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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2 [광고와 스토리텔링]이야기가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2. 2009.03.12 디지털 시대의 스토리텔링과 광고 - 극장과 지하철, 인터넷, 도처에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2009. 3. 12. 02:57

[광고와 스토리텔링]이야기가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광고와 스토리텔링]이야기가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아들은 진화한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는 말은 이제 안 통한다. 아비만한 자식 없다는 것은 거의 망발에 가깝다. 적어도 엄마들에게 아들은 이세상 최고의 존재다. 희망이고 구원이다. 남편이 못 이룬 것들을 아들은 다해 줄 수 있을 거라는 신념으로 산다. 아들은 애인이고 장난감이고 신종보험이다. 남편은 ‘웬수’이고 애물단지고 효력 없는 보험이다. ‘불혹’이 지난남자는 어느새 여자의 인생에서 ‘부록’으로 전락하고 만다. 아들은 아내를 가로채는 라이벌이요 복병이다. 한 때 내 애인이었고 내 여자였던 아내를 앗아간 아들이 밉다.

이른 아침 아들의 통학을 책임지는 운전기사이자, 늦은 밤 아들의 출출한 배를 다독거리는 야식당번으로 봉사하는 아내가 안쓰럽지만 한편 야속하기도 하다. 애꿎은 아내의 호의도 마다하고 사사건건 투정을 부리는 수험생 아들 녀석의 행패를 더 이상은 눈뜨고 볼 수가 없다. 아들 방에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갔다가 무참하게 퇴짜를 맞고 나오는 아내 대신 핫 초콜릿 한 잔을 건네주면서 불쑥 한마디 한다. “내 여자 너무 괴롭히지마라.” 머리를 쓰다듬는 건지 꿀밤을 먹이는 건지 모를 애매모호한 아버지의 동작에 이어지는 서먹한 집안 공기. 내레이션으로 상황은 깔끔하게 정리된다. “찬바람 불 때, 핫초코 미떼.(광고1)”

핫초코 미떼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국 청년을 애인이라고 데리고 들어와 인사시키는 딸 앞에서 머쓱해 하던 아버지가 쭈뼛거리며 한 마디. “하우 올드 아… 후~” 그러곤 싹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독이며 “찬바람 불 때, 핫초코 미떼.” 엄마와 신경전을 벌이던 딸 녀석이 화해의 제스처로 엄마 앞에 차 한 잔을 툭 밀쳐놓으며 한마디 한다. “집 한번 되게 썰렁하네.”

핫초코 미떼 광고에는 서늘한 패러독스가 있다. 감칠맛과 여운을 남기는 서사가 있다. 그래서 이 광고를 두고 사람들은 ‘이야기 되는’ 광고라고 여기는 것 같다. 스스로 이야기 되는 광고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인터넷에서 바이러스처럼 광고 이야기가 꼬리를 무는 패러디 열전이 생겨난다.

이야기는 패러디를 타고 번져간다

패러디를 이야기하자면 ‘생각대로 T’ 광고를 뺄 수 없다. “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 못 참겠으면 그만두면 되고, 그러다 보면 또 월급날 되고… 딴따다따 따란따다~ 생각대로 T.” 최근 방송된 광고 중에서 가장 쓸모가 많았던 CM송이었던 것 같다. 벨소리를 대신하는 컬러링 송도 되고, 기분풀이 추임새도 되고, 동아리 주제가도 되고, 여기저기 패러디도 되고. 말 그대로 생각대로 되는 노래였다. ‘되고 송’이라는 별명이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광고2, 3).

