케팅 측면에서 공간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건축가, 산업 디자이너, 광고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간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 콘셉트를 잡아가는 과정이나 디자인 방법론 역시 공간 디자인 관련 직업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구조의 혁신, 디지털 테크놀로지, 재료와 텍토닉(구조 및 장식의 조화)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공간 디자인 트렌드를 살펴본다.


다양한 공간 디자이너군(群)

공간 디자인이 상업적 마케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많은 스타 디자이너들이 기존 브랜드와 관련된 공간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다. ‘프라다(Prada)' 매장을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샤넬(Chanel)' 전시장을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디자인한 경우가 대표적 예라 하겠다.

반대로 브랜드가 디자이너를 스타로 만들어 준 예도 있다. ‘루이비통(Louis Vuitton)'은 일본 건축가 ‘준 아오키(Jun Aoki)'와 같이 작업하면서 독특한 건축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으며, 동시에 아오키는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

건축가, 산업 디자이너, 광고 기획자 등 매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간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 콘셉트를 잡아가는 과정이나 디자인 방법론 역시 그 직업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이들 중 어느 것이 더 낫고 못하다고 논하는 판단은 유보하고, 현재 공간 디자인에서 보이는 몇 가지 트렌드를 살펴보자.

 


정보로 구성된 공간(Infotecture)

공간 디자인은 보이드 공간(Void Space, 텅 빈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점에서 회화나 음악 등 다른 예술 분야와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필자는 10여 년 전 졸업논문을 통해 우리가 인식하는 공간이 세 가지 종류의 정보로 구성된다고 정리해 보았다.

첫째는 솔리드/보이드 정보(Solid/Void Information), 둘째는 상징적인 요소(Symbolic Information), 셋째는 인간행동(Human Activity Information)이다. 비어 있는 공간의 형태가 일단 그 공간을 처음으로 정의하고, 그 안에 상징적인 정보가 채색을 하며, 사용자의 행동과 이벤트가 그 공간을 완성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기본으로 하여 최근의 공간 디자인 트렌드를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구조 중심의 공간 구성, 둘째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공간을 만드는 경우, 마지막으로 재료의 물성과 텍토닉(Tectonic, 구조와 디자인 장식의 조화 등을 의미하는 건축 용어)을 잘 활용하는 경우다.


트렌드 1 : 구조의 혁신 -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공간 창조

구조의 혁신을 통한 공간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로는 일본 건축가 ‘토요 이토(Toyo Ito)'의 작품을 들 수 있다. 그는 파빌리온(라틴어로 본래는 텐트를 의미하지만, 대개 이동이 가능한 가설의 작은 건축을 가리킨다) 디자인에서 새로운 구조적인 시도를 먼저 해보고 그것을 실제 건축에 적용하는 작업을 종종 한다. 런던 하이드 파크에 지은 ‘서퍼타인 파빌리온(Serpentine Pavilion)'이 그 중 하나다.

 

구조를 통해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은 예로부터 가장 많이 사용되어 온 방식 중 하나다. 로마의 ‘판테온'이나, 파리의 ‘에펠탑',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같은 경우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구조를 시도함으로써 문화적 충격을 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새로운 구조 기술의 창조는 항상 창조적 공간 디자인을 만들어 낸다.

하이드 파크는 매년 세계적인 건축가를 초빙하여 파빌리온을 짓고 있는데, 토요 이토도 여기에 초대되어 직선이 무작위로 겹쳐진 형태의 파빌리온을 선보였다. 각각의 선은 평철(Steel Flat Bars)이며, 서로 용접되거나 볼트로 연결되어 있다. 그 선들이 만들어 내는 삼각형의 내부는 때로는 막혀서 구조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열려서 빛이 들어오는 창문 역할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파빌리온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주변의 공원을 새롭게 재구성해서 보여 주고 다양한 사람들의 행동을 도출해 내고 있다. 이렇듯 기존의 기둥과 보(들보)로 나누어서 생각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구조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구조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디자인이 공간 구성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이다.


트렌드 2: 디지털 테크놀로지 - 첨단 기술로 공간의 개념을 바꾸는 시도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디자인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디지털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통한 공간의 재구성이고 또 하나는 CAD/CAM(컴퓨터를 이용한 설계나 제조)을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공간 창조다.

먼저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원조는 ‘아이젠만(Peter Eisenman)'이 말했듯이 고딕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고딕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당시 영화관 같은 역할을 하였으며 공간을 일종의 미디어로 채색하는 최첨단 기술이었다.

이러한 미디어 기술은 금속활자의 발달로 점차 건축에서 분리되었고, 20세기 후반 TV가 발명되면서 공간 디자인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20세기 후반부터 다시 공간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 이를 처음으로 시도한 사람은 토요 이토로, 그의 작품 ‘윈드 타워(Tower of Winds)'나 ‘윈드 에그(Egg of Winds)'가 대표적인 예다.

