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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7 [21세기 메가트렌드] ⑤네트워크와 부(富)의 미래 / 소비자가 직접 부를 생산하는 시대로
  2. 2008.11.26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3편] 창조적 팀 빌딩(Team Building) / 협력,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신뢰가 필요하다
2009. 3. 27. 19:25

[21세기 메가트렌드] ⑤네트워크와 부(富)의 미래 / 소비자가 직접 부를 생산하는 시대로

[21세기 메가트렌드] ⑤네트워크와 부(富)의 미래 / 소비자가 직접 부를 생산하는 시대로


돈이 돈을 벌던 시대가 지나고, 미래는 지식과 정보가 부의 원천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앨빈 토플러 등 여러 미래학자에 의해 제기되어 왔다. 네트워크 사회가 성장하고 확산됨에 따라 미래에는 네트워크가 부의 중요한 원천으로 새롭게 자리잡을 것이다.

‘아웃소싱'에 의존하던 기업은 이제는 기업 밖에 있는 다수의 지식에 기반해 가치를 생산하는 ‘집단소싱(crowd-sourcing)'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이전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 
 

페이퍼 클립이 근사한 이층집으로, 네트워크의 힘

2006년 4월 미국의 주요 TV 방송들은 기발한 발상으로 제법 큰돈을 번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특집으로 다뤘다. 이 젊은이는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중 책상 위에 놓인 빨간색 페이퍼 클립에 눈이 갔다. 그는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다 다른 물건과 바꾸기로 했다. 교환한 물건을 또 다른 물건으로 바꾸면, 그리고 매 교환 단계마다 ‘더 크고 더 좋은 것'으로 바꾼다는 원칙을 고수하면 나중에는 제법 크고 좋은 물건을 갖게 될 것이고 생각한 것이다.

페이퍼 클립 교환 광고를 인터넷에 올리자 이것에 흥미를 느낀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어느 여대생이 안 쓰는 펜하고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는 비행기를 타고 밴쿠버로 날아가 펜을 바꿔 온 후, 다시 펜 교환 광고를 인터넷에 올렸다. 열 네 번의 교환을 거쳐 이제 그는 근사한 이층집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황당한 실화이다. 인터넷 네트워크를 활용한 아이디어 하나로 돈을 번 이야기이다.

부(富)라고 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돈이라는 자본을 떠올린다. 자본은 공장을 짓거나 사람을 고용하는 데 활용되는 생산요소로서 더 많은 부를 창출하는 근원이다. 돈이 돈을 버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출현하기 이전부터 그래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본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인적 자본(human capital)'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경제학자에 의해서 제안된 이 개념은 사람들이 체득한 정보와 지식 등이 부의 원천이 된다는 뜻을 함축한다. 이러한 주장은 앨빈 토플러 등 여러 미래학자에 의해서 제기되어 왔다.

구글과 같은 신흥 대기업의 출현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큰돈 없이도 단기간에 어마어마한 부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지식과 숙련의 정도에 따라 약 3,000배 정도의 생산성 차이가 나고, 그만큼 연봉 차이도 난다고 한다.

지식의 가치가 증대하고 있는 경향은 여러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에 미국의 대졸자가 받는 평균 임금은 고졸자의 1.3배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에 접어들어 두 배까지 치솟았고 임금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

 


내게 없는 희소 자원, 사회적 자본

 
지식정보사회에서 인적 자본이 중요하다는 점을 경제학자가 상기시켰다면, 사회학자들은 다가올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부를 만드는 원천이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사회적 자본은 네트워크가 만들어 내는 여러 종류의 생산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가 갖고 있는 콘도는 내가 필요할 때 빌려 쓸 수 있기 때문에 나의 콘도나 마찬가지다. 즉, 나에게 없는 희소 자원을 네트워크를 통해 동원할 수 있다면 그러한 능력을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르자는 것이다.


