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3.20 ‘짝퉁’에서 브랜드 이미지로, 싼값보다 품질 챙기는 중국인들
  2. 2009.02.08 [중국 개혁개방 30주년 1편/중국의 정치·사회] 경제 발전을 최우선시한 ‘효율 지향의 정치 개혁’
2009. 3. 20. 20:04

‘짝퉁’에서 브랜드 이미지로, 싼값보다 품질 챙기는 중국인들

‘짝퉁’에서 브랜드 이미지로, 싼값보다 품질 챙기는 중국인들


요즘 중국인들 사이에서 값싼 제품을 사서 품질 때문에 애를 먹느니 조금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브랜드의 제품을 사겠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중국인의 실용적인 소비행태와 중산층의 부상으로 인한 이러한 경향은 자동차, 휴대전화, 가전제품시장 등으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양적, 질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소비시장은 우리 기업에게 시장 확대 및 수익창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품질에 눈뜬 중국 소비자와 이에 따라 바뀌고 있는 중국 소비시장에 맞춰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짚어 본다.


세계 경기침체에도 꿋꿋한 중국 소비시장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각국이 소비부진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중국은 예외다. 2008년 중국 소비시장 규모는 1조 5,6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1.6%나 성장했다. 성장속도가 13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한 것이다. 소비시장 규모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으로 인한 특수가 있었다 해도 상반기에는 쓰촨성(四川省) 대지진이 발생했고, 하반기 이후에는 중국에도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가 가시화되었음을 고려하면 가히 소비광풍이라 할만하다. 세계 경제가 극도의 침체에 빠진 금년 들어서도 중국의 1~2월 소비시장은 15.2% 성장하여 불황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바야흐로 소비대국 중국이 전 세계 경기침체의 유일한 활로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 소비시장 잠재력은 더욱 막대

세계가 중국 소비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팽창 속도에 있다. 지난 십년간 중국 소비시장 규모는 약 3.7배 확대되었다. 크레디스위스 은행은 중국이 2015년 세계 소비시장의 14.1%를 차지하여(2007년 5.5%) 미국에 이은 세계 제 2위 소비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소비의 경우 2000년 208만 대에서 2008년 938만 대로 급증했으며 2014년에는 2,00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속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100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세 대에 불과하다. 향후에도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가 기업의 사활을 걸고 중국에 진출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중국이 세계 소비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예견된 소비시장의 부상

사실 세계 소비시장에서 중국의 돌풍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10%대의 고속성장이 지속되고 체제가 안정되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면서 소득수준 향상이 지출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고도성장에 따라 부유층과 중산층이 크게 늘어났다. 메릴린치는 중국에 100만 달러 이상 금융자산가가 2006년 34만 5,000명으로 세계 5위이며, 10∼100만 달러 자산가도 640만 명으로 200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저소득층의 중산층 편입이 가속화되면서 중산층 비율이 1995년 7%에서 2005년 22%로 증가했다. 중국 정부도 소비 촉진을 위해 소비대출 확대, 개인소득세 공제기준 상향조정, 소비자 권익보호 강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빠르게 진전되는 소비시장의 고급화

양적인 팽창과 함께 중국 소비시장의 주목할 만한 변화는 소비의 고급화이다. 상하이(上海), 션전(深?), 광저우(廣州) 등 중국에 1인당 GDP 1만 달러가 넘는 도시가 속속 등장하는 등 소득수준이 전반적으로 크게 향상되고 중산층 규모가 두터워지면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도시화의 진전으로 1인 가구나 무자녀 맞벌이 부부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등장하고, 동시에 서구문화 유입과 인터넷 발달로 개성적인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진 것도 소비행태의 고급화에 한몫하고 있다.

특히 1980년 이후에 출생하여 ‘빠링허우(80後)'라고 불리는 20대는 최근 중국 소비시장 고급화의 핵이다. 중국의 기성세대가 소비를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행위로 인식하는 데 반해 빠링허우 세대는 소비를 즐거움 또는 여가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산아제한 세대로 ‘소황제'라 불리며 자라면서 부모나 조부모를 통해 원하는 것을 모두 구입하며 살아왔다. 따라서 소비에 대한 부담이 없고 소비를 ‘삶의 낙'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씀씀이도 크다. 이들은 결혼할 때도 대형 가전을 구입하고 외국 브랜드 자가용을 구입한다.