가지 수만 해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패러디가 인터넷 사이트를 떠돌고 있다. ‘군인 버전’, ‘노처녀 버전’, ‘재수생 버전’, ‘백수 버전’, ‘알바 버전’ 등. ‘~하면 〜되고’라는 문장 속에 대입하기만 하면 패러디 끝! “가수 말 나오면 웃으면 되고, 그러다가 가수 되고 싶으면 소녀시대 멤버 보면 되고, 연예인 보고 싶을 땐 오디션 통과해서 보면 되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 “돈이 없으면 알바하면 되고, 몸이 안 되면 운동하면 되고, 얼굴 안 되면 성격 좋으면 되고, 성격 아닌 건 고치면 되고, 이것저것도 아무것도 아니면 그냥 평생 혼자 살면 되고~.” 어떤 방송사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패러디 가사도 인기를 끌었다. “차 싫증나면 한 대 또 사고, 몸이 아프면 병원을 사고, 그러다가 돈 다 떨어지면 아빠한테 손 벌리고. 아빠 나 백억만. 백억이면 해결 되고~ 좀 사는 티.” 아무튼 여기저기 패러디된다는 것은 그만큼 힘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세상은 모를 일이다. 온갖 ‘쇼’를 하며 불패의 기세를 떨치던 쇼(SHOW) 광고의 약발이 잘 안 먹히고 있다.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쏟아 부으며 무수한 화제를 만들어 냈던 KTF SHOW 캠페인이 이 광고로 인해 적잖이 주춤거리는 형국이다. 이동통신 시장의 패권 다툼에서,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련의 CM송이 뜻하지 않은 변화를 불러 오고 있는 것이다. ‘손이 가요 손이 가’로 시작되는 왕년의 새우깡 CM송 신화가 되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라이벌인 SHOW의 ‘인생을 돕자’ 시리즈나 ‘쇼하고 살자!’시리즈가 별 볼일 없다는 것은 아니다. 생뚱맞은 상황 설정이나 등장인물들의 엎치락뒤치락 코믹한 몸동작도 여전히 재미있다. 애교스런 콧소리로 마무리하는 내레이션도 여운을 남긴다(광고4, 5). 하지만 아무래도 ‘되고 송’의 예측불허 변화무쌍한 랠리에는 역부족을 면치 못하고 있다. KT의 ‘라이프 이즈 원더풀(Life Is Wonderful)’ 캠페인도 그럴 듯하지만 그냥 멋있는 정도다.

‘세련되었지만 어렵다’, ‘잘 만들었지만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다’와 같은 평을 받아오던 SK텔레콤의 T 광고가 확실히 변했다. 이 광고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따라 부르기 좋을 만큼 익숙한 멜로디에 쉽고 편한 노래 가사 때문일까? 인구에 회자되었던 노래 가사에 브랜드를 앉힌 광고라면 최근에 방송된 오뚜기 진라면 광고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아침이 오는 소리에 문득~”, “미칠 듯 사랑했던~”, “어제는 사랑을 오늘은~” 이렇듯 귀에 익은 노래 가사의 한 대목을 툭 잘라서 진라면이라는 브랜드를 끼워 넣는 간단명료한 서사구조다. 새삼 새로울 것 없는 표현방식이다. 고전적 조건화 내지는 단순노출이라는, 효력이 입증된 이론모형에 기대고 있는 안전한 전략이기도 하다. CM송이라는 똑같은 수법을 가지고서도 뜨는 브랜드와 안 뜨는 브랜드가 있는 건 광고 물량의 차이라고 하지 않을 수도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야기’의 함량 문제 아닐까?

현대해상 하이라이프 광고는 위트 있는 블랙 유머가 돋보인다. “위암일지도 모른단다. 7년 모은 비상금을 아내에게 다 줬다. 근데, 위염이란다. 아침마다 반찬이 달라진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하이라이프가 있어 웃는다”, “건강진단을 받았다. 1백 살까지도 거뜬하겠단다. 근데, 낼 모래가 은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하이라이프가 있어 웃는다”, “한 대 맞았다. 코뼈가 나갔단다. 납작하던 코가 오뚝해졌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하이라이프가 있어 웃는다.” 인생의 한 지점에서 마주치는 황당한 사건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대략난감인 상황에서 보험이 오아시스가 될 수도 있고 피난처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 솜씨가 깜직한 경지에 이르렀다(광고6).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서사

디지털 시대일수록 이야기의 가치는 빛을 더하는 것 같다. 원래 디지털이란 자로 잰 듯이 딱딱 떨어지는 것이다 보니까 가파르고 메마른 성질머리를 하고 있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을 터이다. 그런 까칠한 모양새를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솜씨로 다독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 옛날 할부지, 할매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를 하던 것처럼 디지털 미디어들이 구수하고 정감 있는 아날로그 이야기를 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박카스 광고의 ‘재봉틀’편과 ‘자전거’편도 그 사례다. “김정남 할머니의 피로회복제는 재봉틀입니다.” 이런 주장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카메라는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다가간다. 할머니의 굵은 손마디와 자잘한 주름살, 윗실과 아랫실이 부지런히 교차하면서 한 땀 한 땀 헝겊을 누비는 바늘, 발놀림의 강약에 따라 춤추듯이 아래위로 진동하는 노루발의 움직임을 카메라는 정확하게 기록한다(광고7). 얼마 전 타계한 박경리 선생에게도 재봉틀은 고단한 글쓰기의 노역을 위로하는 피로회복제이고 장난감이었을 것이다. 그런 재봉틀로 박은 원고지가 강물이 되어 바다에 닿았다는 어느 추도사가 결코 허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봄의 피로회복제는 무엇일까? 박카스 광고는 정답을 자전거라고 밝히는 대신 이런 저런 형상을 한 자전거들을 오랫동안 보여주고 있다(광고8). 소설가 김훈의 비유처럼, 자전거는 삶을 굴리는 바퀴다. 온몸의 힘을 받아서 움직이는 가장 정직한 동력이다. 자동차 운전자가 자신이 도로의 중심이라는 착각에 빠져 거만해져 있을 때 자전거를 탄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겸손하고 조심스런 마음가짐으로 페달을 성실하게 밟아 간다. 그래서 바퀴를 타고 달리면서 보는 세상은 아름답다. 거리는 나와 세상을 연결시켜 주는 통로가 되고 나는 자전거 위에서 세상과의 관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재봉틀과 자전거를 통해 묘사되는 박카스는 철저히 아날로그 음료다. 마시면 피로가 바로 풀리는 마법의 에너지원이며 뇌물과 정표 사이를 살갑게 오가는 인정의 기호다.