‘윈드 타워'는 지하도 배기시설의 표면을 타공철판으로 감싼 후 주변 바람의 변화에 의해서 콘트롤되는 조명을 타공철판 표면에 프로젝트하여 공간적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디자인이다. 이 작품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건축의 표면을 비물질화(De-Materialization)시키는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라 생각된다.

 

이미지와 프로젝터를 더 심오하게 사용하는 작가는 ‘딜러 앤드 스코피디오(Diller & Scofidio)'이다. 그들이 디자인한 뉴욕의 ‘브레슬리 레스토랑(Brasserie Restaurant)'에 가보면, 레스토랑 입구에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들어오는 손님을 몇 초간 촬영을 한 후 바 상단부에 있는 여러 개의 스크린에 차례로 보여 주고 있다.

이 같은 장치를 통해서 레스토랑에 들어온 사람은 바에 앉아서 지난 몇 분간 들어오는 사람을 체크할 수도 있고(바에 출입하는 싱글들은 이게 얼마나 중요한 기능인지 잘 알 것이다), 본인의 몇 분 전 모습을 보는 새로운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작업들이 이제는 크게 건축적인 스케일로 발전하여 ‘UN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압구정동 ‘갤러리아 본관'의 입면(정면 또는 측면에서 본 모습)에서는 도시적인 스케일의 공간을 규정하는 수준으로 적용되기도 하였다.

이 같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원조를 찾으라면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을 들 수 있다. 건축적 실패를 숨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해서 많은 전시장 등에서 볼 수 있는 방식이나 이제는 너무 남용되어서 가장 하수들이 쓰는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두 번째 부류인 CAD/CAM 분야는 이미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의 ‘빌바오 뮤지엄(Guggenheim Bilbao)'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20년 전 ‘버나드 츄미 (Bernard Tschumi)'가 IBM의 이동식 전시장을 만들었듯이 자하 하디드가 샤넬을 위해서 유기적 형태의 이동식 전시장을 디자인하였는데, 곡선 제작에 CAD/CAM을 이용하였다.

이러한 곡선은 국제주의 양식에 질린 현대인에게 유기적인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 역시 바르셀로나에 있는 ‘파밀리아 성당(Sagrada Famillia)'를 디자인한 ‘가우디(Andtonio Gaudi)' 시절에도 있었던 곡선이다. 따라서 공간상으로 새롭다기보다는 그런 곡선의 형태를 공장에서 제작하여 이동 후 조립할 수 있는 방식이 처음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울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마도 지금의 이런 유행은 해체주의가 그러했던 것처럼 10년 정도 지나고 나면 사람들이 식상해 하는 시절이 올 것이다.

 


트렌드 3: 재료와 텍토닉 - 물성의 극대화와 재료의 재조합으로 공간 창조

사이버공간(Cyber Space),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예술계에서 중요하게 재조명을 받는 것이 사람의 몸과 재료이다.

앞서 언급한 첨단기술은 주로 시각적인 현상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이 같은 흐름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인간의 신체와 재료의 물성을 다루는 디자인이 나오기 시작했다. 즉, 가상이 아닌 ‘물질의 존재(Physicality)'를 강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물성을 극대화하며 그 재료의 조립 방식인 텍토닉에 중점을 둔 디자인이 또 하나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도쿠진 요시오카(Tokujin Yoshioka)'의 ‘도요타 전시장'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도요타라는 자동차 브랜드 전시장에 어울리게, 자동차 후면 방향표시등이 빛을 세 방향으로 난반사한다는 물성을 이용하여 비슷한 재료를 전시장의 벽면에 적용하였다. 그렇게 해서 나타난 결과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관람자의 모습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이는 분광 이미지 현상이다. 마치 큐비즘의 그림을 보는 듯한 이런 현상은 전시장의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사람의 몸과 재료를 중시하는 또 한 명의 디자이너를 든다면 준 아오키이다. 그의 매장은 모두 박스 형태이나 매번 입면에 새로운 재료와 새로운 텍토닉을 도입하여 신기한 현상을 경험하게 해준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서 제공했다면 그다지 각광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을 재조합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

가장 훌륭한 예가 일본 나고야에 지어진 루이비통 매장의 입면인데, 그는 여기에 체크 무늬가 실크스크린 되어 있는 유리 두 장을 겹쳐 놓았다. 이렇게 함으로써 거리를 걷는 사람이 움직이면 입면 역시 변화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디지털 기술을 사용했다면 보행자의 움직임과 연관 관계를 가지는 입면의 변화는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센서를 이용했더라도 주변의 가까운 보행자 정도에만 적용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이 테크놀로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길 건너편 사람이나 건물 바로 밑의 사람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입면을 창조한 것이 이 작품의 훌륭한 점이다.

 


트렌드, 따르기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를

구조의 혁신, 디지털 테크놀로지, 재료와 텍토닉. 이렇게 세 가지 주제로 공간 디자인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분명 이 세 가지 분류에 속하지 않는 좋은 작품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트렌드를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트렌드를 좇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트렌드를 알려 하고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다른 사람의 것을 따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본인만의 개성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트렌드화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 유현준 / 홍익대 건축대학 조교수, 유현준 디자인 연구소 소장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