중간(Good Enough)시장의 부상

중국 소비자의 고급화는 프리미엄시장과 저가시장으로 비교적 명확히 구분되었던 중국 소비시장에 ‘중간시장'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중간시장은 프리미엄 제품보다는 저렴하면서 품질과 서비스는 양호한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뜻의 ‘Good-Enough'시장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중산층의 부상과 실용적인 중국인의 소비행태가 만들어 낸 독특한 형태의 소비시장이다.

여기에 맞춰 기업들의 중국 소비시장에서의 경쟁양태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 중국 소비시장은 글로벌 기업은 ‘고가-고기능 제품', 중국 기업은 ‘저가-저기능 제품'으로 양분되었으나 그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즉 저가시장에 치중하던 로컬 기업들은 A/S, 디자인, 품질 관리 등을 강화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고, 프리미엄 시장에만 주력하던 외국 기업은 고급형 중저가 제품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중간시장은 IT, 가전에서 시작되어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

Good Enough 제품은 상대적으로 기능의 가감이 용이하고 소비자에게 익숙한 IT, 가전 등에서 시작되어 승용차, 호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2005년에 하이신(海信), 캉쟈(康佳) 등 로컬 TV기업들이 부가기능을 과감히 축소한 LCD TV를 판매하여 중국 디지털TV시장을 장악했으며, 2006년부터는 삼성, 소니 등 외국 브랜드도 대만산 패널을 사용한 중저가 LCD TV를 출시하여 이에 맞서고 있다.

자동차시장에서는 도요타, 현대, 폭스바겐 등 외국 기업이 프리미엄 승용차보다는 중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고품질의 중소형 승용차를 출시하여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지리(吉利)자동차 등 중국 기업은 저품질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모델 개발, 외국 브랜드 인수 등을 강화하고 있다.

호텔시장에서는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객실에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고, 객실료는 최고급 호텔의 20% 수준으로 낮춘 ‘이코노미 호텔'이 인기를 끌고 있다.


‘Good Enough' 제품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

‘Good Enough'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기업은 예외없이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자동차시장의 경우 외국 제품의 절반 가격에 불과한 ‘짝퉁 마티즈 QQ'로 중국 승용차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로컬 브랜드 치루이(奇瑞)자동차의 최근 시장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다. 판매량이 2007년 38만 대에서 2008년 28만 대로 급감한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저품질', ‘짝퉁'의 이미지가 강한 치루이보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품질과 브랜드 파워가 뛰어난 도요타, 혼다의 중소형차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휴대폰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해 온 대표적 외국 기업인 삼성전자가 중국 중산층의 휴대폰 교체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저가형과 프리미엄 제품의 경계에 해당하는 ‘엔트리 프리미엄폰' 전략을 강화했다. 그 결과 모토로라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2위를 달성했다. 반면 한때 저가를 무기로 중국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로컬 브랜드 닝뽀(寧波)Bird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시장점유율 2~3%의 군소업체로 전락했다.


중국 소비시장에 대한 이해가 중요

중국 소비시장은 변화속도가 빠를뿐 아니라 다양한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는 복합시장이다. 이에 따라 중국 소비시장의 특징을 명확히 인식하고 새로운 조류를 사업전략에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가 성공을 좌우하고 있다. 특히 중산층의 부상, ‘빠링허우' 같은 다양한 신소비층의 등장 등에 따라 ‘고가 아니면 저가'라는 양분적 시각에서 벗어난 다각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 수준이나 실용적인 소비행태를 고려하면 향후 상당 기간 프리미엄시장보다는 중간시장이 주류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품질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중국 소비자에 적합한 맞춤형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

2007년 중국시장에서 판매량 급감으로 고전했던 현대자동차가 2008년 중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아반테의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바꾼 중국형 중소형차 ‘위에둥(悅動)'을 출시한 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Good Enough' 제품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금년 1~2월에도 중국 내 판매량이 38% 증가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양적, 질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소비시장은 우리 기업에게 시장 확대 및 수익창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내수시장이 협소한 우리 기업의 활로는 결국 해외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고, 우리의 경쟁력 수준이나 지리적·문화적 근접성, 대상국의 구매력·잠재성 등을 고려하면 중국은 가장 유망한 시장이다. 중국시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중국 소비시장 변화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 기업의 성장 속도와 질이 결정될 것이다.