이야기의 참고서, 소설과 시

‘이야기’ 잘하는 솜씨가 새삼스럽게 능력의 잣대가 되고 있다. 지도자의 리더십을 말할 때도 그렇고 문화 콘텐츠의 함량을 잴 때도 그렇다. 게임의 재미를 이야기할 때도 ‘이야기’를 들먹인다. 인물이든 브랜드든, 놀이든 사건이든, 그것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얼마나 ‘이야기’를 잘 해 낼 수 있는지가 진정성의 척도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영상·문화 콘텐츠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 <반지의 제왕>, <리니지> 게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이런 영화와 드라마, 게임, 소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토리텔링은 문학 용어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혹은 구전(口傳)을 뜻한다.

브랜드에 스토리를 넣어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키고 이를 통해 판매 촉진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스토리텔링+마케팅=감성 마케팅’, 즉 소비자의 마음 점유율을 높이는 수단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이야기가 담긴 제품은 품질이나 디자인이 뛰어난 상품보다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뭔가 다른 상품이나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야기’의 풍부함과 빈곤함이 ‘좋은 광고’를 가리는 새로운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놀랍다, 재미있다, 특이하다, 새롭다, 강하다고 칭찬하는 대신 ‘이야기 된다’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은 메시지나 텍스트가 ‘좋은 이야깃거리’를 얼마나 많이 담고 있는 지를 굳이 따져 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란 동화 구연하듯이 아기들에게 일방적으로 읽어주던 그런 소통방식이 아니다. 텍스트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수용자가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제대로 반응하는가 하는 쌍방향 소통이 문제의 핵심이다.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서 ‘이야기하기’ 솜씨가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좀 어눌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반응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으면 더 좋다고 여긴다. 이야기 솜씨의 교과서는 역시 소설이다. 중국 문단을 이끌어갈 차세대 대표작가로 주목 받는 위화의 장편소설 <인생>은 광고 서사를 짜는 데도 참고할 만한 중요 한 힌트를 줄 것 같다.

요약하자면, 부잣집 도련님에서 가난한 농부로 전락한 푸구이라는 인물이 국공 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고 혼자 남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농촌으로 민요를 수집하러 간 ‘나’에게 늙은 농부 푸구이가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나’는 민요를 수집하러 다니며 만난 많은 노인들 중 그 누구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리고 진실하게 털어놓는 푸구이 노인에게 인간적인 연민과 호감을 느끼며 그에게 문학 용어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혹은 구전(口傳)을 뜻한다.

브랜드에 스토리를 넣어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키고 이를 통해 판매 촉진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스토리텔링+마케팅=감성 마케팅’, 즉 소비자의 마음 점유율을 높이는 수단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이야기가 담긴 제품은 품질이나 디자인이 뛰어난 상품보다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뭔가 다른 상품이나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야기’의 풍부함과 빈곤함이 ‘좋은 광고’를 가리는 새로운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놀랍다, 재미있다, 특이하다, 새롭다, 강하다고 칭찬하는 대신 ‘이야기 된다’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은 메시지나 텍스트가 ‘좋은 이야깃거리’를 얼마나 많이 담고 있는 지를 굳이 따져 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란 동화 구연하듯이 아기들에게 일방적으로 읽어주던 그런 소통방식이 아니다. 텍스트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수용자가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제대로 반응하는가 하는 쌍방향 소통이 문제의 핵심이다.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서 ‘이야기하기’ 솜씨가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좀 어눌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반응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으면 더 좋다고 여긴다. 이야기 솜씨의 교과서는 역시 소설이다. 중국 문단을 이끌어갈 차세대 대표작가로 주목 받는 위화의 장편소설 <인생>은 광고 서사를 짜는 데도 참고할 만한 중요 한 힌트를 줄 것 같다.