친분 네트워크의 효과, 신뢰

네트워크는 그 안에 존재하는 신뢰를 통해 부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1968년에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팔렸는데 이 사건은 신뢰가 얼마나 커다란 경제적인 자원인지를 보여 준다. 빌딩 매매를 위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200여 명의 변호사가 1년 동안 매달려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혹시 생길지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려고 변호사에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그렇지만 만일 매매 당사자들이 오랜 친분 네트워크를 맺어 신뢰를 쌓은 사이라면 계약서 작성에 필요한 ‘거래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즉 네트워크 안에 있는 신뢰가 경제적인 비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사용자 규모에 따라 가치가 정해진다, 네트워크 외부성

 
부(富)는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 네트워크 외부성은 정보통신 기기의 예를 통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팩스의 가치는 팩스에 내재한 것이라기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팩스를 사용하고 있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팩스를 단 한 사람만이 가지고 있다면 팩스의 사용가치는 없다. 즉 가치가 네트워크 자체에 내재해 있음을 보여 준다. 다른 사람과의 호환이 중요한 소프트웨어도 네트워크 외부성에 의해서 가치가 결정된다. 사용자 네트워크의 규모에 따라 정보상품의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집단협동의 보물 위키피디아, 대규모 협동과 집단지능

네트워크는 ‘대규모 협동(mass collaboration)'과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을 통해서도 부를 만들어 낸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는 집단협동이 만들어 낸 인류의 보물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적 차원의 대규모 협동에 의해서 가치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현실화한 것이다.

‘오픈 소스 운동(Open Source Movement)'에 참여한 전 세계 백만 명 이상의 프로그래머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고 개조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소스 코드를 무상으로 공급한다. 한 명의 천재 프로그래머에 의해서 기본 구조가 만들어져 공개된 리눅스는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집단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컴퓨터 운영체제(OS)로 자리잡았다. 현재 리눅스는 1억 줄이 넘는 소스 코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스 코드 한 줄을 개발하는 데 드는 미국 업계의 비용이 통상 100달러라는 기준에 비추어보면 100억 달러라는 엄청난 가치가 무상으로 네트워크 상의 협동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아웃소싱'에 의존하던 기업은 이제는 기업 밖의 익명적 다수의 지식에 기반해 가치를 생산하는 ‘집단소싱(crowd-sourcing)'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NASA는 로버(Rover)라는 화성탐사 로봇이 날마다 전송하는 화성의 지형 자료에 이름 붙이는 작업을 집단소싱했고, 전 세계 네티즌의 자발적인 참여로 화성의 분화구와 평야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한편 맹인에게 책을 읽어 주는 인터넷 사이트는 짬이 날 때마다 한 페이지 또는 반 페이지씩을 읽어 주는 수많은 봉사자에 의해서 매일 같이 오디오 북을 만들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시대, 개방혁신

기업은 네트워크를 통해 R&D를 하기도 한다.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힌 기업과 그에 대한 답을 가진 사람을 1:1로 연결해주는 ‘이노센티브(www.innocentive.com)'와 같은 사이트가 기업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기업은 자신의 기술적 문제를 웹에 공개하여 문제를 풀어 줄 사람을 찾고, 해답을 아는 전문가나 일반인은 이 문제를 해결해줌으로써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노키아나 레고와 같은 굴지의 기업이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는 개방혁신(open innovation)으로 신상품 개발에 성공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에 흩어진 지식을 활용하여 신제품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유행하면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앞으로도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네트워크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그에 따라 인간 관계도 연줄이라는 공간적 제한 범위를 벗어난 디지털 인맥으로 크게 확장될 것이다. 디지털 인맥 안에 쌓이는 신뢰의 파급효과는 지역의 경계를 넘어선다.
인맥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이전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직접경제(direct economy)라고 부르는, 소비자가 생산에 직접 참여하여 부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미래는 직접경제의 시대가 열리면서, 부와 가치를 만드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생겨날 것이다.


- 김용학 /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하이트렌드> 공동 저자

2008. 11. 26. 22:29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3편] 창조적 팀 빌딩(Team Building) / 협력,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신뢰가 필요하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3편] 창조적 팀 빌딩(Team Building) / 협력,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신뢰가 필요하다


조직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업무를 처리한다. 누구든 혼자서는 그 일을 수행할 수 없다. 한 사람이 팀 전체에 영감을 불어넣을 수는 있지만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 팀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 조직 내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람들도 팀을 구성하지 않고는 일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대 기업에서 혁신이나 창의성 분출은 개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팀 단위로 이뤄진다. 기업이 인지하고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이미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역할 혁신이다. 개개인이 근무하는 작업 영역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창조적으로 변혁시키는 것이다.