- 정상은 / 한남대학교 중국통상학과 교수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2. 8. 14:56

[중국 개혁개방 30주년 1편/중국의 정치·사회] 경제 발전을 최우선시한 ‘효율 지향의 정치 개혁’

[중국 개혁개방 30주년 1편/중국의 정치·사회] 경제 발전을 최우선시한 ‘효율 지향의 정치 개혁’


지난 1978년 덩샤오핑 집권 이후 중국은 장쩌민, 후진타오로의 두 차례 권력 교체를 단행했다. 두 사람은 모두 덩샤오핑이 지명한 후계자로 최고 지도자로서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후진타오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중국 공산당은 정당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나 그 성공을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중국 정치·사회의 안정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혁개방 이후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은 혁명적 이념이 아닌 경제적 업적이었다. 따라서 경제가 회복 불능의 극도적 침체에 빠지거나 정부가 크나큰 정치적 실수를 범하지 않는 한 대규모의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의 3대 혁명, 개혁개방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2008년 12월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혁개방 선포 30주년 기념식에서 “개혁개방은 중국 100년 근현대사에서 신해혁명, 사회주의 혁명과 함께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끈 위대한 3대 혁명”이라고 선언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을 수천 년간 이어져 온 봉건군주제를 타파한 쑨원(孫文)의 신해혁명,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시킨 마오쩌뚱(毛澤東)의 사회주의 혁명과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덩샤오핑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 아니할 수 없다.

 


여전히 덩샤오핑이 지배하는 중국

개혁개방을 혁명이라고 강조한 후진타오 주석은 누구인가? 후진타오는 덩샤오핑이 발굴해서 키운 그의 후계자이다. 덩샤오핑은 장쩌민(江澤民) 이후의 중국을 맡길 요량으로 1992년 내륙의 오지에서 근무하던 무명에 가까운 젊은 정치인 후진타오를 중앙의 최고 무대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파격 승진시켰다.

후진타오는 덩샤오핑이 지목한 후계자답게 이후 승승장구하여 2002년 최고 지도자에 등극했으며 집권 후에도 그의 개혁개방 노선을 철저히 승계했다. 이런 후진타오가 개혁개방을 혁명으로 규정한 것은 향후에도 흔들림 없이 덩샤오핑의 노선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과도 같다.

이처럼 덩샤오핑은 후진타오 이전 후계자였던 장쩌민(江澤民) 시기(1989-2001년)를 포함하여 지금도 여전히 중국을 통치하고 있다. 덩샤오핑은 1949년 국민당을 몰아낸 이후 1976년 사망할 때까지 중국을 지배한 마오쩌뚱보다 더 오랜 기간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우선 실용주의 노선의 힘

덩샤오핑이 중국에 준 가장 큰 선물은 중국 정치에 계급투쟁 노선을 폐기하고 경제 우선 노선을 채택한 것이다. 바로 30년 전 1978년 12월 18일 공산당 제 11기 중앙위원회 제 3차 전체회의에서였다. 덩샤오핑은 “경제 문제는 모든 정치 문제에 우선되고 정치 문제는 경제적 각도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중국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멸망으로 끌고 가던 공산당은 이때부터 이념 문제라는 족쇄에서 해방되어 중화민족 부흥의 기치를 내걸게 된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세계 최고의 경제 성장을 기록했으며 정치·사회적으로도 이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효율성과 안정성을 달성했다. 물론, 덩샤오핑의 경제 우선 실용주의 노선이 탄생시킨 사회주의 시장 경제의 힘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중국의 체제