요약하자면, 부잣집 도련님에서 가난한 농부로 전락한 푸구이라는 인물이 국공 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역사속에서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고 혼자 남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농촌으로 민요를 수집하러 간 ‘나’에게 늙은 농부 푸구이가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나’는 민요를 수집하러 다니며 만난 많은 노인들 중 그 누구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리고 진실하게 털어놓는 푸구이 노인에게 인간적인 연민과 호감을 느끼며 그에게 이야기를 재촉한다.

<인생>은 원래 3인칭 시점의 소설이었다. 작가는 1~2만 자쯤 쓰고 나서 필력의 한계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작가의 전지적 시점이 아닌, 주인공 푸구이가 직접 말하는 방식으로 바꿨더니 이야기가 막힘없이 술술 풀려 나갔다고 한다. 푸구이 노인은 고난의 연속인 일생을 회고하는 화자가 된다. 같은 글감이라도 스토리텔러의 입을 빌어 묘사되면 그 생생함과 깊이가 훨씬 더해진다는 것을 이 소설은 방증하고 있다.

내친 김에 윤대녕의 단편소설집 <제비를 기르다>도 한번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책 제목과 같은 이름의 단편 <제비를 기르다>는 과거 아버지의 연인이었던 술집 작부 ‘문희’가 다시 ‘나’의 연인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쩌면 우연일 수 있고 실현의 개연성도 없는 듯한 만남이 이 소설의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야기만 두고 보면 불편한 곳도 없지 않다. 동명이인으로 묘사된 ‘문희’의 캐릭터라든가, 인물들의 만남이 우연의 남발로 일관되는 것이라든가 어머니와 아버지, 술집 작부 할머니 ‘문희’가 다시 현실의 ‘나’와 만나는 ‘문희’로 현신하는 대목 등은 잘 꿰어 맞춘 모자이크 같은 스토리다.

목소리를 듣고 싶으면 바로 전화 걸어 통화를 하면 되고, 보고 싶으면 바로 화상통화를 하면 그만인 세상. 그야말로 ‘생각대로’ 되는 세상이고 마음에 있는 모든 생각들은 즉석에서 ‘쇼’를 해야 통하는 세상이다. 모든 것이 신속성과 실효성의 잣대로 측정되는 디지털의 편리한 세상에서 아날로그의 모양새를 띠는 ‘정’과 ‘회한’, ‘이별’과 ‘아픔’, ‘그리움’과 ‘기다림’ 등은 그저 사치스럽고 미련한 감정의 찌꺼기에 지나지 않는 것들일까? 윤대녕의 소설 <제비를 기르다>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아날로그 인간들의 또 다른 사랑 이야기로 읽혔다.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작용과 반작용을 만들어 내면서 확산되는 이야기의 가능성. 보다 전문적인 개념으로 말하면 ‘이야기 가치(story value)’가 된다. 이야기 가치는 사건이 전개되는 시간의 길고 짧음이 아니다. 역동성과 반전, 긴장과 갈등, 심리작용의 복잡한 화학작용의 농도에 있음을 <인생>과 <제비를 기르다>는 말해 주고 있다.

충분한 함량의 이야기를 담기에 광고는 너무 짧은 매체라는 불평이 있을 수 있다. 짧은 것을 불평하자면 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시는 이야기를 담기에 적당하지 않은 장르인가?


(전략)… 요새 고기 없니더 달랑, 눈만 달린 호박씨만 나오니더 어제 시청 김계장, 와, 거, 벌초 때도 낚싯대 들고 오는 양반, 세 칸대 네 칸대 외바늘로 딱, 딱 수초 구멍에 때리 넣는데 참말 기가 막힙디더 그래도 꽝쳤심더 1급수 맹동지 옛말 됐니더 4짜 붕어 인터넷에 뜬 뒤에 벌떼 같은 릴 부대 원자탄에 물이 죽었심더… (후략)
- 전동균 시집, <거룩한 허기> 중 ‘맹동에서 온 전화’에서

시에도 이야기의 장치는 힘이 세다. 시인은 전화기 건너편에서 건너온 화자의 목소리를 빌어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모든 사람이 알아듣고 공감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낚시에 일가견이 있거나 명당을 찾아 헤매 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간절한 이야기다.

어차피 광고가 풀어내는 이야기도 말귀를 알아들을 사람에게 더 절절하게 생생하게 전하는 데 묘가 있을 것이다. 세세하게 주절주절 다 설명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시간과 공간에는 어김없이 호기심과 관심이 모여든다. “소비자들의 세계관에 맞추어 스토리의 틀을 짜라.

그러면 당신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들리게 될 것이다.” <보랏빛 소가 온다(Purple Cow)>, <퍼미션 마케팅(Permission Marketing)>, <아이디어 바이러스(Unleashing the Ideavirus)> 등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변화의 전도사로 알려진 세스 고딘(Seth Godin)이 설파한 얘기도 바로 이 맥락이다.