#스토리 1

두 사람이 길을 가다가 사자를 만났다. 당연히 줄행랑을 친다. 그런데 두 사람은 사자를 뒤돌아보며 달릴 필요가 없다. 사자보다 빨라야 할 이유도 없다. 그저 상대보다 먼저 달리면 된다(스피드). 한 사람은 살아남고 한 사람은 목숨을 잃는다. 물론 한 번 살아남았다고 항상 생존을 보장받는 것은 아닐 터. 더 빠른 상대를 만날 수 있고 한꺼번에 두 마리의 사자를 만날 수도 있다. 생존을 위한 조건은 가변적이다.스피드로 안 된다면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치거나(네트워크) 아니면 사자가 모르는 힘을 키워야 한다(파워).

#스토리 2
아프리카 들개 리카온은 사냥 전에 반드시 작전회의를 한다(전략). 10여 마리가 서로 빙글빙글 돌면서 눈빛을 교환한다(커뮤니케이션). 지휘자를 포함해 각자 역할이 주어지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리카온은 배제된다(배려). 회의가 끝나면 찍어 놓은 먹잇감을 향해 주저없이 돌진한다(실행). 주로 영양이 타깃이다. 리카온떼는 전격적으로 200kg이 넘는 사자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어렵사리 포획한 영양을 사자가 빼앗으려고 할 때다. 아무리 수가 많다고 해도 30kg 정도에 불과한 리카온이 사자를 당해 낼 수는 없다. 하지만 리카온떼는 결코 주눅이 드는 법이 없다. 사냥이 불가능할 정도의 큰 상처를 입어도 끝까지 돌봐 주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신뢰). 리카온떼의 조직력은 거친 생존본능이 지배하는 사바나 초원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탄탄하다(협력). 하이에나보다도 훨씬 작은 몸집을 갖고도 당당한 포식자의 일원으로 살아남은 비결이다.

 

#스토리 3
부트레깅(Bootlegging)은 미국에서 금주법이 있을 때 몰래 밀주를 판매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기업에선 상사가 “도저히 안 되겠다. 리스크도 크다. 손 떼라”고 해도 직원이 몰래 업무를 추진하는 것을 부트레깅이라고 한다. 3M은 상사가 이를 알아도 묵인하는 것을 전통으로 한다. 창의적인 실수를 허용하는 문화다. 3M은 전 직원들에게 ‘실패의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아예 정책적으로 아이디어를 추진했다고 해서 아이디어 제안자나 팀에게 전혀 책임을 묻지 않는다.

창조적 팀 빌딩에는 몇 가지 키워드가 필요하다. 협력,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신뢰 등이다. 조직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업무를 처리한다. 누구든 혼자서는 그 일을 수행할 수 없다. 한 사람이 팀 전체에 영감을 불어넣을 수는 있지만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 팀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 조직 내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람들도 팀을 구성하지 않고는 일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대 기업에서 혁신이나 창의성 분출은 개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팀 단위로 이뤄진다. 기업이 인지하고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이미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역할 혁신이다. 개개인이 근무하는 작업 영역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창조적으로 변혁시키는 것이다.

조직은 소수의 천재가 끌고 가는 게 아니다. 그동안 축적한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내 자신의 역할을 끊임없이 혁신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선천적인 재능보다 후천적인 학습 능력을 가진 인재를 더 선호한다.

 


소규모 팀이 각광받는 이유

창조적 조직을 건설하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일 잘하는 조직,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정부와 기업, 인간이 모여 있는 모든 조직의 고민이 바로 이것이다. 국가원수나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취임하면 바로 조직을 개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하는 환경에 대처하지 못한 조직, 난관을 극복하고 해결하지 못하는 조직, 새로운 프로그램과 신상품을 도입하지 못하는 조직과 편제는 머지않아 사라지고 만다.