지난 30년간 중국의 정치는 경제 발전 지상주의에 의해 그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결정되었다. 즉, 정치개혁이 정치민주화를 위해 추진된 것이 아니라,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치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따라서 효율적 행정 체제 수립을 위한 행정 개혁과 유능한 통치 엘리트 충원을 목표로 하는 인사개혁 등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내용이 정치 개혁의 핵심 내용이 되었다. 중국의 정치 개혁을 ‘효율 지향의 정치 개혁'이라고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대단히 유능한 덩샤오핑의 후계자였다. 장쩌민은 중국의 통치 엘리트를 혁명 간부에서 기술 관료로 대체하여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고 자본가, 기업가 등에게 문호를 개방하여 공산당을 혁명 정당이 아닌 집권 정당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후진타오 역시 공산당의 통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정 시스템의 개혁, 법치주의 확보, 당내 민주적 의사 결정 체제 구축 등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중국 정치는 서방의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비민주적이며 전근대적이다. 그러나 급격한 정치 민주화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구소련 붕괴 이후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를 통해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서방의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 정치, 사회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치며 안정적이다.

2008년에 발생한 미증유의 대재앙이었던 쓰촨성(四川省) 대지진에서 보여 준 중국 정부의 기민하고 효과적인 대처와 사회의 안정상은 이를 충분히 증명해 주고 있다. 중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체제를 완성해 가고 있다.

 


산적한 과제에 직면해 있는 후진타오 시대의 중국 정치

물론 중국의 정치, 사회가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다. 일당 독재의 폐해인 부정부패 문제는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뿌리가 깊으며 경제 발전 우선주의는 심각한 지역·계층 간 빈부격차로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현 후진타오 지도부는 중국의 화려한 성과와 함께 그늘진 모습을 모두 끌어안고 출범했다.

후진타오 시대의 공산당은 과연 지난 시기에 이룩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어 가면서 중국이 당면한 심각한 정치·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후진타오 지도부는 한편에서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체제를 좀 더 민주적으로 개혁하여 증가하는 국민들의 정치 참여 요구를 수렴하면서 사회적으로 산재해 있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또한, 향후 중국 공산당의 권력 승계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사회주의 정치체제에는 선거와 같은 공개적이고 공정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난 1978년 덩샤오핑 집권 이후 중국은 장쩌민, 후진타오로의 두 차례 권력 교체를 단행했다. 두 사람은 모두 덩샤오핑이 지명한 후계자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최고 지도자로서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후진타오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공산당은 집단지도체제와 엘리트 민주주의를 두 축으로 정당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나 그 성공을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정치·사회의 안정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중국 공산당은 중국 국민들로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를 받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은 혁명적 이념이 아닌 경제적 업적이었다. 따라서 경제가 회복 불능의 극도적인 침체에 빠지거나 정부가 큰 정치적 실수를 범하지 않는 한 대규모의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둘째, 중국 공산당은 이념보다는 능력 위주의 인사제도를 정착시켰다. 대표적인 인물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이다. 원자바오는 1989년 천안문사태 당시 강경진압을 반대하고 시위 학생을 격려하여 실각한 후 사망할 때까지 가택연금을 당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최측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바오는 살아남았으며 현재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존경받는 정치인 중 한 명이 되었다. 원자바오가 특유의 성실성과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중국의 정치체제가 그만큼 유연해지고 능력 위주의 인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 중국 정부는 한국이나 대만의 과거 권위주의 정부와는 달리 역사적 정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즉, 사회주의 중국은 광범위한 인민의 참여와 지지를 통해 수립되었으며 이에 대해서는 공산당과 국민 모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중국 국민들이 실업이나 빈부격차, 부패 등 특정 사안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단기간 내에 공산당과 체제 전반에 대한 반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중국 공산당은 민주화, 시장화, 세계화 등으로 인해 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고비 때마다 중국이 보여 준 능력과 저력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공산당은 중국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새롭게 변모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 정상은 / 한남대학교 중국통상·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