출처 : 한국방송광고공사
2009. 3. 12. 02:11

디지털 시대의 스토리텔링과 광고 - 극장과 지하철, 인터넷, 도처에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디지털 시대의 스토리텔링과 광고 - 극장과 지하철, 인터넷, 도처에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오늘날 네티즌들은 단순한 콘텐츠 수용자가 아니다. 이들은 새롭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발견하면 인용, 수정, 가공, 편집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콘텐츠로 조직하여 다시 세상에 뿌린다. 수용자이자 곧 생산자인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리터러시와 크리에이티브가 결합되었을 때 빼어난 광고가 만들어질 수 있고 소비자가 화답하게 된다. 이번 광고비평에서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있는 광고들을 살펴본다.




지하철의 개폐문이나 엘리베이터 문 안쪽에는 대개 ‘기대지 마시오’, ‘손대지 마시오’라는 문구의 스티커가 단순한 아이콘과 함께 붙어있다. 오래도록 보아온 익숙한 경고문이어서 이제 있는지 없는지도 잘 의식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이 스티커가 눈에 딱 들어왔다. 시선을 끈 이유는 그 문구 앞에 첨언해놓은 낙서 때문이었다. (남자에게) ‘기대지 마시오’ (여자에게) ‘손대지 마시오’라고 되어 있었다. 말장난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재치가 보통이 아니다. 이제 카피라이터는 광고회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미디어와 UCC가 보편화된 이 시대는 소비자가 광고인이고, 시청자가 제작자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체감된다. 프로슈머라 불리는 이들은 카피만 쓰는 것이 아니라 CF제작도 하고, 믹싱도 하고, 편집도 하고, 비평도 한다.

패러디물로 이어지는 CM송의 인기
지난해 대성공을 거둔 몇 개의 CM송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SK텔레콤의 ‘되고송’. 이 ‘되고송’ 말고도 UCC 열풍은 또 하나의 ‘불후의 명작’을 남겼으니 이름하여 ‘빠삐놈’이다. 독특한 한국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테마곡이 ‘빠빠라빠빠빠~삐삐리빠삐코~~~’라는 인기 빙과류 빠삐코 CF음악과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한 네티즌들이 영상과 음향을 절묘하게 교차 편집한 영상물을 만들어 인터넷에 유통시키면서 각종 패러디물이 만들어지고 인구에 회자된 것이다.

CM송으로 인기를 얻은 인기곡은 SK브로드밴드의 ‘BB송(BroadBand송)’이다. W&Whale의 ‘R.P.G shine’을 SK브로드밴드 기업CF로 개사한 이 노래는 독특한 음색과 미학적인 화면으로 눈길을 끌었다. “못 보던 세상 이제 시작이야/뭔가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싶어/아무도 볼 수 없었던 보여주지 못했던/See the Unseen, 브로드밴드/약간의 TV 약간의 인터넷/전화 약간 합치면 못 보던 세상/이제 내딛자 뛰어들자 들어가 보자/익숙한 세상이 놀랍게 변해/자 지금부터 시작이다/See the Unseen, SK브로드밴드.”

이 CF 가사는 음반의 인기와 더불어 상승세를 타면서 갖가지 버전으로 패러디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광고들의 확산과 생성, 유통, 인기는 TV를 비롯한 4대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이나 극장, 거리의 OOH광고에서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났다. SK브로드밴드 CM송의 경우 극장판이 인기몰이에 큰 역할을 했다.

“못 보던 세상 이제 시작이야/팝콘, 콜라, 오징어 모두 준비완료/ 누구도 볼 수 없었던 보여주지 못했던/지금부터 영화 속 세상/약간의 스릴, 약간의 로맨스, 유머 약간 합치면 또 새로운 영화/이제 불 꺼진다, 집중하자, 애인손잡자/솔로부대도 당당해지자/졸면 안 돼 끝까지 영화에 집중/자. 지금부터 시작이다/ See the Unseen, SK브로드밴드.” 흥얼거리는 듯한 묘한 음색의 매력과 장소를 활용한 재치 있는 가사는 그야말로 위치기반 마케팅(location based marketing)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광고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고 생동감을 입힌 것은 뭐니뭐니 해도 독특한 음색의 CM송이다. 일렉트로닉 등 기계음과 섞인 흥얼흥얼 매력적인 CM송이 적절하게 어우러지지 않았다면 이처럼 매력적인 광고가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광고가 나오자마자 CM송과 가수에 대한 문의가 폭주했고, 곧바로 원곡의 인기도 상승세를 탔다.