창조적 조직은 리카온떼처럼 역할 배분이 잘 돼 있다.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리더)이 있고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 웃기는 사람(Harmonizer)이 있고 어디 가서 정보를 물어오는 데 귀신(일명 ‘빠꿈이')들도 있다. 빠꿈이는 경영학 용어로 경계확장자(Boundary Spanner)다. 이질적인 지식과 생각을 결합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확장의 계기를 제공하는 이들이다. 데이터(Data)가 정보(Information)로 진화하는 과정에는 빠꿈이들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그런 후에야 정보가 지식(Knowledge)이 되고 관찰이 깊어질수록 좋은 지식이 만들어진다. 좋은 조직은 한 사람이 두세 가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고 내부에서 역할 형성이 저절로 이뤄진다.

요즘 기업들이 저마다 10명 안팎의 소규모 팀제를 가동하는 이유는 스피드 때문이다. 상황 변화에 긴밀하게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조직의 위계질서(Hierarchy), 즉 기존의 관료 조직은 단계가 많아서 명령 체계가 복잡하다. 회장-부회장-사장-임원-부장 등 담당자가 기안을 해서 도장을 받기까지의 시간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소규모 팀은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100명이 모여 있으면 마이크가 있어도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 하지만 다섯 명이 있으면 귓속말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기간이 짧아지는 이유는 그만큼 그들의 취향이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정보처리 속도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관건이다.


창조에도 비용이 든다

창조적 조직을 건설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이 너무 크면 조직은 역량을 발휘하기도 전에 무너진다. 극단적 보텀업(Bottom-up)으로 성공한 3M같은 기업도 드물게 있긴 하지만, 개인 플레이가 만연하는 무정부 상태의 조직은 곤란하다. 천 개의 꽃을 그냥 피우게 내버려두면 결국 회사에 남는 것은 잡초일 뿐이다. 실제 3M도 몇 년 전부터 연구개발(R&D) 조직에 부여해 오던 자율성을 점차 축소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디어 생산은 자유롭게 하되 이후 단계에서는 관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텀업식 조직이 창의성 분출에 유리하긴 하지만 톱다운식이 그렇다고 불리한 것도 아니다. 삼성이나 제너럴일렉트릭(GE)같은 거대 조직들은 주로 고위 경영진이 사업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역량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채택한다. 어떤 방식을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는 사업의 특성이나 경영 환경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단 어떤 형태든 최대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관리 능력은 필수적이다.

갈수록 전문화 경향이 두드러지는 창의성의 성격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깨닫지 못하지만 그들은 대단히 협소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광고 분야에서 신문 광고 제작자는 텔레비전 광고를 잘 만들지 못한다. 대개 기자는 뛰어난 소설가가 되지 못하고 디자이너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완전히 다른 일을 한다. 관리자는 언제나 창의적인 사람들이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잘하는 분야에 전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실수하는 사람을 키워라

관리자들은 또 창조적 역량이 핵심부보다는 주변부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변인 가설(周邊人 假說)'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간생태학의 창시자인 로버트 파크 시카고대 교수가 주창한 이 이론의 핵심은 “성공한 사람들로 구성되는 핵심부는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기존 제도나 관행에 묶여 새로운 사고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양의 경우 유태인 같은 소수 그룹의 창조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따지고 보면 조선시대 실학의 주역도 권력에서 소외된 남인과 서얼 출신이었다.

관리자들은 마감 시한은 다가오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창의적인 사람들이 겪는 마음의 고통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조직 내에서 창의성을 구매하는 것은 컴퓨터와 화장지를 구매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창조적 조직 건설을 위해서는 적정 비용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수를 용인하는 BMW는 1990년부터 매달 가장 ‘창의적인 실수'를 뽑아 상을 준다. 실수를 장려하기 위한 행동강령도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모든 직원들에게 실수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계산된 위험을 무릅쓰는 것'도 허용된다. 위험이 벌써 계산된 것은 실패할 확률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그 길을 가는 것을 용인한다. 창의적인 실수를 비난하고 조롱하면 ‘최고의 바보같은 행동'으로 발표한다.

계산된 위험 리스크는 과감하게 도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사람들이 압박감을 느끼지 않으며 기존 관행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고도로 자율적이지만 자신과 조직의 비용을 계산하면서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것이 바로 창조적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 조일훈 /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출처 : 삼성(www.samsung.co.kr)