신비한 보라색 꿈의 세계, 디지털 컨버전스
SK브로드밴드의 이 광고는 유머광고가 대세인 요즘 광고계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광고다. 신비한 보라색 배경화면에 아르누보 스타일의 신비로운 문양과 각종 기기들이 섞여 들어가고, 말이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가 하면 마지막에 등장하는 여자는 토끼 인형을 머리에 쓰고 있다. 부엉이는 고양이의 머리를, 물고기는 새의 꼬리를 하고 있어 산해경에 나오는 신화 같기도 하고, 초현실주의 그림 같기도 한 독특한 혼종의 세계를 보여준다. 신비한 보라색 꿈의 세계는 바로 융합과 혼종의 세상, 디지털 컨버전스의 세상을 표현한다. 이 광고는 광고이해도와 제품의 명확성 측면에서는 떨어질지 몰라도 론칭 광고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광고의 주목도와 독창성에서 오히려 광고목표에 충실한 콘셉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캠페인의 두 번째 광고는 ‘못 보던 춤’ 이다. 세계 각국의 민속의상을 입은 캐릭터들이 BB송에 맞춰 춤을 추는 CF로 민속의상을 걸친 등장인물이 현대적 감각의 노래와 춤과 어우러져 색다른 재미를 준다. 발레리나, 아프리칸, 리우카니발, 마우이, 궁중무용, 플라멩코, 난데없이 등장하는 토끼 캐릭터 등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이들은 민속춤이 아니라 힙합 춤을 추며 과거와 현재, 인종과 문화, 시공간이 뒤섞인 혼종의 문화를 보여준다. 세 번째 광고에서는 콘셉트가 더욱 명확해진다. 드디어 제품의 기능과 편익, 속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냉장고에서 꺼낸 키보드 얼음을 믹서에 넣고, 휴대폰을 껍질 벗겨 초콜릿처럼 잘라 넣고, TV를 접어서 과즙을 내서 만든 보라색 칵테일, 이것이야말로 컨버전스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은유일 것이다.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텔레콤이 지난해 10월 IPTV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대대적으로 사명을 바꾸고 재출범한 것이 바로 SK브로드밴드이다. SK브로드밴드가 전면으로 내세운 콘셉트는 바로 ‘See The Unseen’이다. ‘See The Unseen’이란 지금까지 고객이 접하지 못했던 수준의 컨버전스 환경, 고객중심의 창의적이고 생활 친화적인 서비스를 보여주겠다는 약속이다.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약간의 TV, 약간의 인터넷, 약간의 전화’를 합쳐서 IPTV, 홈네트워크 등 가정 내 다양한 유무선 통합 컨버전스 환경을 구현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선도하겠다는 의미다.

광고효과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SK브로드밴드는 사명을 변경한 이후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새로운 사명을 걸고 출범하는 입장에서 론칭 광고로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느낌의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했다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IPTV사업의 경쟁자인 KT와 LG 데이콤에 비해 SK브로드밴드는 인지도와 호감도에서 확실한 성과를 얻었다.

시트콤처럼 재미있는 광고를 인터넷에서
다매체 상황에서 이제는 CF가 전통적 4대매체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아졌다. BMW같은 경우 당대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만든 빼어난 무버셜 8편이 영화보다 재미있는 광고로 사람들을 웹사이트에 끌어들였다. HBO의 ‘관음증(voyeur)’ 역시 4층 아파트의 여덟 가구에 관한 에피소드, 번외의 이야기들이 인터넷과 UCC를 통해 확산되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우리 광고계에서도 광고를 시트콤 형식의 시리즈로 만드는 시도가 시작되었고, 성공을 거두고 있다. 바로 LG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오즈(OZ)가 탄생시킨 ‘오주상사 영업2팀’이 그것이다. 현재 8화까지 제작돼 인기를 누리는 ‘오주상사 영업2팀’은 각각 독특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를 가진 회사원들이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코믹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전달하고 있다.

웹사이트에 설명된 바에 의하면,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는 고상, 고고, 고독, 쓰리고 라이프스타일 카리스마 부장 장미희, 명품으로 휘감지 않으면 외출을 안 한다는 이기적인 간지 차장 오달수, 혼잣말하며 태어나 하품할 때를 제외하고 한순간도 말을 쉰 적 없다는 촐랑 과장 유해진, 별 거 없는 학력, 외모, 실력 세트 소유자이며 유일한 경쟁력은 애교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애교대리 이문식, 얼짱 신입이기는 한데 울트라 무개념의 소유자 이민기 등이 벌이는 좌충우돌 황당하고 코믹한 일상사가 펼쳐진다. 연기력이 튼실한 배우들이 에피소드를 드라마처럼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전달한 것도 인기의 비결이지만, 무엇보다 아이디어와 캐스팅이 주효했다.

1화 ‘놈놈놈’에서는 업무시간에 주식 시황을 확인하다 상사에게 들켜 시말서를 쓰는 직장인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렸다. 이후 이어진 ‘계약 시간 10분 전’은 계약을 앞두고 길가에 볼일을 보러 간 이 대리를 버리고 가는 에피소드, ‘그날이 오면’은 엎드려 절받기 식의 장 부장 생일 에피소드, ‘호주의 수도는’은 술집에 모인 영업 2팀 사람들이 호주의 수도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에피소드다. ‘회의는 영어로’에서는 이른바 ‘영어 울렁증’에 시달리는 영업2팀 멤버들에게 ‘모든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라’는 회사의 방침이 떨어지자 팀원들이 회의시간 내내 말도 안 되는 콩글리시로 엉터리 회의를 진행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 와중에 오즈로 영어단어를 검색하는 신입사원 이민기의 모습을 통해 오즈 서비스의 유용함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최근 시리즈는 오달수 차장의 굴욕을 다룬 ‘큰바위 얼굴’이다. 새 오즈폰을 구경하는 소녀들에게 오달수가 ‘오즈폰보다 얼굴이 더 크다.’고 놀림을 당하는 것. 그러자 이를 위로하려는 장미희가 특유의 진지한 표정과 음성으로 오달수의 얼굴을 잡고 ‘얘 얼굴 안 커. 머리가 커’라는 반전으로 웃음을 주었다. 커진 화면과 편리한 인터페이스가 적용된 최신 오즈폰 4종 세트의 편익을 보여주기 위해 노트북 같이 디스플레이 창을 열고 키패드를 노트북 마우스처럼 쓰는 모습을 광고에 담았다.

인터넷과 지하철에서 영업하는 오주상사
이 광고 시리즈는 TV CF도 인기를 얻었지만 인터넷에서도 1천만 명 이상의 네티즌이 시트콤 풀 버전을 보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인기에 힘입어 15분짜리 단편영화로 제작돼 지난해 겨울 영화관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오주상사 홈페이지(http://oz.lgtelecom.com)에서는 현재까지 제작된 총 8편의 TV 광고와 풀 버전 시트콤, 온라인 전용 버전뿐만 아니라 광고 메이킹 필름, 광고 NG 동영상, 오즈 관련 에피소드 영상 등 다양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짜임새 있고 흥미롭게 구성된 이 웹사이트에는 시트콤 외에도 웹툰과 CEO의 황당한 인사말, 영업2팀 출장기 등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

보통 통신사 홈페이지는 각종 요금제나 이벤트, 신규 상품 소개에 급급하여 홈페이지에 대한 크리에이티브는 찾아보기 힘들고, 이 때문에 심심풀이나 유희를 위해 홈페이지를 찾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LG텔레콤의 브랜드 홈페이지는 다양한 이야기와 정보가 적절하게 혼합되어 있다. 면접에 성공하기 위한 노하우, 신규 휴대폰 구매나 쇼핑 시 제휴카드를 활용해 지출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 등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만화와 영상으로 구성하기도 했고, ‘2009 희망 특집전’ 코너에서는 오즈 서비스뿐만 아니라 신규 출시된 서비스나 요금제, 놓치지 말아야 할 이벤트 등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구성했다. 그런 흡입력에 힘입어 일일 평균 2천여 명 이상의 네티즌들이 오즈 홈페이지를 다녀가는 등 꾸준히 방문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LG텔레콤 오주상사 영업2팀 사례야말로 OSMU (One Source Multi Use) 마케팅 방식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전례 없는 광고비를 쏟아 붓고 있는 KTF나 SK텔레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광고예산으로 차별화 전략에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차제에 탄력을 받아 오주상사 영업2팀은 지하철 영업에도 나섰다. LG텔레콤은 서울 지하철 사당역에 무선인터넷 데이터 서비스 오즈의 ‘오주상사 영업2팀’ 래핑(wrapping) 광고를 내걸었다. 이 광고는 오주상사 영업2팀 각 캐릭터들의 특징을 잘 반영해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공주병 걸린 부장에게 아첨하기, 상사들끼리 싸워서 살벌한 분위기 만들기, 상사에게 안마하며 애교떨기, 부장 명령에 단체로 반항하기, 부장 몰래 퇴근해서 술자리 가기, 출근시간에 늦어 눈치 보기, 출근 후 숙취로 고생하다 사우나 검색하기, 직원들이 사우나 간 차장 찾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미 TV광고나 인터넷에서 익숙해진 캐릭터들이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어 출퇴근길의 회사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2호선과 4호선을 연결하는 계단 위의 와이드컬러 광고에 장미희 부장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과 계단 벽면에 팀원들이 고속 승진의 참된 진리라며 ‘줄타기’하는 모습을 넣은 것이 특히 재미있다.

스토리텔링의 매력, 토크 밸류의 가치
오주상사의 에피소드가 대체로 유머로 소구하는 코믹터치이기는 하지만, ‘대리 인생’편은 조금 다르다. 고단한 직장인들의 애환과 생활인이 겪는 서민경제를 담았다. 다른 에피소드들은 TV광고 버전이 시트콤 버전을 편집한 것이라면 이 에피소드는 같은 타이틀 안에 스토리와 메시지가 전혀 다르게 제작되었다. TV광고 버전은 장미희 부장이 집으로 가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는데 허겁지겁 뛰어오는 대리 기사가 다름 아닌 이문식 대리였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운전하며 이대리가 “애들 학원비가…….”하고 말끝을 흐리자 “낮에도 대리, 밤에도 대리입니까? 내년에는 둘 다 끝냅시다.”라고 장부장이 호쾌하게 위로한다. 시트콤 버전은 같은 주제지만 조금 다르다. ‘오주상사 영업2팀’의 송년회 날을 배경으로 1차에서 거나하게 취한 영업2팀 팀원들이 2차를 가기 위해 나오는 장면이 그려진다. 술김에 애교대리 이문식은 집에 ‘뱀술’이 있다며 팀원들을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이끄는데, 장부장이 부른 대리운전자는 안타깝게도 이문식 대리의 친형이다. 표정이 굳어 아무 말 못하고 차에 탄 이문식 대리는 “미안해 형. 많이 힘들지?”라며 안쓰러워하는 내용이다.

오주상사에는 희로애락이 있다. 인터넷에 둥지를 튼 오주상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그들의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웃음을 주고 있지만 그 본사는 인터넷에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기에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버전의 이야깃거리, 놀이거리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

LG가 마케팅에 이야기를 실어 재미를 본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G전자 노트북 X NOTE 사업부는 지난해 여름 인터넷 광고 캠페인 ‘여름날’(summerdays.co.kr)을 선보여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자연스레 매출 특수가 이어졌었다. ‘여름날’은 단편영화 에피소드 형식으로 현빈, 신민아, 류승범의 삼각관계를 다루면서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를 섞은 크로스오버필름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유명 배우들의 출연과 깔끔한 영상에 힘입어 젊은이들의 인기를 얻은 7개의 에피소드는 극장에서 시사회를 통해 공개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렇듯 경쟁사 제품과 기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진 시대에 재미와 감동이 담긴 스토리로 고객 감성을 파고드는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주상사 영업2팀’ 캠페인은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전형이다. 스토리텔링은 소비자와 잠재소비자들 사이에 화제를 만들고, 브랜드에 대한 토크 밸류(Talk Value)를 높여준다.

일반적으로 ‘스토리’는 ‘허구로 구조화되기 전의 전체 줄거리’라는 의미로 많이 논의되어 왔다. 반면 ‘스토리텔링’은 ‘이야기하기’, 즉 이야기에 참여하는 현재성·현장성을 강조한 말이다. 즉 ‘이야기의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진 개념이다. 디지털 상황에서 스토리텔링은 그 개념이 더욱 확장될 수 있다. 컴퓨터 공간과 웹에서 일어나는 서사행위, 웹상의 상호작용적인 멀티미디어 서사 창조 등을 모두 포함한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음악·목소리·비디오·애니메이션 등이 모두 재료다. 그 콘텐츠의 주체도 정해져 있지 않다. 오늘날 네티즌들은 정보를 완성품으로 두지 않는다. 그들은 정보를 다운로드 받은 후 인용, 수정, 가공, 편집을 통해 그것을 새로운 정보로 조직하여 다시 업로드 한다. 사운드의 짜깁기는 리믹스, 이미지의 짜깁기는 합성, 텍스트와 편집의 짜깁기는 몽타주라 부른다. 물론 이 모든 현상은 포스트모던의 특징인 패스티시(pastiche: 혼성모방)이다.

어떤 기법을 쓰건 중요한 것은 이 시대에 기업은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보다 다양한 채널을 복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소비자가 브랜드에 접할 수 있는 접점을 다원화시킴으로써 브랜드 스토리 전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거킹의 ‘복종하는 닭(Subservient Chicken)’ 사이트처럼 스토리텔링을 넘어 소비자의 체험을 유도하는 유희 마케팅, 인터랙티브 마케팅이 필요한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와 크리에이티브가 결합되었을 때 이 시대의 빼어난 광고가 만들어질 수 있고 소비자가 화답하게 된다. 제품의 편익을 알리고 제품의 이미지와 호감도를 높이는 차원을 넘어 이제 광고도 상품이 되는 세상이다. 재미와 감동,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필요하다.

출처 : 한국방송광고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